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 소설
3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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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재일 한국인 3세 작가의 제51회 문예상 수상작! 높은 문학성과 압도적인 필력이 빚어낸 경이로운 작품!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로맨틱 ‘악녀 소설’ 탄생 “이 개똥 같은 세계에서 제가 살아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마이니치 신문》 작가 인터뷰 중에서 “이 소설에는 안이한 희망 의존증을 과감히 베어내는 힘이 있다. 참된 희망은 그 끝에 존재한다.” - 호시노 도모유키 “일단 이 세계에 말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다. 오사카판 『실락원』 같은 으스스한 이야기에 못 박혀버렸다.” - 야마다 에이미 제51회 문예상을 수상한 재일 한국인 3세 작가에게 쏟아진 심사위원들의 격찬 이토록 이질적인 체력으로 서술된 소설은 지금까지 없었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로 제51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용덕은 일본 문학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문예상은 일본의 출판사인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에서 1962년에 설립한 문학상으로, 기성 문단에서는 보기 힘든 창조적 발상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신예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 문학계에 새로운 재능을 송출하기로 정평이 난 문예상을 통해 데뷔한 이들은 야마다 에이미, 아시하라 스나오, 와타야 리사, 나카무라 코우 등으로, 그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와타야 리사를 비롯한 세 명의 수상자가 연이어 아쿠타가와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며 실력을 가진 신예를 단번에 저명 작가로 만들어주는 전례가 많은 문학상으로도 유명해졌다. 이용덕은 재일 한국인 3세다. 원서의 ‘李龍德’이라는 한자 이름 옆에는 ‘이용덕’이 아니라 ‘이 욘도쿠’라는 발음이 적혀 있다. 李龍德, 이용덕, 그리고 이 욘도쿠. 이 이름 자체에서 이방인이자 경계인으로 살아온 그의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이 깊이 묻어나온다. 살인, 엽기, 고문, 학살…… 세계의 잔혹사와 함께하는 기묘한 섹스 사신 같은 여자에게 빠져든 한 남자의 파멸 본능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류 대학을 목표로 공부 중인 삼수생 도쿠야마는 이자카야 동료들을 따라 찾은 단란주점에서 그곳의 넘버원인 열아홉 살의 하쓰미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넘버원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는 도쿠야마를 보자마자 어찌 된 일인지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린다. 그 기묘한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도쿠야마였지만 그녀가 몰래 건넨 명함을 펴보지도 않고 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힘들거나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주세요. 언제든지.’ 이상한 메시지에 기겁하여 하쓰미를 냉대하는 도쿠야마의 태도는 아랑곳없이 그의 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하쓰미. 도쿠야마는 하쓰미가 엄청난 지식과 기억력으로 황홀하게 그려내는 ‘세계의 잔혹사’를 들으며 기묘한 섹스에 탐닉한다. 찐득하게 달라붙는 그녀의 염세적 세계관에 침식된 그는 결국 가족, 친구, 동료 등 외부와의 연결 고리를 하나씩 끊어간다. 몸도 마음도 샴쌍둥이처럼 붙어버린 두 사람은 기어이 한없이 투명해져만 가는 운명을 향해 몸을 던진다. 그 운명의 끝에서 그들이 맞닥뜨릴 삶의 비의란 과연 무엇일까. 『마농 레스코』를 뛰어넘는 희대의 로맨틱 ‘악녀 소설’ 역사상 가장 모던하고 세련된 ‘동반자살 스토리’ 탄생!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결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차라리 좀 더 깊고, 절실하고, 뼛속까지 엮인 두 사람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단순히 강렬하고 뜨거운 사랑이라고 정리하기에는 미진한 고통스러운 맺어짐과 지옥 속의 극락, 달콤한 꿀 속에 빠져 익사하는 것과도 같은 충격적 스토리가 펼쳐진다. 하쓰미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인간의 추악하고 교활하며 야비하고 쩨쩨한 면을 언제나 있는 그대로 비추고 있다. 허세로 가득 찬 인간, 우월감을 감추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인간, 약자를 무시하고 착취하면서도 겉으로는 위선을 떠는 인간 등을 거침없이 논파하고, 그들의 상처를 도려내 땅바닥에 내던져버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추함을 손바닥 위에 놓고 데굴데굴 굴리는 하쓰미의 모습은 쾌감과 공포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아찔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뛰어난 문학은 때로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분명 나 하나뿐일 거야’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작품의 등장인물을 ‘바로 나’라고 생각하고, 작가가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을 대변한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하쓰미의 결벽함, 도쿠야마의 우유부단함, 가타오카의 비겁함, 히우라의 지질함을 우리는 저마다 지니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무시무시한 각성 효과를 나타낸다. 그저 소설을 읽고 있을 뿐인데 흙투성이 손이 들어와 내장을 휘젓는 듯한, 독자를 코너에 몰아넣고 이렇게 생겨먹은 자신의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또 묻는 문학 본연의 힘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용덕 작가가 그려낸 절망적인 풍경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은 절망을 철저히 지켜본 끝에 다다른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만큼이나 환멸과 타락에 빠진 끝에 찾아낸 ‘희망’은 세간에 흔히 떠도는 싸구려 희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소설의 가치, 문학의 가치는 이런 새로운 지평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이용덕 작가 인터뷰 ‘동반자살’ 암흑의 여행길《마이니치 신문》(2014. 11. 25.) “약해진 사람이 베갯머리에 놓고 되풀이해서 읽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내가 그랬으니까요. 사막에서 물을 찾듯이 서점에 나가 쓰무라 기쿠코 씨와 와타야 리사 씨의 소설에 힘을 얻곤 했습니다. 인생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고, 그러면서도 그로테스크하거나 눅눅하지 않은 소설을 써내고 싶습니다.” 그런 신념이 ‘동반자살’이라는 주제를 얻었다. 폭발적인 질주와 그것을 필사적으로 억제하는 힘이 서로 다투는 가운데 태어난 것이 이 작품이다. 주인공이 걸어가는 암흑의 여행길에 함께 빨려 들어가고, 그렇게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주위의 풍경이 평소와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야말로 아득히 먼 곳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하쓰미는 세계를 고발하고 항의하며, 도쿠야마를 계몽해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죽음의 신이기도 하다. 도쿠야마는 서서히 파멸에의 소망을 가지게 된다. 두 사람이 교토에서 네트워크 비즈니스 집단과 대치하는 장면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한다. 돈이 전부라는 강력한 논리에 맞서는 하쓰미와 그런 하쓰미를 신봉하는 도쿠야마. “이 부분을 극복한 덕분에 소설을 끝까지 써낼 수 있었습니다. 아니, 내가 썼다기보다 하쓰미가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갔다고 하는 게 맞겠지요.” 두 사람의 세계는 서서히 그 영역이 좁아지며 투명도가 더해간다. 언어의 의미가 희박해지는 과정을 그려낸 필력은 오랜 수련을 거친 기술이다. 마지막 부분의 하쓰미의 중얼거림에는 눈물이 난다. “당신 탓이야.” “어렵게 차까지 샀는데.” 맨션 지하 주차장에는 빨간 새 차가 있었다. 왜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까. 보고 싶은 멋진 풍경도 없었을까.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진공(眞空), 그곳에 완전한 절망이 있었다. 인터뷰는 이 작품의 중요한 무대인 주소의 한 찻집에서 진행했다. “이 개똥 같은 세계에서 제가 살아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이유는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쾌작(快作)을 거둔 작가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주소의 상점가 안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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