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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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영화는 사유이고, 이 사유의 결과물은 실재이다.’ 알랭 바디우에게 영화는 교육이자 삶의 예술이며 사유이다. 바디우는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30여 편의 글에서 제7의 예술에 대해 글을 썼다. 이 글의 대부분은 개별 영화 혹은 여러 편의 영화를 한데 묶어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영화 예술에 대한 견해와 해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바디우 사유의 특성 중의 하나인 사례를 통해 사유하기, 독립적 특성이 있는 예술 작품을 기반으로 체계를 만들기와 관련이 있다. 그렇게 이 글은 현대성을 표현한 감독인 무르나우(F. W. Murnau),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Manoel De Oliverira), 자크 타티(Jacques Tati),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부터 시작하여 몇 가지 독특한 경험들인 기 드보르(Guy Debord), 68혁명 영화, 벼락 집단(groupe Foudre)은 물론, 몇몇 미국 작품인 <매트릭스>(Matrix, 1999), <매그놀리아>(Magnolia, 1999), <퍼펙트 월드>(A Perfect World, 1983)까지 지난 50년 동안의 수많은 다양한 영화들을 다루고 있다. 같은 세대의 유난히 많은 사상가들,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 제라르 주네트(Gerard Genette), 질 들뢰즈(Gilles Deleuze)처럼, 알랭 바디우는 젊은 시절에 사유의 전달 매체인 영화의 자양분을 받고 자랐다. 그의 충만한 영화 사랑은 학생 시절인 1957년에 파리고등사범학교의 좌파 가톨릭 청년지인 ≪새로운 포도주≫(Vin nouveau)에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야심에 찬 의미 있는 첫 번째 텍스트인 「영화문화」(La culture cinematographique)에서부터 전개된 바디우의 독특한 사고(思考)는 이후의 그의 성찰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바디우의 사유에 따르면, 영화는 동시대에 새겨진 인간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다른 예술들과의 관계에서 ‘지배적’인 모습으로 여겨지며, 상상의 여행이며 타자(他者)의 사유이다.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정치적 철학의 길로 나선 후에도, 바디우는 지속적으로 영화 비평을 했고,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는 ≪벼락 신문≫(La Feuille foudre)[역주: 마오이스트 행동 조직인 ‘벼락 집단’이 발간한 예술·문화 관련 마르크스 레닌주의 성향의 신문.]과 ≪비고답파≫(L'Imparnassien)[역주: 벼락신문의 후신.]에 글을 기고했다. 이 잡지들은 마치 정치적 재판과 같은 판결을 표명하는 사회참여 간행물이다. 어떤 영화는 수정주의라고, 또 다른 영화는 존중과 경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다. 비평의 대상이 되는 영화들은 좌파적 영화와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이나 고다르처럼 심판의 판결을 모면하고 칭송을 받는 작품들이다. 1981년에 바디우는 나타샤 미쉘(Natacha Michel)과 함께 반(反)미테랑파의 지성인들이 모여 활동하는 격주로 발행하는 잡지 ≪앵무새≫(Le Perroquet)를 창간하고, 10여 년 동안 그가 관심을 가졌던 영화들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주목할 만할 유랑하는 비평가의 행보를 보여준다.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장점들, 고다르로 대표되는 ‘제2의 현대성’의 감독들, ‘영화적 중립성’의 상징과 같은 스위스 영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석들 등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또한 ‘우화의 변증법’으로서의 영화, ‘철학의 기계적 체계’로서의 영화, ‘민주주의 상징’으로서의 영화 등, ≪영화 예술≫(L’Art du cinema)이라는 잡지에 지난 15년 동안 발표된 글들은 더욱 폭넓고 이론적인 글들이다. 이 책은 알랭 바디우의 철학적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인 간단명료하고 분명하게 쓰인 글이다.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바디우는 ‘동시대적 진실의 생산자’로서의 영화 예술과 ‘절대적 진실의 감각적 형상’으로서의 영화 작품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다. 먼저 영화들이 사유하고, 그리고 ‘과연 어떤 주제에서, 영화가 형상화되는가?’라는 사유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철학자의 몫이다. 바로 이 질문이 영화에 대한 바디우 사유의 근원이다. 이 책의 많은 글들에서 영화는 사람들을, 영화 자신의 시간을, 다른 예술들을 착취하는 순수하지 못한 예술이다. 또한, 예술과 비예술 간의 인지 불가능한 장소에 위치한 주요한 예술이다.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명확한 방식으로, 바디우는 그리스 비극, 교양 소설, 오페레타(operetta)가 각각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문화를 나타내는 데 있어 최고의 지표이자 대표적인 사회·정치 예술인 영화를 만든 모든 것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200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한 「철학적 실험으로의 영화」가 있다. 이 글에서 바디우는 미조구치 겐지(Kenji Mizoguchi), 오즈 야스지로(Yasujiro Ozu),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프리츠 랑(Fritz Lang), 하워드 혹스(Howard Hawks), 안소니 만(Anthony Mann)의 영화들과 같은 다수의 새로운 예를 통해 영화를 설명하면서, 세밀하게 영화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킨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알랭 바디우가 생각하는 영화의 진정한 선언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앙투안 드 베크(Antoine de Baecque)[역주: 영화 및 연극 평론가, 파리 10대학 교수,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역임(1996~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