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시대 지식의 초상화, 파우스트의 책
탄생에서 노년까지 인생이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가를 추구하는 삶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호기심’이라 일컬었으니, 『한평생의 지식』은 인생의 중요한 국면마다 고개를 드는 이 호기심에 대한 지식의 대답이다. 먼저 신화와 종교가 설명하는 풍부함 속에서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1부에서는 생명과 지구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언어의 탄생, 미디어 시대의 어린아이의 정체성을 거쳐 합성생명이라는 미래 담론까지 아우른다.
두 번째로 인간은 육체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 두 가지 조건 사이에서 아른거리는 존재다. 2부 “우리 삶은 몸과 마음 사이에 있다”는 이러한 인간 조건을 탐색하기 위해 “인간의 머리를 대신하고 있는” 클라우딩이나 빅데이터를 비롯해 사이보그, 중독처럼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현상을 다룬다.
세 번째로 인간은 사회적으로 노동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 3부 “너는 죽도록 노동해야 살리라”에서는 ‘아르바이트 경제’라는 한국 사회의 현안을 고찰하기도 하고, 갬블도 노동일까 하는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미래에 중요한 이슈가 될 주제를 제시하는가 하면, ‘성서에서의 노동’을 통해 노동의 의미에 담긴 창조적인 정신을 찾아 대안적인 노동의 미래를 찾기도 한다.
네 번째는 “호모루덴스‘, ’호모아르텍스‘, ’호모크레아투라‘로서의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다. 4부 ”삶의 꽃은 놀이의 화분에서 피어난다“는 바둑와 축구처럼 인간을 몰입과 열광으로 몰아넣는 스포츠의 세계, 오늘날 삶의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한 개념으로 등장한 ’게이미피케이션‘ 그리고 놀이의 좀 더 세련된 표현으로서 예술의 미래를 보여 준다.
다섯 번째는 인간이 살면서 나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을 꼽아 본다. 5부 “삶은 재앙을 통과하는 긴 여정이다”에서는 백두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앞으로 심화될 우려가 큰 사이버재난, 그리고 세계 금융 침체를 겪으며 등장한 ‘재난경제학’ 등 앞으로 한국인에게 닥칠 수 있는 미래 재난에 대한 최신 담론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6부 “그리고, 생은 계속된다”에서는 미래 사회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고령화 사회를 들여다본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성찰로서 최근에 ‘웰빙’만큼이나 중요한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는 ‘웰다잉’ 문제, 노년을 찬란한 노을과도 같은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는 노년의 성생활, 관광이라는 1차원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소크라테스의 ‘유다이모니아’ 개념에서 찾는 여가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불멸의 욕구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이 책에서 인간의 한평생의 모양대로 나타난 지식을 보고 있자니, 이것은 지식이 아니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러니까 애써 익혀야 할 지루한 공부거리가 아니다. 세상에 태어난 날부터 요람 밖으로 넘쳐나기 시작하며 굽이굽이 물고기처럼 뛰어 오르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 쿵쿵 심장의 벽을 치는 삶의 놀라운 이야기다. ―기획자 서문에서
★ 최첨단 지식의 자리에 선 36명의 지식인들 한자리에
서울대 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진화 과정에서 후두가 하강한 이유와 마음이론으로 언어의 탄생과 커뮤니케이션의 비밀을 소개했고, 인천대 신방과 이동후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장점과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의 폐해를 모두 분석한다. 서울대 장대익 교수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글로벌 스타일로 진화시킨 엔진을 예로 들며 밈 이론을 흥미롭게 설명했고, 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인문학의 지평을 넓혀 온 주일우 문지 주간은 오바마 캠프가 「섹스 앤 더 시티」를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한 사례를 통해 미래 빅데이터의 역할과 명암을 보여 준다.
싸이의 말춤이 인종과 국경,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의 뇌와 몸을 통해 계속 복제되는 주된 이유는 춤 자체가 쉬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춤의 지침(의미)이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지침(instruction)을 복제하는 경우(별 모양 그림)는 산물(product)을 복제하는 경우(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와는 달리, 복제 충실도가 훨씬 더 높은 경우에 해당된다. ―장대익, 「밈 이론이 제시하는 도발적인 세계관」에서
빅데이터의 부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사람들은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사업가들이다. 오바마 캠프는 뉴욕 지역의 40∼49세 여성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돈을 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였다. 파커는 자기 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모금 행사를 개최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빅데이터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핵심을 짚어낸 것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유권자와 지역 이슈 등 모든 것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분류해 수학적인 계산을 거쳐 공략한다. ―주일우, 「빅데이터, 지식의 덩어리인가 첨단의 분석 도구인가」에서
‘비트학술상’을 수상한 IT 평론가 김국현 씨는 클라우드가 인간의 사유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어 주었고,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책의 미래를 고민하며 ‘공감각하는 책들의 도래’를 예언했다. 한편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의 논문을 썼던 화산학자 소원주 씨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진단했으며,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이름이 올라 있는 암 전문의 김정한 교수는 ‘불멸의 비밀을 담은 유전자’ 텔로미어를 소개하면서 생명 연장의 꿈이 어디까지 이루어지고 있는지 타진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에 존재하는 특정 염기 서열이 반복되는 DNA 조각으로, 염색체의 손상이나 다른 염색체와의 결합을 방지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런데 정상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이 텔로미어는 마치 태엽으로 돌아가는 시계처럼 길이가 조금씩 짧아진다. 이런 식으로 그 길이가 노화점에 이르게 되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사멸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노화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나이를 먹을수록 텔로미어는 필연적으로 점점 짧아지고, 세포들이 분열할 수 있는 횟수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세포의 분열 횟수, 다시 말해 텔로미어의 길이와 수명이 함수관계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텔로미어는 바로 생명체의 ‘수명 시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생명체마다 수명이 다른 이유도 테로미어의 길이 차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김정한, 「불멸, 생명 연장의 꿈」에서
★ 우리 시대 가장 필요한 고민, 미래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한국인이 가장 고민해야 하는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는 ‘슈퍼직장인증후군’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최고, 노동 시간 최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 국민은 왜 이렇게 죽도록 일만 하는 것일까? 철학자 강신주 씨는 오랜 독재의 잔재와 워커홀릭의 탄생, 그리고 인문학의 후퇴 원인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잘사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촉구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일만 했던 오래된 독재의 경험, 그리고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일자리 자체를 지상의 가치로 만들었던 산업자본의 압력.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강화시키면서 우리를 워커홀릭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일만 하는 가축과도 같은 삶은 그래서 탄생했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향유하는 시간은 망각되어 버린 것이다. 미셸 푸코의 지적처럼 지배와 억압이 관철되는 최종 장소가 주체인 것처럼 자유와 행복이 실현되어야 하는 장소도 주체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 시대에 더욱 인문학이 필요한 게 아닌가. 인문학은 수동적이고 관습적인 주체를 능동적이고 성찰적인 주체로 변형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깊게 생각할 일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될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라는 덕목이라는 것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