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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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0131권.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최승자 시인이 2011년에 출간한 『물 위에 씌어진』을 수정.증보한 개정판 시집이다. 11년 만의 성공적인 복귀 이후, 일 년 반 만에 나온 일곱 번째 시집이다. 병원을 오가며 투병 중에 씌어진 여섯 번째 시집과는 달리 이번 시집『물 위에 씌어진』에 실린 60편의 시는 전부 정신과 병동에서 씌어진 것들이다. 표독이 제거된 시는 물 위에 쓰인 시처럼 한 없이 여리고 위태롭다. 시인의 언어는 수없이 미끄러지며 결합과 분리를 반복한다. 마치 작은 터널에 들어온 것처럼 끊임없이 환유한다. 이로 인해 더욱 충만해진 의미들은 온전히 결합하며 ‘가볍게 떠오르는 그러나 깊은’ 최승자 시인만의 독특한 무의식의 언어를 보여준다. “폐허로 오시라 나의 아씨들이여/더욱 슬퍼하기 위하여 오시라 내 詩의 아씨들이여/ 고독과 슬픔은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을” 오랜 세월 고독과 슬픔으로 쌓아 올린 시인의 폐허는 아직도 짓지 못한 내 집이자 존재 그 자체이다. 허무와 허망을 너무 일찍이 알아버린 시인이 꿈꿔왔을 초월의 세계는 神을 통해 비로소 가장 불쌍한 현존재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에게 돌아온 시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존재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하이데거적 본래의 향기”를 꿈꾸는 시인은 경제적인 언어로 현대 문명의 비본래적 실존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