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국제개발협력, 그 답은 주민들 속에, 현장 속에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건 모두 똑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케냐, 마사이 사람들은 우물을 파고, 학교를 짓고, 농사를 배운다. 때로는 일상에 치여 조금 늦어지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히 내일을 향한 오늘을 산다.
마사이 사람들의 말로 램브리스는 은총을, 나시바이는 행복을 뜻한다.
그곳의 주민들이 선물한 새로운 이름으로 강성원 램브리스와 이영아 나시바이, 두 활동가들은 그곳의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이며, 주민들 스스로 변화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되어 팔을 걷어붙인다. 두 활동가들은 수없이 고민하며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국제개발 현장의 활동가들과 국제개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며, 케냐에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고민을 이 책에 담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국제활동에 대한 기대와 선망이 점점 커지는 듯하다. 헬기를 타고 긴급구호 현장으로 날아가 식량을 던져주거나 국제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처럼 매체 속에 나타난 활동가들의 멋있는 활동 모습을 보면서 국제활동에 대한 꿈을 품는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케냐를 포함한 대부분 사하라 사막의 남쪽에 위치한 아프리카는 지난 50년을, 서구 열강들에 의한 식민지배에 시달려왔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연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이들은 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몸살을 앓게 되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해져 목초지는 사라지고 강은 말라버렸다.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자연과 잘 어울려 살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까지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국제개발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흔히 하는 말들이 있다.
“주민들의 역량강화가 중요합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라고 물으면, 명쾌한 해답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외부에서 마을조사를 하겠다며 큰 차를 타고 먼지를 풀풀 날리며 마을에 들어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취재하듯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받아 적고 사진 몇 장 찍고, 그러고는 다시 큰 차에 몸을 싣고 먼지와 함께 사라지는 단체들이 있다. 정부나 주민들의 기술이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한 시설들이 정부나 주민들이 운영할 능력이 없어 방치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국 기준으로 최신 설비를 마련해 지원했지만 전기가 없어서, 기술자가 없어서, 의사가 없어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많은 지원 단체들이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왔다. 주민들의 참여 없이 지원 단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은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이들이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다. 결코 이곳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일 속에 주민들이 자리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원된 기계들이 고장이 난 채 방치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고가의 기계라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주민들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또 다시 물통을 들고 물을 찾아 걷는다. 그 프로젝트에는 주민들의 뜻, 주민들의 생각, 주민들의 활동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현지 주민들에게 주인의식이 없다고 투덜댔다. 정작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식민지배가 그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여러 구호단체의 잘못된 지원이 그들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성과 위주의 단기 프로젝트 방식
학교, 병원, 우물 등 건물이나 시설 위주의 하드웨어 지원은 단기간 내에 빠른 성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인해 홍보나 모금에 용이하고 그것으로 더 많은 후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주민들은 배제되고 주민중심의 마을개발이 아닌 외부인들에 의한 무분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그리고 외부의 시각으로 판단하여 만들어진 계획으로 지원된 건물과 시설은 늘 관리의 어려움을 안게 된다. 고장이 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으면 우리는 너무 쉽게 주인의식이 없다고 주민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린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민참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만들어 놓기만 하고 한두 번의 교육으로 모든 것을 주민들이 알아서 관리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활동이다. 그리고 역량강화가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단기적으로 결과가 도출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성과 위주의 방식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정해져 있는 기간 동안 성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에는 항상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단기 프로젝트의 한계인 것임을 알면서도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는 일이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그것을 원하는가’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NGO단체들이 식수난이 심각해 보이는 지역에 핸드펌프를 지원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집에 가까이 있는 그 시설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내막을 살펴보니 여성들이 오가며 수다도 떨고, 가사노동에서 벗어나는 해방감도 느낀다고 하면서 집 근처에 있는 식수원을 두고 일부러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물을 뜨러 다닌다고 했다. 우리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