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일상을 살아가는 133명 영웅들의 희망을 듣다
먼 옛날 신화 속 두 주인공이 놀고먹을 수 있는 특권을 박탈당한 이래로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백(20대는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88만 원 세대 같은 살벌한 말들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자의든 타의든 죽을 때까지 ‘일’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 동료는, 내 이웃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은 라디오 진행자이자 인터뷰 진행자로 유명한 스터즈 터클이 일하는 사람들 133명을 만나 이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글로 옮겨 놓은 인터뷰집이다. 1970년대에 출간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일>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 이외에도 이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생활에 관해 늘어놓는 자랑과 만족 섞인 투정, 갈등과 차별에 대한 불평과 분노, 미래에 대한 상상과 희망 등을 통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삶으로서의 일’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은이와 133명 인터뷰이가 함께 보여주는 ‘체험, 삶의 현장’
이 책은 구술사를 통해 미국 민중의 역사를 재구성해온 미국의 언론인 스터즈 터클이 133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하는 일과 사는 이야기를 담은 노작(勞作)이다. 원서의 부제는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다”이다. 터클은 사람들을 만나 단순히 그들에게 질문하고 원하는 답을 얻으려 하지 않고,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런 핍진함은 책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주인공들의 투박하고 거친 목소리에서,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삶의 진정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직업의 향연, 생활의 발견
이 책에서 독자들은 다양한 직업들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땅에서 일하는 농부, 광부에서 사람을 다루는 전화 교환원, 매춘부, 광고 업계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 청소부, 경찰, 자동차 산업 노동자, 직업운동가, 부동산중개인, 요트중개인, 운동선수, 전업주부, 연금생활자, 무덤 파는 인부, 신부를 비롯해 띄엄띄엄 살펴보아도 한 시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할 만한 직업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양한 것은 직업만이 아니다. 직업을 대하는 태도 또한 각양각색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려 어서 그 일에서 벗어나기만을 고대하기도 하며, 직업을 통해 꿈을 이루기도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직업을 유지하기도 한다. 근속연수 30년을 채우고 퇴직할 날만 기다리는 노동자도 있고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를 꿈꾸는 신문배달 소년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만나는 것은 단순히 133개의 직업이 아니라 133명의 인생역정인 것이다.
7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미국 민중사 재정리
1970년 즈음의 미국은 기계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가며 노동자들이 일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체화하던 시기였고, 인종 갈등과 성차별, 관료주의와 위선, 보람과 권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경쇠약 직전의 사회’였던 것이다. 터클은 예리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이 무렵 사람들의 엇갈린 의식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소명으로서의 직업이 아니라 내키지 않는 일,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일로서의 직업관이 등장하고 있는 모습과,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일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일을 즐기며 자신의 전부로 여기는 모습을 함께 담아 현대 미국 민중사를 정리해냈다.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에 대한 탐색과 통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처음에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다 ‘일’ 자체에 대한, 일을 하며 사는 데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해나간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고민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어렵거나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그 깊이가 깊다. 터클이 발견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일은 가장 하층의 노동자에게조차도 “하루의 빵뿐 아니라 하루의 의미를 찾기 위한” 탐색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그 일들이 스스로 하는 말들에 귀를 기울인다면 내가 하는 일, 하려는 일, 했던 일에 대해서,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