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시설을 나서다

최태현님 외 9명 · 사회과학
3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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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첫 번째 목소리: 조상지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 조상지가 말하는 법 장애가 있는 아이, 조상지 열다섯에 들어간 요양원 조상지의 어머니, 이해옥 지역사회로 01_ 시설은 어떤 공간인가 시설은 무엇인가 시설의 종류 시설의 특징과 시설화 시설적 문화 시설은 어떻게 형성됐는가 시설의 기원과 현재 시설의 성장: 국가, 시설, 지역사회 간 침묵의 카르텔 시설의 구조 자체 질서를 생성하는 폐쇄적 공간 사회복지법인시설의 운영구조 시설의 확대재생산 유인구조 시설 속 직원들 02_ 시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다 국가, 시설사회의 또 다른 주체 시설의 정당화 국가, 지원하되 책임지지 않는 시설 유지의 참혹한 대가 시설정책과 시설의 지속성 두 번째 목소리: 박만순 49년 만에 다시 만난 세계 시설에서의 일상 그저 두려웠던 말, 탈시설 탈시설과 큰 웃음 자기 삶의 지도를 그리다 03_ 탈시설로 먼저 나아간 국가들 그들은 왜 탈시설을 선택했는가 캐나다: 인정, 사과, 배상 뉴질랜드: 철저한 조사 미국: 소송에서 입법으로 스웨덴: 우생학적 국가에서 선도적 탈시설 국가로 30년 전에도 발견된 사실: 탈시설의 효과 국제규범의 등장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가이드라인 세 번째 목소리: 우리 잘 살고 있어요! 말하고, 표현하고, 살아가고 노래방과 뒷머리 뽕 04_ 탈시설을 둘러싼 우려에 답하다 탈시설을 위한 변론 당사자가 정말 원하나요? 법률에 담긴 자기결정권 시설 선택도 자기결정권 행사인가요? 장애인이니까 자립역량을 조사하겠다고요? 탈시설, 정말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반대하는 가족들도 있던데요? 가족들이 정말 원하는 것 탈시설은 탈가족돌봄 시설 밖은 위험하지 않나요? 박현 활동가의 삶 어디가 덜 위험할까요? 장소의 문제일까요, 관계의 문제일까요? 시설에서 일하던 사람들 일자리는요? 탈시설, 정말 괜찮은 거예요? 예산이 많이 든다는데, 가능한가요?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까요? 05_ 탈시설정책은 어디까지 왔나 존엄의 실현을 위한 탈시설 탈시설과 주거권 탈시설을 위한 선결과제, 주거 탈시설정책의 주거 전제: 주거우선housing first 탈시설 이후 주거 마련: 지원주택과 자립정착금 탈시설과 소득보장 탈시설과 연금 탈시설과 노동 탈시설과 활동지원 활동지원정책 '대신 결정'이 아닌 '결정 지원'으로 탈시설과 자립생활: 궁극적 목표 자립을 향한 과제들 마지막 목소리: 활동가들이 띄우는 초대장 탈시설이라는 가능성 시설거주인들의 인권 그들에게도 기회를 그들이 가져온 변화들 더 큰 변화를 상상하며 시설이 우리의 무덤이 아니길 여기가家: 비용을 넘어 함께 상상하는 내일 주석 탈시설운동 연대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사는 '시설 너머 세계'에서 띄우는 초대장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다 시설 역사부터 정책 대안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탈시설 입문서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동네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이런 사회를 지향하는 '탈시설'이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 것은 우리가 시설을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존재로 인식해서다. '혼자 살 능력이 없는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수많은 장애인이 시설에 머무는 현실을 정당화하는 논리이자 우리 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상식이다.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와 인권침해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지만 '시설 말고 대안이 없지 않냐'는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런 우리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장애인탈시설운동가와 학자로 구성된 저자들은 시설의 기원과 역사·특징 등에 대한 연구, 이미 탈시설로 나아간 외국 사례, 탈시설에 품는 의문과 그에 대한 반론, 탈시설에 필요한 정책 대안 등 탈시설 담론 전반을 두루 다룬다. 자기 삶과 존재로 탈시설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이를 통해 탈시설이 그저 이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오래전에 시작돼 대안과 성과까지 나온 '현실적'인 이야기임을 입증한다. 그런 점에서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탈시설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이미 만들어온 미래, '시설 너머 세계의 소식'을 섬세하게 포착한 기록이다. 탈시설 당사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유승하 만화가, 황인혜 작가의 그림(8컷)은 시설의 실상과 탈시설 이후의 삶을 시각적으로도 잘 전달한다. 저자들이 설명하는 탈시설의 필요성은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동, 노숙인, 정신질환자, 노인처럼 언제든 시설에 보내질 수 있는 이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해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취약한 존재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 질문에 대한 힌트와 해답을 제시하며 "다양한 몸이 어우러져 서로의 취약성을 보듬고 돌보는 세계"(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시설, 자율성을 박탈하는 공간 시설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장애인, 노인, 아동, 노숙인 등 수용 대상이 다양하고, 같은 장애인시설도 목적, 규모, 운영 방식이 제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모든 시설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설에 머무는 이들은 시설장과 직원의 '관리' 아래 놓인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다시 정해진 시간에 잠자는 생활이 반복된다. 사소한 일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올 때마다 시설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사람과 동침하거나,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려고 해도 시설 안에서 임의로 가능한 것이 없다."(196쪽) 이렇게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스스로 일상을 꾸릴 권한을 박탈당한다. 요양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뇌병변장애인 조상지의 말이 이를 입증한다. 시설에서는 생각을 하면 괴로웠기에 생각을 멈추는 것이 곧 시설에 '적응'하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시설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고민할 일도 없어요. 시설에서 정해준 것만 하면 되니까요. 먹고 싶은 걸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어차피 시설에서는 먹을 수 없으니까요. … 생각을 하면 내가 괴로우니까 점점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그게 적응 아닐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어차피 나는 시설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포기한 게 시설에 적응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36~37쪽) 이런 현실은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시설에 가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을 뒤집는다. "장애를 지닌 이가 반드시 불능/무력하기 때문에 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설에 들어갔기 때문에 불능화/무력화"(59쪽)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력해진 장애인들은 쉽게 '통제'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학대의 대상이 된다. 같은 방에서 거주하는 사람 수를 줄이고, 활동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시설 문제는 학대와 인권침해가 발생한 일부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와 강요, 차별과 폭력이 생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151쪽) 자체의 문제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나아가 시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탈시설로 먼저 나아간 나라들이 입증한 것 저자들은 이미 그 길을 선택한 외국 사례를 통해 소위 선진국 시설도 인권을 보장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400명 규모 건물에 3,000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이 과밀수용되고 바닥 닦기 등의 강제 노동 때문에 거주인의 손과 무릎에 거대한 궤양이 생겼던 휴로니아(캐나다),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신체 구금을 비롯한 각종 신체적·성적 학대를 저지르고 약물 오남용 등을 자행한 레이크 앨리스 정신병원(뉴질랜드), 거주인의 뼈가 부러져도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방에 사람들을 모아둔 채 호스로 물을 뿌리는 일로 목욕을 대신한 펜허스트 주립학교(미국)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설의 학대와 인권침해를 목격한 뒤, 캐나다·뉴질랜드·미국 등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시설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후 여러 학자들은 탈시설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시설에서 사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도 좋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례로 제임스 콘로이 박사가 펜허스트 시설에 살다가 지역사회로 나온 사람 1,15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의 자립성이 증대했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탈시설 관련 연구가 대형 시설·소규모 시설·지역사회 중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가장 좋은 삶의 형태임이 명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탈시설을 둘러싼 우려와 반론 탈시설로 나아간 여러 나라의 사례와 탈시설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이미 있지만, 탈시설을 둘러싼 우려가 분명히 존재한다. 당사자가 정말 시설을 나가고 싶어 하는지, 시설 직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어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등 탈시설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놓고 여러 우려가 제기된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런 의문들에도 답을 제시한다. 두 가지만 살펴보자. 첫 번째는 '정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우려는 장애인 당사자와 지역사회 양 측면에서 제기된다. 우선 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을 나와 범죄 피해자가 되는 등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다. 돌보는 사람이 장애인을 학대하면 오히려 단둘이 있는 집이 시설보다 위험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질문의 방향을 돌려 장애인에게 어디가 더 안전한지 묻는 대신 어떻게 장애인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하며, 그 해답은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안전은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강화를 통해 확보해 나갈 수 있다."(196쪽) 가족과 친구가 어떤 장애인을 자주 방문하고 그의 일상과 건강에 관심을 보이면, 그 사실을 주위 사람도 알면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계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은 개인 주택보다 불리한 점이 많다. 장애인시설이 대개 도심 외곽에 있어 사람들이 왕래하기 어렵고, 시설이 도심에 있어도 방문객을 개인적으로 만날 공간이 마땅치 않거나 외부 사람이 방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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