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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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이 온다! 소설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이 등장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듣고 보면 묘하게 설득이 된다. 이들의 조상은 대대로 나라를 세우는 것을 돕고, 종교를 전파하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강력한 법률을 제정하고, 은광을 채굴하고, 농사 기술을 발전시키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천 년의 실패 끝에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리하여 대를 이어 사람을 죽이게 된 이 가족은 철저한 역할 분담과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살인'한다. 할아버지는 독제사, 할머니는 폭파 전문가, 아빠는 자살 전문가, 엄마는 암기술 전문가, 삼촌은 근접 살인 전문가, 형은 사고사 전문가, 누나는 저격수…….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세상에 악당은 없어. 그냥 각자 입장이 다른 거지.” -본문 중에서-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킬러는 판단하지 않는다. 고로, 이념이나 대의를 위해 직접 제거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의뢰를 받고,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하여, 죽일 뿐이다. 그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죽음을 막기도 하고 정의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배다른 동생이 30명쯤 생기기 전에 아버지를 죽여 달라거나, 30년 전에 곗돈을 들고 도망간 계주를 죽여 달라는 사사로운 의뢰를 수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것이 각자의 인생에서는 정의 구현만큼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킬러’와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소재와는 별개로, 이 소설은 ‘통째로 바뀌지 않는다면 당장 가려운 부분이라도 긁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바람을 유쾌하게 실현해주고 있다. "그렇게 문제가 많은 사회를 왜 지속해야 하는데? 나는 고양이 키우는 게 꿈이야."(167p)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 아주 소소한 행복일 테니 말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과 이갑수 작가표 유머가 녹아 있는 작품 이 책은 헤겔의 『합기도 입문』이라는 가상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이갑수 작가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킬러 가족에게 도착한 다양한 의뢰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관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를 테면, 제니가 총을 쏠 때마다 부르는 포켓몬스터 이름과 국회의사당을 폭파하자 등장한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또한 헤겔의 첫 저작이었다는 『합기도 입문』,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헤겔의 무술 선생 ‘홍’, 종로구에 위치한 ‘아리투헤나 대사관’ 등 너무 진지하고 디테일한 묘사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