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정신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병이나 그렇겠지만 정신질환은 특히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걸리지 않으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미치광이’, ‘사이코’ 등 부정적인 언어는 정신질환이 환자와 별개인 ‘질병’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결함’이라는 그릇된 편견을 낳는다. 신체적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과 약물 치료, 상담 등을 통해 대개 증상을 완화하고 사회와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살 수 있음에도,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기 전 그 옛날의 원시적인 두려움과 신비가 아직도 이 질병을 어둡게 가리고 있다.
평범한 스물여섯 살 청년의 일상이 송두리째 뒤집히다
<어느 날 거울에 광인이 나타났다>의 저자 잭 맥더멋은 정신증 삽화를 일으켰을 때 자신의 상태와 정신병원 안팎에서 겪은 사건들을 감상 없이 솔직히 묘사함으로써 정신질환을 보는 시선을 바꾸고자 한다. 자신이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처음 받아들인 순간의 충격, 조증의 발작을 겪는 동안 ‘자신’이 벌인 여러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 평생 힘들게 일해 얻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을 지운다는 죄책감까지, 잭의 경험담을 읽다보면 정신질환자가 극복해야 하는 수많은 어려움 중에서 질병 자체는 일부일 뿐이며, 그들이 다시 두 발로 서기 위해서는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이고 편견 없는 지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난이나 정신질환이 아니었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사람들에 대하여
이 책은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회고록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정신병원에서 결국 인생을 마감한 조현병 환자 삼촌의 안타까운 삶은 물론, 열악한 환경과 체제적 차별에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을 보고 자랐고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였다.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국선변호인이 된 그는 미국의 사법제도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인종차별과 교도소가 미국 최대의 정신병원이 된 참담한 현실을 비판하며 자신의 질병을 넘어 더 광대하고 포괄적인 사회적, 체제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내가 나를 잊어버릴 때에도 붙잡아주는 한 사람
이 책은 잭의 이야기이지만, 잭의 이야기는 그의 어머니 ‘버드’가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책임감 없는 첫 남편과 독단적인 두 번째 남편에게 시달리며 거의 혼자 힘으로 세 남매를 키우는 중에도 학업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여 교사가 된 잭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영감이자 버팀목이다. 정신질환에 걸린 아들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거나 겁을 내며 남들에게 떠맡기는 대신 버드는 자신이 키운 아들의 모습을 믿으며 침착하게 곁을 지킨다. 아들의 사진을 가져가서 병원 관계자들에게 그가 사랑받는 한 인간임을 상기시키고, 우울증에 빠져 허덕이는 잭에게 그의 어릴 적 일화를 들려주며 자신이 누군지 잊지 말라고 용기를 주며, 직장에 병세를 알리고 룸메이트들에게 월세와 공과금을 전달하는 등 잭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를 해놓는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의 저자 리단이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정신질환의 삽화로 인해 현실감각과 정체성이 흔들린 환자가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잡아주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이라는 것을 저자는 어머니 버드의 이야기를 통해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