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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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골 의사의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감동의 이야기들 국내 처음으로 번역되는 불가코프의 데뷔작이다. 7편의 연작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젊은 의사의 수기』는 실제로 의사로 활동했던 불가코프 자신의 체험이 녹아 들어가 있다. 의대를 방금 졸업한 신참 의사는 기차역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벽촌에 배치된다. 그 지역에 의사라고는 자신 한 명뿐이다. 경험이 없는데, 조언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약이나 달라는 환자에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수술을 책에서나 봤을 뿐이다……. 젊은 의사는 매일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황과 만나고, 의사가 되려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면서 하루 백 명의 환자를 진찰한다.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불가코프의 초기 걸작. “나는 감격스럽게 외래 환자 등록대장을 펼치고 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따져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계산을 마쳤다. 저녁 이 시각까지 1년 동안 나는 1만 5613명의 환자를 받았다. 내가 치료한 입원 환자는 약 2백 명이고, 그중 오직 여섯 명만 목숨을 잃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 진술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함께 수록된 『붉은 관 - 질병의 역사』와 『모르핀』 역시 작가의 의사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모르핀』은 『젊은 의사의 수기』와 동일한 화자가 등장하지만, 별개의 작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청년 의사가 한 번 진통제로 주사해 본 모르핀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그래프까지 그려 보이며 의사다운 냉철한 눈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역시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불가코프는 당초 『의료인』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이 작품들을 책으로 묶어 낼 계획이었지만, 이 구상은 결국 생전에는 실현되지 않았다. 신변의 위협 때문에 미출간 원고들조차 불태워 버려야 할 정도로 절박했던 작가의 사정이 원인이었으리라 추측된다(불멸의 명성을 획득한 “원고는 불타지 않는 것이다”라는 경구는 그런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 작품들이 러시아에서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은 작가가 사망한 지 20년이 훨씬 지난 196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이때도 『모르핀』 등은 수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읽어 보려는 사람은 문서 보관소에서 해당 잡지를 찾아보아야 했다. 외국에서만 출간되었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비롯하여 불가코프의 모든 작품들이 온전한 저작집으로 러시아에서 출간된 것은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인 1989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