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 소설
3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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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안개의 사나이, 끝내 안개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 한국형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안개의 사나이』 출간 『최후의 증인』, 『여명의 눈동자』, 『어느 창녀의 죽음』의 작가 김성종의 신작 장편 추리소설 『안개의 사나이』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됐다. 한국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성종은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운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작가다. 그를 한국적 추리소설의 지평을 연 작가로 볼 때에, “선생님의 추리문학은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비정파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요. 한국적인 현실을 한국적인 정서에 가장 잘 맞는 문체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김상헌, 「김성종과의 대담」, 《엑스칼리버》 1997년 7월호.) 2008년 첫 신작으로 발표한 『안개의 사나이』는 이러한 맥락 속 김성종의 완숙한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내 보여 준다. 『안개의 사나이』는 어느 살인 청부업자의 안개 속 청부 살인과 그의 뒤를 쫓는 형사들을 비정하고 건조한 문체로 그려낸 장편 추리소설로서, 유명 정치인의 살인 사건 이후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병폐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현대 한국 사회의 어둡고 비정한 현실을 조명하는 한국형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 살인 청부업자인 ‘나’의 고백 vs 범인의 뒤를 쫓는 형사들의 「수사 노트」 김성종의 독특한 문체는 ‘시각적 내지는 영상적 언어를 구사하고, 군더더기 없이 오감(五感)에 호소’하는 데에 있다. 특히 김성종은 ‘시간적, 공간적 묘사에 충실함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면들 속에 스릴과 서스펜스를 추구’(백휴, 『김성종 읽기』, 남도, 1999.)하는 작가다. 이러한 김성종의 문체가 여실히 드러나 있는 『안개의 사나이』는 특히 살인 청부업자인 ‘나’의 고백과 형사들의 「수사 노트」를 교차 편집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때 「수사 노트」는 주인공인 ‘나’가 살인 사건 수사가 종결된 후 형사들의 이야기와 주변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수사 노트?1 이 수사 노트는 살인 사건 수사가 끝난 뒤에 내가 수사관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하고 거기에 약간의 설명과 상상을 더해 내 나름대로 수사관의 입장에서 한번 재구성해 본 것이다. 조금 틀린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에 거의 부합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여기에 소개해 본다. (54쪽) ‘나’의 고백은 살인 청부업자의 불안한 심리를 따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수사 노트」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태도를 견지한 수사관의 행적을 따라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수사 노트」는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서술을 통해 수사관의 노트를 실제로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어 사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 안개와 불완전 범죄, 비정하고 씁쓸한 결말 언덕 위로 올라갈수록 안개가 점점 짙어지더니 조금 후에는 일 미터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의 벽 속에 완전히 갇혀버린 느낌이 들었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안개의 벽을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헤드라이트를 켠 차들이 느릿느릿 굴러가고 있었다. 안개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모든 것을 휘감고 혓바닥으로 하나하나 핥아대고 있는 것 같았다. (64~65쪽) 나는 다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안개야. 세 번째 안개…… 그것이 변덕을 부리고 있는 것이겠지. (84~85쪽) 『안개의 사나이』의 사건은 ‘안개’ 속에서 시작하여 ‘안개’에 갇혀 끝나면서 그 미묘한 ‘불완전성’을 담보한다. ‘안개’는 살인청부업자 ‘나’의 범죄/정체를 가려주는 벽이자, 동시에 범죄 이후 그의 행보(도주)를 가로막는 벽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두꺼운 안개의 벽이 무너지기를 기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완전 범죄의 벽 또한 무너지기를 기대하는 역설에 처한다. 완벽함이란 없는 것이다. 이쪽에서 아무리 완벽하게 각본을 짜놓아도 상대방이 나보다 더 치밀하게 뚫고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나는 두뇌 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 자신이 그 싸움에 뛰어들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나는 마치 막연히 날씨가 개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26쪽) 결국 ‘안개’ 상황의 역설은 비정하고 씁쓸한 결말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된다. 안개의 벽에 갇혀 있던 범죄는 명징한 빛과 같은 형사의 추리로써 그 벽이 깨어지면서 피비린내 나는 범죄의 현장으로 인도되기 때문이다. “안개가 틀림없는 것 같아. 이건 완전히 안 형사의 추리가 적중한 거야. 대단한 추리야. 수고했어.” (247쪽) 나는 미주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눈처럼 하얗던 털은 어느새 붉게 변해 있던 것이다. (...) “이거 사람 피 아닙니까?” (282쪽) 그러나, ‘안개’ 같은 범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안개의 벽은 끝까지 깨어지지 않으면서 소설의 씁쓸한 결말을 장식한다. 살인범의 본명 하나 밝혀내지 못하는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어느 신문의 칼럼 제목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안개의 사나이, 끝내 안개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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