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의
금박으로 불타는
얇은 숄만 걸친 채
아이들의 책만 읽고
더없이 다정한
파리한 하늘빛 에나멜 너머로
숨결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고
침묵
예민한 청각은 돛을 올리고
금지된 삶을 숨 쉬며
말들은 얼마나 천천히 걷고
춥고 가난한 광선이
음산한 공기가 축축이 울려 퍼지나
오늘은 불길한 날
영혼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
조가비
하나같이 똑같은 별빛을
행인
카지노
황금
루터교인
성 소피야 성당
추락은 언제나 공포의 동반자
노트르담
아니다, 달이 아니라 밝게 빛나는 벽시계의 둥근판이
추워서 떨고 있는 나
페테르부르크 시
바흐
해군성
안락한 생활로 미쳐 버린 우리
테니스
미국 여자
돔비와 아들
상한 빵, 고갈된 공기
오시안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고
유럽
지팡이
교황 베네딕트 15세의 회칙에 부쳐
숲 속에는 꾀꼬리가 있고
자화상
이집트인
존재하지도 않은 자유를
말무리는 즐거운 울음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나는 저 유명한 <페드르>를 보지 못하리
불면, 호머, 팽팽한 돛들
처녀들의 불협화음 합창 속에서
짚이 깔린 썰매를 타고
나는 춥다, 투명한 봄은
검은 태양
네바 강가 어딘가에서
데카브리스트
카산드라에게
귀뚜라미 시계가 노래하는 것
자유의 황혼
저 무서운 꼭대기에서 떠도는 불빛
비가
크렘린의 검은 광장 위
무거움과 부드러움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나리라
난 하고 싶은 말을 잊었다
다정한 초원을 밟고 가는 그림자의 우너무 속으로
기차역 콘서트
시대
석판 위의 송시
당신은 네모난 창문을 가진 높지 않은 집들
레닌그라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다가오는 세기의 울려 퍼지는 용기를 위해
뜰에는 어둠, 지주 귀족의 거짓말!
인상주의
스탈린 에피그램
여긴 어떤 거리인가?
흑토
집들로부터, 숲으로부터
고개 숙인 나뭇가지 사이로
나 홀로 얼굴 속 추위를 본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비교하지 마라
태고의 얼음 소리를 듣는다
넌 아직 죽지 않았어
지금 나는 빛의 거미줄 속에 있다
이 정월에 나 어디로 갈까?
빛과 그림자의 순교자 렘브란트처럼
영혼이 메마르고, 목이 젖어 있을 때
좁은 땅벌의 눈으로 무장한
내가 수직의 호수를 바라보니
이것은 광기의 시초
하늘에서 길 잃은 나……무엇을 할까?
배꽃과 벚꽃이 나를 노렸나 보다
텅 빈 땅을 향해 무심코 구부리며
해설 말의 힘을 숭배한 시인 만델슈탐ㆍ조주관
에세이 나의 사랑하는 적敵, 만델슈탐ㆍ이장욱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