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7년, 38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
고르고 엮은 대표시 200여 편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고 / 가슴 졸여 사랑했던 일들을 /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 주황빛 혼곤한 슬픔과 / 성가신 그리움이며 슬픔들까지 /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 ‘책머리에’ 중에서
‘풀꽃시인’ 나태주는 부지런한 시인이다. 1971년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올해로 등단 47년을 맞았는데,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부터 현재까지 38권의 창작시집을 출간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째서 그는 그렇게 시에 매달리며 살았을까? 시인에게 “시는 물이고, 공기이며, 밥과 같은 것”이라고 나태주 시인은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시는 생존 수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나태주 대표시 선집 :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이런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대표성을 띤 작품을 고르고 골라 엮은 것이다.
세상에 대한 둥글고도 부드럽고
서럽도록 아름다운 눈길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가리켜 “다시 한 번 시 전집을 내는 심정으로 엮은 시집”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시들은 대표성이 있고 나태주 시의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 2015년작부터 1970년작까지 창작 연도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200여 편의 시들은 나태주 시인의 시력(詩歷)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또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나태주 시인의 문학연보와 화보가 실려 있다. 그의 삶 자체인 시의 흐름과 함께 청년 나태주의 모습부터 70대 노년에 이른 모습까지 시인의 삶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자신의 시를 읽고 싶으면 이 대표시 선집을 보아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나태주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에게도 이 시집이 소중한 선물 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언젠가 나태주 시인이 편집자에게 보낸 글을 소개한다.
“생애사에 따라 시인은 유소년에서 청년, 장년으로 자라고 드디어 노년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것도 실은 성장이고 진화이고 또 인생의 완성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제 노년에 이른 사람으로 약간은 헐겁고 무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타이트한 시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또 현실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요구하기도 힘들다. 다만 그는 세상에 대해서 둥글고도 부드럽고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눈길로 축복의 말을 남기기를 소망한다. 바로 그런 언어의 자취들이 오늘날 그의 시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