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하나의 사건, 여섯 명의 증언자, 그리고 또 한 사람… 가해자는 어떤 사람인가? 피해자는 어떤 사람인가? 엘리트 남편, 미모의 아내, 아들과 딸…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서 행복해 보이던 일가족이 모두 식칼에 찔려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범인은커녕 범행 동기조차 알아내지 못했고, 그대로 일 년여의 시간이 흐른다. 대중의 관심조차 흐릿해져가던 어느 날, 한 르포라이터가 심층 취재를 기획한 듯 새삼 피해자의 지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증언이 쌓여갈수록 사건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나는데….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어느 살인 사건에 대한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웃집 아주머니부터 백화점 요리 교실을 함께 다닌 여자, 대학 동기, 십수 년을 함께한 회사 동료 등 지인들은 피해자 부부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다. 마치 누군가의 ‘뒷담화’를 엿듣는 기분이 들어 어느 소설보다도 현장감이 뚜렷하고 순식간에 작품에 몰입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다량의 실마리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독자로서 추리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어리석은 자의 기록》의 첫 장을 펴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사에 길이 새겨질, 충격적인 반전 인간 심리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낱낱이 파헤치다 뉴스를 보다가 한때 알던 사람이 살인 사건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와 그 사건을 주제로 책을 쓰려 한다며 피해자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 그는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일까 어딘지 차갑고 비열한 구석도 있었다는 이야기일까. 작품 초반, 대부분의 독자는 ‘남들에게 해 한 번 끼친 적 없는 부부가 불쌍하게 죽고 말았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그 판단에 조금씩 금이 간다. 알면 알수록 피해자 부부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인간이었으니 ‘살해당해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어리석었다’라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고 마는 것. 그리고 마침내 범인과 범행 동기가 드러나는 순간, 지금껏 내린 모든 판단은 송두리째 뒤흔들리는데…. 일본의 서평가 오야 히로코는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평가의 잣대가 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품 속 증언자들도,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터. 누쿠이 도쿠로가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라는 제목에 담으려 한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그때, 이 작품의 거대한 마지막 반전이 시작될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어리석은 본성을 철저하게 파헤친 이 작품은 그 재미와 깊이를 인정받은 끝에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드물게 135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2017년에는 톱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원제를 한국식으로 독음한 《우행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데, 번역을 섬세하게 다듬어 새 옷을 입히고 제목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의미를 풀어 적는 등 2017년에 걸맞은 감각으로 새로이 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