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그래픽노블 파리코뮌》의 작가, 프랑스 국민만화가 자크 타르디의 대표작
‘만화계의 오스카상’ 아이스너상을 수상한 《그것은 참호전이었다1914-1918》 전격 출간!
1차 세계대전 중 참호 속 군인들을 통해 보는 전쟁, 그리고 인간
프랑스의 국민 만화가이자 그래픽노블 작가, 1970~8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 그래픽노블의 거장으로 꼽히는 자크 타르디의 대표작이다. 진흙, 추위, 들쥐, 공포, 악취, 포탄 소리, 하나둘씩 쓰러지는 전우들의 비명소리…. 저자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할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전쟁 기간 참호와 그 주변에서 사라져간 병사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 1993년 처음 출간된 후 2014년에 전체 원고를 수정, 보완하고 타르디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가한 20주년 특별판이 출간되었다. 한국어 번역판은 20주년 특별판을 번역한 것으로, 약 50페이지에 이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1차대전에 참전한 프랑스군, 그리고 전쟁에 고통받는 인간 그 자체다.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된 채 철조망과 포탄에 살이 찢기고 참호 속 수렁에서 허우적대며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귀향하기를 고대하는 인간들이 전쟁이라는 한계상황에서 겪는 생생한 체험이 비연대기적으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만화 속에는 영웅도, 중심인물도 없으며, 오직 전쟁이라는 한심한 집단적 모험과 불안, 공포에 좇기는 익명의 거대한 인간 군상들의 비명만이 메아리친다.(성완경)”
2011년,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 두 개 부문을 수상했다.
■ 출판사 서평
프랑스 국민만화가 자크 타르디의 대표작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그래픽노블 작가인 자크 타르디(1946~)는 뫼비우스, 엔키 빌랄 등과 더불어 1970~80년대 프랑스 ‘로망 베데’(Roman B. D. 영어의 그래픽노블, 만화소설)의 가장 걸출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작품으로는 뤽 베송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한 ‘아델 블랑섹’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조작된 세계》가 있지만, 그의 팬들과 평론가, 언론들이 기념비적 걸작으로 꼽는 작품이 바로 《그것은 참호전이었다1914-1918》이다. 1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전한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와 그가 남긴 일기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2011년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네마스코프 영화 화면을 상기시키는, 좌우로 긴 모노크롬 패널들의 무거운 회색조 그림들이 비극적 분위기를 장중하게 연출해낸 걸작으로, 1993년 처음 출간된 후 2014년에 전체 원고를 수정, 보완하고 타르디의 1차 세계대전 관련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가한 20주년 특별판이 출간되었다. 한국어 번역판은 20주년 특별판을 번역한 것으로, 약 50페이지에 이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다.
땀냄새와 공포가 흐르는 참호 속으로 들어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의 독일군과 연합군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참호전’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었다. 당시의 전쟁무기와 기술로는 참호를 통한 방어를 분쇄할 수 없었기에 양측은 진격도 후퇴도 하지 못한 채, 그 끝이 언제인지도 모를 지루하고 끔찍한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던 것이다. 참호전의 양상, 그리고 참호 안의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양측의 참호 사이 거리가 수 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운 곳도 있어 백병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참호 속은 비가 오면 진흙밭으로 변하고, 군인들은 각종 질병과 벌레, 악취, 추위, 동료의 시체, 곳곳에서 들리는 포탄 소리와 전우들의 비명 소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참호전이었다1914-1918》은 비참한 참호 속으로 들어가 땀냄새 나는 병사들 속에서, 포탄과 철조망 옆에서 참혹한 전쟁의 참상과 병사들이 겪는 삶과 고통을 묘사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1차대전에 참전한 프랑스군, 그리고 전쟁에 고통받는 인간 그 자체다.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된 채 철조망과 포탄에 살이 찢기고 참호 속 수렁에서 허우적대며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귀향하기를 고대하는 인간들이 전쟁이라는 한계상황에서 겪는 생생한 체험이 비연대기적으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만화 속에는 영웅도, 중심인물도 없으며, 오직 전쟁이라는 한심한 집단적 모험과 불안, 공포에 좇기는 익명의 거대한 인간 군상들의 비명만이 메아리친다.(성완경)”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1917년 10월, 포탄이 쏟아지고 전장의 거친 숨소리가 들릴 듯한 참호에서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전쟁의 비극과 마주한 다양한 병사들, 그들이 가진 다양한 사연이 이어진다.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해 총살을 당한 코르시카 출신 병사, 전쟁터에서 하루 빨리 떠나고 싶어,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실을 바늘에 꿰어 팔을 찌른 뒤 팔 절단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병사,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은 줄도 모르고 편지를 쓰던 가엾은 아내, 조명탄 밑에 있다가 적들의 집중사격으로 동료들을 잃은 뒤 시체의 배 속에 손을 넣고 밤을 지새운 프랑스 군인…. 날아가는 시체와 터지는 포탄, 터진 배 사이로 나오는 내장 등 무시무시하게 사실적인 그림 속에서 수십 년 전 우리 가족과 이웃 역시 겪었을 전쟁의 공포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로 인해 우리는 적군과 아군으로 나누어지지만, 저자는 피부색과 국적을 초월해 모두가 전쟁에 끌려나온 인간들일 뿐임을 보여준다. 군복과 철모 속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생명에 무감각해지게 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에게 1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들려준 할아버지는 죽기 직전 자신을 찾아온 신부의 종부성사를 거절했다고 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전쟁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면서. 또한 자크 타르디 자신은 2013년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거절한 바 있다.
“사상과 창조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나는 현 정권이든 어떤 종류의 정권으로부터든 아무것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큰 각오를 하고 이 훈장을 거절한다.”
타르디는 아나키스트인 자신이 어떻게 국가가 주는 훈장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전쟁의 참혹성을 고발한 그의 작품을 접하면 그의 이러한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 전쟁의 공포가 없는 나라
우리는 아직도 애국과 민족이 강조되고, 같은 민족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며, 평화비용과 전쟁비용을 비교/계산하고, 첨단 무기에 환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은 참호전이었다1914-1918》은 전쟁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나라, 전쟁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것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전쟁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넘어 우리의 미래를 저들에게 맡기지 말고 당당하게 미래를 요구하고 만들어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라다운 나라는 전쟁의 공포가 없는 나라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