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흙이 답이다 세상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도 있다. 농사가 바로 그런 일이다. 여기 어떠한 농약이나 비료도 사용하지 않고 사과를 길러내는 농부가 있다. 그의 이름은 키무라 아키노리. 아오모리 현 히로사키 시 이와키산 기슭에 위치한 농원에서 거의 반평생을 바쳐 사과를 재배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가 길러낸 사과를 ‘기적의 사과’라 부른다. 남들처럼 농약과 비료를 듬뿍 주면서 달고 튼실한 사과를 길러내던 그는 어느 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뜯어말렸던 무농약 무비료 사과재배에 도전했다. 무모한 시도의 결과는 참담했다. 사과밭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고 거의 10년 동안 그의 사과나무에는 꽃조차 피지 않았다.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은 열매도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 농부에게 수확할 산물이 없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결국 ‘죽어야겠다’라고 결심하고 산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나무만 보고 흙은 보지 못했다’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기무라 아키노리는 산에 있는 인생 두 번째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가 배워야 할 것도, 그를 가르친 선생도 바로 ‘흙’이었다. 자연을 ‘거꾸로’ 보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들은 인간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크는데, 어째서 나의 사과나무들은 그렇지 못할까.’ 그가 처음 품었던 이 소박한 의문에서부터 ‘기적의 사과’는 시작되었다. 화분을 키우는 사람도, 텃밭을 가꾸는 사람도, 본격적인 농사를 짓는 사람도 식물을 기르려면 씨앗에서 싹을 틔워야 한다. 우리가 제일 처음 보는 것은 흙을 뚫고 나온 여린 새싹이지만, 실제로 싹이 나기 전에 먼저 자라는 것이 있다. 바로 뿌리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씨앗이 흙 속에서 처음 하는 일은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흙 속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일 뿌리가 충분히 발달되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흙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새싹을 볼 수 있다. 기무라 아키노리의 사과나무는 관행농법으로 기른 사과나무보다 훨씬 튼튼하고 긴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의 사과가 농약도 비료도 주지 않는데 병충해도 입지 않고 잘 썩지도 않고 튼튼하고 맛있는 이유도 바로 나무가 흙 속 세상에 살고 있는 여러 생명체들과 잘 ‘협동’하면서 먼저 뿌리의 힘을 길렀기 때문이다. 《흙의 학교》는 기무라 아키노리가 최악의 생활고를 겪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몸과 마음으로 터득한 자연재배 노하우 중 가장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흙’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이다. 그는 자연을 ‘거꾸로’ 보라고 말한다. 지상부의 가지나 이파리가 몸과 다리이고, 머리는 흙 속의 뿌리라는 상상을 해보라는 것이다. 흙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는 튼튼한 이파리도 맛있는 열매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해 자연에 억지로 인간의 방법을 강요하며 밀어붙이는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면서 서서히 인간도 자연도 서로 공멸하는 길로 가고 있다. 저자 역시 스스로 ‘살아있는’ 흙을 이해해야만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는 농사’가 가능하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1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적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우리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농부가 오랜 시간 흙과 맺어왔던 끈끈한 연대가 파괴되었다고 강조한다. 그가 시행하는 재배법은 사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연에 관여한다. 밭이 ‘자연스럽게’ 제 할 일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면 농부가 엄청나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흙 속 미생물이라는 강력한 지원군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자연재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다종다양한 미생물들과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름 모를 풀들이 밭에서 사과나무와 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농약으로 ‘해충’과 ‘잡초’를 죽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비료로 영양분을 일부러 주입하지 않아도, 사과나무는 알아서 가지에 열매를 달아준다. ‘자연은 쓸데없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연에는 적 같은 것은 없다.’ 기무라 아키노리가 무농약 무비료 자연재배를 하면서 배운 중요한 사실 중 하나다. 인간들이 해충이니 잡초니, 농사를 짓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로 규정한 생명체들 역시 생태계의 일부이며, 다 각자의 존재에 맡게 부여받은 일이 있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병충해와 싸우는 것을 그만두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라고 고백한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서 혼자서 살아남을 방법은 결코 없다는 것이 그의 자연재배가 강조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흙의 학교》는 기무라 아키노리가 이야기해주는 ‘흙’에 관한 이야기를 베스트셀러 《기적의 사과》의 저자 이시카와 다쿠지가 정리한 책이다. 농사에 관해 전혀 문외한이라도 기무라 아키노리의 흙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흙과 뿌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농부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화분이든 텃밭이든 직접 식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뿌린 씨앗을 품을 흙의 기본 성질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미생물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알아야 할 ‘살아있는’ 실용 정보들이 반가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