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트루먼 커포티
오직 커포티만이 가능한 아름답고 슬픈 소설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트루먼 커포티 선집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대중에게 친숙할 뿐만 아니라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전대미문의 걸작 《인 콜드 블러드》로 문학사에 획을 그은 미국 작가 트루먼 커포티의 소설 세계를 총망라하는 선집이 출간되었다. 커포티가 스물네 살 때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자 9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다른 목소리, 다른 방》, 독특한 유년 시절의 경험이 녹아든 자전소설 《풀잎 하프》, 퓰리처상 수상 작가 노먼 메일러로부터 “우리 세대 가장 완벽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인 콜드 블러드》, 문체의 대가 커포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단편 전집 《차가운 벽》(2012년 처음으로 공개된 미발표 유작 <요트 여행> 수록)까지, 오직 커포티만이 가능한 아름답고 고독한 소설 세계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선집이다.
헤밍웨이와 함께 전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커포티는 천재적인 글솜씨와 타고난 스타성으로 데뷔 때부터 평단과 대중을 단번에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40대에 이미 자신의 작품만으로 백만장자에 오른 몇 안 되는 스타 작가 중 하나였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과 남다른 성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고독을 일찍이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았던 커포티는 10대 때 집필한 작품 중 하나인 단편 <미리엄>이 처음 잡지에 실리면서 작가로 등단했다. 그의 나이 불과 스물한 살이었지만, 미국 문단은 범상치 않은 그의 재능에 주목했고 3년 뒤 첫 장편이 발표되자 “윌리엄 포크너와 에드거 앨런 포를 잇는 후계자”의 자리를 내어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중 역시 “병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젊은 천재 작가의 등장을 기꺼이 환영했다. 당대의 예술가들 또한 커포티와 교류하며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는데,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앤디 워홀과 메릴린 먼로다. 워홀의 첫 개인전 제목이 <트루먼 커포티의 글에 바탕을 둔 열다섯 점의 드로잉>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먼로와 함께했던 짧은 오후를 되살려낸 커포티의 에세이 <아름다운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유년기를 가진, 그리고 결국 비슷한 죽음을 맞은) 먼로의 삶과 내면을 이해한 탁월한 글로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여러 글과 인터뷰를 통해 커포티에게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았는데, 하루키가 커포티의 문장을 전범으로 삼아 습작했다는 이야기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커포티의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는 일화는 세대를 넘어선 고전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잘것없는 출생, 고독했던 유년 시절, 천부적 재능으로 작가 인생의 정점까지 오른 성공, 그리고 희대의 걸작이라는 마지막 작품 이후에 찾아온 전락과 허망한 죽음…… 165센티미터에 채 못 미치는 작은 키에 가늘고 새된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좌중이 모인 자리에서는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둔 타고난 이야기꾼 트루먼 커포티는 그렇게 모든 것을 가진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내면의 공허와 고독을 떨치지 못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 타임스 부고란에는 다음과 같은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트루먼 커포티. 명징하게 빛나는 탁월한 문장으로 전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던 그가 59세의 나이로 어제 로스앤젤레스에서 숨졌다.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로 이름이 높던 커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로 논픽션 소설 장르를 개척한 문단의 유명인사였다. 10대 시절 쓴 단편 <미리엄>으로 등단한 이래 총 13권의 작품집을 남겼으나, [……] 명성과 부, 그리고 쾌락을 좇는 데 자신의 시간과 재능, 건강을 탕진했다."
그 화려한 고독 속에서 벼려낸 몇 편 안 되는 그의 소설들은 오직 커포티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슬픈 세계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데뷔작부터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마지막 역작까지, 생전에 발표된 커포티의 소설 전부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선집은,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 작가이자 고전이 된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진정한 ‘작가’ 트루먼 커포티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커포티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고독한 소년의 눈이 존재한다. _무라카미 하루키
커포티는 우리 세대 작가 중 가장 완벽한 작가다. 그는 한 단어 한 단어 엮어 리듬감 있는 가장 뛰어난 문장을 쓴다.
_노먼 메일러(퓰리처상 수상 작가)
커포티의 문장을 읽으면 바람이 숲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풀들이 엮어내는 영롱한 하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_이다혜(씨네21)
[작품 소개]
커포티 문학의 기원이 담긴 첫 장편
전후 세대를 이끌어갈 스타 작가의 탄생을 알린 화제작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커포티의 첫 장편소설이다. 커포티는 1940년대 중반 《마드무아젤》, 《하퍼스 바자》 등 당대 최고의 매체였던 대중잡지에 <미리엄>, <밤의 나무>, <은화 단지> 등의 단편을 발표해 단번에 주목받는 신인 작가로 떠올랐다. 1947년, 문예지 《애틀랜틱 먼슬리》에 발표한 <마지막 문을 닫아라>로 ‘오 헨리 상’을 수상하며 대중은 물론 평단에서도 인정을 받은 그는, 이듬해 드디어 첫 장편을 출간한다. ‘전후 세대를 이끌어갈 스타 작가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출간 후 9주 동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만 6천 부 이상 팔려, 스물네 살의 젊은 커포티에게 큰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책 뒤표지에 실린, 해럴드 핼머가 찍은 커포티의 사진은 소설만큼이나 화제가 되며 그의 유명세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짐작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눈길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커포티의 모습은 마치 그 시대가 찾고 있던 인물을 육화한 형상과도 같았던 것이다.
남부 고딕소설과 성장소설의 융합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괴한 아름다움
1940년대 후반부터 커포티의 작품들은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소년 커포티’가 겪었던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날카롭게 반영하고 있는, 기묘하리만치 독특하고 강렬한 소설이다. 에드거 앨런 포, 윌리엄 포크너 등 ‘남부 고딕 작가들의 후계자’라는 평에 걸맞게, 커포티는 이 작품을 남부 고딕소설의 관습 위에 구축하지만, 궁극에는 의문의 여지없이 독창적인 구조로 끝을 맺는다. 커포티 본인이 “악령을 몰아내려는 시도”로 썼다고 밝힌 바와 같이,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고독과 성 정체성, 가족에 관한 수수께끼를 대면했을 때 느꼈던 당혹감의 고통을 강하게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커포티 특유의 명징한 문체로 구사된 이 야릇한 세계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괴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커포티 문학의 모든 것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