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만지한국희곡선집>은 개화기 이후부터 현대까지 문학사와 공연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희곡 연구와 창작을 돕고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합니다.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남편과 자식을 지키려던 한 여인의 과거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업실에 혼자 앉아 재봉틀을 돌리며 한복을 짓던 영옥은 환청에 시달리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녀는 일제시대에 친일을 했던 부친이 인민군에게 살해당한 과거를 갖고 있다. 남들처럼 잘살아 보겠다고 수재로 소문난 인수와 결혼했다. 남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영옥의 바람과 달리 인수는 선생 노릇에 만족하며 정치 전반에는 비판적이다. 그러던 중 인수가 정부 조작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자 영옥은 검사의 회유에 속아 남편을 고정간첩단 정책 참모로 고발한다. 하지만 검사는 그녀와 약속을 저버리고 인수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사건 관련자들은 재판 사흘 만에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 일로 인수의 어머니까지 자살하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아들 경훈과 함께 마을에서 쫓아낸다. 어느덧 경훈도 자라 대학원까지 졸업한다. 하지만 경훈 역시 아버지처럼 영옥의 바람대로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인수가 휘말린 간첩단 조작 사건은 인혁당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하지만 작품에서 사건이 있었던 연대와 그 명칭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1980년대 후반, 공연윤리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뒤로 수년 만인 1994년에 심재찬이 연출을 맡아 극단 전망이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그해 제18회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8년 서울연극제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아 극단 골목길이 재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