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급자족한다

오한기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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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급자족한다 7 작품해설 360 작가의 말 375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자급자족’과 ‘미니멀리즘’이 자본주의의 적?! CIA 요원이 된 소설가, 글쓰기로 현실을 전복하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차라리 진실을 가공해내는 서술의 힘이다 ―젊은 작가 오한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지금 시대 한국 문학의 가장 신선한 시도를 담고 있는 소설이라 자부할 만한 작가 오한기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나는 자급자족한다』가 출간되었다. 201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등단한 오한기는 2015년 등단 3년 만에 첫 소설집 『의인법』을 펴냈고, 이듬해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동시에 첫 장편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를 출간하며 눈에 띄는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간 소설 창작 과정을 노출하는 메타소설의 양식을 띠거나 자유롭고도 방대한 텍스트 인용과 차용, 각종 패러디가 종횡무진한 오한기의 소설 세계에서 우리는 ‘소설 이후의 소설’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가의 대담한 시도를 읽을 수 있었다. 한국 문학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끈질긴 ‘소설가 소설’의 발신처”(문학평론가 한영인)이기도 한 작가 오한기의 문학적 모험은 소설가와 CIA 한국지부 비밀공작처장이 등장해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와 경쟁하며 ‘새로운 역사적 적대’를 창조해낸 두 번째 장편소설에도 흥미진진하게 살아 있다. “그럼 슬슬 한국에 자급자족을 퍼뜨리고 있는 악당들을 살펴볼까요?” 빈곤하고 비루한 삶을 견뎌내던 소설가, 글쓰기의 권능을 손에 쥐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작가 ‘나’가 CIA 한국지부 비밀공작처장 미아 모닝스타를 만나 CIA 요원으로 고용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언뜻 보면 스파이가 등장하는 어드벤처 첩보 액션물로 비춰진다. 한데 이들이 가공할 만한 적으로 간주하는 당사자 ‘자급자족단’은 누구인가. 자급자족(自給自足), 필요한 물자를 스스로 생산하여 충당함. 말 그대로 ‘자급자족단’은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와 같이 주체적이고 대안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려는 개인적인 운동에 가깝지만 이 소설에서는 미아 모닝스타와 같은 체제의 수호자에 의해 냉전시대의 영원한 타자 공산주의에 버금가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자급자족. 이 단어 꼭 기억하세요. 우리는 이제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교화할 거예요. 인류의 근간이 무너지는 걸 막아야 합니다. 카프카, 우리 어깨에 지구가 걸려 있어요.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p. 126) 미아 모닝스타는 주인공 ‘나’가 신혼집 빌라 건물 틈새에 상추를 심는 것으로 시작한 텃밭 일구기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자급자족의 활동으로 간주해 배격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랜서 ‘나’와 최근 대기업을 퇴사한 아내 해인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적인 ‘빈곤’은 ‘나’로 하여금 취업에 관한 조급함을 부채질했고, ‘나’는 식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빈 공간에 상추를 심었을 뿐이었다. 텃밭 일구기가 과연 반자본주의의 실천이자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물음이 중요한 것은 소설이 진행될수록 미아 모닝스타의 허황한 논리에 뼈와 살이 붙으면서 실체적 위협으로서의 ‘자급자족단’이 그 형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CIA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가공해냄으로써, 다시 말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적절히 허물어뜨려 허구와 진실을 분간해낼 수 없게 만듦으로써 이 소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CIA 요원 코드명 ‘카프카’, 즉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다.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핍진한 서술이 빚어내는, 오한기식 소설 쓰기에 대한 유쾌한 패러디! 가히 ‘오한기 월드’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오한기의 소설에는 이렇듯 글을 쓰는 사람들, 동일인인 듯 아닌 듯한 복수(複數)의 소설가, 시인, 작가 지망생 등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나는 자급자족한다』도 예외가 아니다. 전작 『의인법』과 『홍학이 된 사나이』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나’와 ‘한상경’처럼 『나는 자급자족한다』의 주인공 역시 작가인 그들의 계보를 잇듯이 “각기 다른 제목의 이야기에 여러 모습으로 이어 나오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세상에서 가장 긴 한 편을 쓰는 매력적인 작가”(산문가 김신식)로 호명되는 오한기식 소설 쓰기의 주요한 특징을 형성한다. 결국 『나는 자급자족한다』의 진짜 주인공은 CIA도 자급자족단도 아닌, 따로따로 흩어져 있던 무질서한 단서들이 ‘나’가 가공해내는 보고서를 통해 ‘자급자족단’이라는 실체적 ‘적’으로서 탄생되는 그 과정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개의 거울처럼, 끊임없이 서로를 비추어가는 형태로 소설 『나는 자급자족한다』는 독자를 향해 ‘무엇이 진실이고 진실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사유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갈래로 읽힐 수 있는 소설 『나는 자급자족한다』는 작가 오한기가 꾸준히 천착해온 ‘소설 쓰기에 대한 유쾌한 패러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건이자 문학이 저지를 수 있는 한바탕 시원한 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블로그 포스팅의 형식을 갖춘 서두를 따라가자면 개인의 사적인 기록이 담긴 문서로 읽힐 수 있을 것이고, 시대적 배경으로 설명되는 2017년 봄부터 2018년 봄까지 현실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굵직한 사건들―국정농단 사태에서 촉발된 대선과 사드 배치 논란, 동계 올림픽 개최로 이어지는― 속에서 일자리를 잃고 빈곤에 휩싸이는 주인공의 심경을 따라가자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작금의 세태가 읽히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신문이나 뉴스를 장식하는 사건들이 과연 진실이라고 선뜻 믿기지 않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자급자족한다』가 지니고 있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에피소드의 층위들은 소설이 마련할 수 있는 재미와 매력을 십분 발휘해 독자들을 독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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