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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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작가 오정희의 첫번째 장편소설로, 1996년 6월 초판을 발행한 이후 16쇄, 개정판 7쇄를 거듭 증쇄하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문체 미학의 백미로 꼽히는 문장에 밀도 높은 장편 서사를 가미한 작품으로, 한국 근대화 과정의 쓸쓸한 초상을 넘어 세계적인 불안과 황폐를 날카롭게 형상화해냈다. 2003년 제13회 독일 리베라투르 상을 수상했고, 이는 한국 문학작품이 해외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기록이다. 『새』는 가정의 해체로 방치된 어린 남매의 이야기다. 열두 살 소녀 우미의 시선을 통해 가난과 무관심 속에 남겨진 아이들이 겪는 폭력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이 경험이 영혼의 성장에 어떤 굴곡을 새겨 넣는지 안타깝게 더듬어나간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인간에게는 필연적으로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미래가 펼쳐지리란 사실을 암시하되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며 희망의 불씨 또한 놓지 않는다. 오정희 특유의 냉철하고 정갈한 문체가 아이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도록 몰입시키는 힘 역시 탁월하다. 작가는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로부터, 존중으로부터 내쳐진 아이들은 문 없는, 단단히 봉인된 방과 같았고, 나는 있지도 않은 문을 찾아” 헤맨 끝에 이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