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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로 본 세상
무척 특이한 조합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자 저명한 헌법학자인 캐스 R. 선스타인과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영화가 만났다. 행동 경제학과 헌법에 정통한 학자가 왜 스타워즈에 대한 책을 썼을까?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스타워즈는 전무후무한 영화다.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이보다 더 흥행한 영화는 없다(북미 한정의 이야기지만 전 세계로 확장해도 큰 그림이 바뀌지는 않는다). 1977년 첫 에피소드가 개봉한 이래로, 한 편 한 편이 영화사를 다시 쓸 만큼 주목받고 사랑을 받았다. 좀더 구체적으로, 2016년 초 현재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302억 달러다. 스타워즈를 나라라고 치고 총수입을 GDP라고 본다면, 전 세계 193개국 가운데 중간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유엔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하지 않은가?
첫 개봉 이후 40년이 지난 만큼 팬도 많다. 선스타인은 책의 서두에서 인류를 세 부류로 나눈다. 최소한 미국에서 스타워즈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영화이고, 어디서나 화젯거리가 된다. 대통령부터 거리의 부랑자까지 팬을 자처한다. 그리고, 물론 선스타인도 스타워즈를 사랑한다. 영국의 소설가 리 차일드가 평했듯이, <존경받는 법학자 선스타인은 학자의 엄격함과 못 말리는 팬보이의 열정으로> 이 책을 썼다.
스타워즈를 보는 두 관점
선스타인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스타워즈를 바라본다. 하나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위대한 영화로서 스타워즈다. 영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어마어마한 성공의 비결은 뭘까. 일곱 편(지금은 8편이 개봉했다)의 순위를 어떻게 매겨야 할까. 어떤 순서로 보는 게 좋을까(개봉순? 에피소드순?). 스타워즈와 스타트렉 중 더 뛰어난 영화는 뭘까.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과 논쟁들을 검토한다.
사실상 이 책의 핵심은 두 번째 관점이다. 바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스타워즈다. 스타워즈가 인생에 대해 뭔가 교훈을 줄까? 선스타인은 그렇다고 본다. 더없이 소중한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연인의 애착에 대해서도. 우정에 대해서도. 반란과 혁명, 인권과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심지어 공화국과 헌법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무언가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때로 그 가치를 과장하곤 한다. 어쩌면 선스타인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 책에서 <제다이 마스터> 같은 <포스>를 선보인다. 뛰어난 학자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그는 마침내 스타워즈의 진면목을 세상에 드러낸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은 영화>, 성공의 비결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웅의 모험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어마어마한 성공의 비결은 뭘까?
첫 영화 「새로운 희망」은 1977년에 개봉했다. 애초의 제목은 단순히 「스타워즈」였다. 영화는 시리즈로 계획되지 않았고, 에피소드 명은 나중에 속편이 나오면서 추가된 것이다. 스타워즈는 개봉 전에 <아무도 좋아하지 않은 영화>였다. 제작사와 배급사, 배우와 극장들, 심지어 감독 조지 루카스까지 영화가 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성공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바로 가장 궁금한 질문이다. <성공의 비결이란 게 있을까?> 선스타인은 여러 가설들을 시험해 본다. <품질>, <사회적 영향력>, <타이밍>, <문화와의 공명>, <우연과 행운>, <네트워크 효과>, <입소문> 등이 그것이다. 영화 「슈가맨」의 주인공 식스토 로드리게즈 사례, 문화 실험 <뮤직 랩> 사례, J. K. 롤링의 『뻐꾸기』 사례, 문학적 명성에 대한 H. J. 잭슨의 연구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선스타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스타워즈의 인기가 국내에서는 왜 상대적으로 시들한지 짐작할 수 있다.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문화 현상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귀 기울일 만한 이야기다.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이 모든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품질>이 아주 좋다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기적으로 잘 맞아야 하고 입소문도 타야 한다.
선스타인은 <성공이 성공을 부른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패배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시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시시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영화>라고 추켜세운 영화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워즈는 바로 이 요소의 수혜자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스타워즈를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중반으로 넘어가면 스타워즈 팬들이 좋아할 대목이 등장한다. 영화에 담긴 의미, 주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이른바 <스타워즈를 보는 열세 가지 방법>이다. 이 중에는 널리 회자되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고, 가볍게 넘어갈 해프닝도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해석들에서 시대의 관심사를 읽어 낼 수 있다. 문화와 시대정신이 양방향으로 교감한다는 증거다.
선스타인이 특별히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루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다. 스타워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알 만한 것을 꼽자면, <다스 베이더>라는 캐릭터와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대사일 것이다. 사실상 스타워즈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우주 최고의 악당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에 맞서는 반란군이 된다. 목숨을 건 결투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는 자기를 희생해 아들의 목숨을 구한다.
현실의 아버지는 악당이 아니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으레 갈등을 겪는다. 그럴 때, 누가 양보해야 할까? 선스타인의 답은 이것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는 <선택의 자유>다. 선스타인은 강조한다. <이것은 운명이나 예언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타성적으로 살아간다. 상황에 갇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군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항상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사실, 그것이 루카스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운명과 예언은 그저 배경 소음일 뿐이다. 스타워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은 두 가지 길을 만나고, 각각의 결과에 대해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결정을 내린다. 선스타인은 조지 루카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결론 내린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그리고 울림이 있다.
스타워즈와 <연작 소설>
법학자로서 선스타인의 장기는 공화국, 제국, 헌법의 문제를 다루는 책의 후반부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영화를 매개로 정치공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이 책의 백미이며, 여타의 스타워즈 관련 책들과 차별되는 대목이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헌법 해석을 내러티브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스타워즈는 심지어 헌법에 대해서도 교훈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 루카스가 미리 생각해 둔 <원본>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리 다 써 두었고, 순서를 뒤집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