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를 쓴 남자

에르베 기베르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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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를 쓴 남자 해설: 빨간 모자에 담긴 것_신해욱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실종된 화상畫商을 둘러싼 하드보일드 추리물 일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이야기 이 원고에서 가장 강렬하고 또렷해야 할 부분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빨간 모자를 쓴 남자. 제목이 그 공백을 가리킨다. 공백을 응시하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일 것이다. - 신해욱 시인 세자르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 당대 최고의 지성들을 찍은 사진가이자 <르몽드> 최초의 사진 칼럼니스트, 에이즈로 죽어가는 자신의 삶을 치밀한 언어로 담아낸 소설가, 에르베 기베르가 죽기 직전까지 기록한 마지막 소설 《유령 이미지》를 통해 충격과 해학, 발칙함과 더러움, 대상을 향한 집요함과 위태로움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에르베 기베르의 세계를 선보였던 알마 출판사가 36세로 타계한 그의 짧고 강렬했던 삶의 내밀한 표정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에르베 기베르의 자전적 소설 《빨간 모자를 쓴 남자》를 펴냈다. 세자르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7년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서 활약한 최초의 사진 칼럼니스트. 오드리 헵번과 이자벨 아자니 같은 배우부터 오손 웰스, 페터 한트케, 미셸 푸코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 최고의 지성들을 찍은 사진가, 그리고 푸코의 연인. 《빨간 모자를 쓴 남자》는 쇠락하는 단 하나의 육신에 다채로운 영혼을 지니고 있던 에르베 기베르가 죽기 직전까지 집필한,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소설 중 마지막 이야기로,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에르베 기베르의 자전적 소설 3부작, 가장 마지막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프랑스와 코르푸, 스위스, 모스크바, 우아가두구를 오가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모험을 선사하는 에르베 기베르의 《빨간 모자를 쓴 남자》는 ‘문학을 매개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특별한 모험’이라는 취지 아래 기획된 알마 인코그니타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연민의 기록》과 함께 3부작을 이루며 에이즈로 투병하던 에르베 기베르의 고통과 환희를 넘나드는 삶의 마지막 행적들을 낱낱이 펼쳐 보인다. 실재와 허구의 모호한 경계,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이야기에서 마침내 드러나는 삶의 진실 《빨간 모자를 쓴 남자》는 표면상으로는 에르베 기베르가 임박한 자신의 죽음을 위탁하기 위해 화가 야니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실종된 화상 비고를 추적하기 위해 그의 누이 레나 곁을 맴도는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사실상 그들을 둘러싼 위작과 진품의 문제에 깊이 천착한다. 오로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살고 있는 것처럼 에르베 기베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비고를 추적하고 화가 야니를 위시한 작품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일에 매달리는데, 이는 곧 자신에게서 끝이 날 삶의 의미를 추적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거짓말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가려야 하는지, 에르베 기베르는 《빨간 모자를 쓴 남자》를 통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되도록 지나간 모든 것을 기억하려 하고, 그중에 아주 사소한 것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가 쓴 하나의 문장은 우리가 찾아야 할 단서들을 수많은 단어들로 수렴하고, 마침표 대신 쉼표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의 문장들은 우리가 가까스로 모은 단서들을 제각기 다른 진실을 향해 던져버린다. 손에 잡히지 않는 단서들,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행착오들, 매순간 발목을 잡고 복잡하게 얽혀드는 사건들은 갑작스레 방향을 잃고 헤매는 우리 삶의 모습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그리하여 에르베 기베르는 안개 속에서 느닷없이 실체를 드러내는 괴물 같은 삶의 진실을 우리 앞에 던져놓고 또다시 앞서 나가길 멈추지 않는다. “나는 거기서, 무엇이든 불시에 나타나기를, 일어나지 않는 무엇인가를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 《빨간 모자를 쓴 남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에르베 기베르를 따라 진실을 추적하는 미지의 여행을 이어가다 보면 갑작스레 맞닥뜨리는 삶의 아름다운 광경들에 무너지듯 가슴이 내려앉는 순간이 온다. 쇠약한 것은 그의 육체일 뿐 그의 정신은 자기 앞에 펼쳐지는 세상에 깊이 조응한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삶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은 한없이 빠져들었다가 한순간에 돌아서는 사랑의 찰나에, 우연히 마주친 길과 날씨와 자연이 선사하는 행복에 앞에서 잠자코 물러나 숨을 죽인다.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 에르베 기베르. 그의 병색으로 인해 지척에서 지켜본 모두가 그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았겠지만, 에르베 기베르 자신처럼 죽음을 마주보고 응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에르베 기베르는 에이즈로 투병하며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가 있는 어디서든 종이를 앞에 두고 글을 쓴다. 그가 마주하고 있었던 것은 뷰파인더처럼 투명하게 열려 있는 죽음이자 종이처럼 얇고 텅 빈 죽음의 맨얼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에르베 기베르는 누구보다도 드러내 보일 것이 많은 작가였다. 에르베 기베르의 소설은 불확실한 것들과 모호한 것들이 뒤섞여 언뜻 보면 도무지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추상처럼 보인다. 에르베 기베르는 자신이 쓰는 문장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전부 움켜쥐려고 하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다. 자신의 안과 밖을 낱낱이 기록한 뒤 정작 그 모든 이야기와 자신은 작별한다. 이는 자신의 삶이 곧 끝나리라는 단 하나의 진실과 마주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결연한 태도일 것이다. 사진가 에르베 기베르가 아닌 소설가 에르베 기베르는 바로 그 결연한 태도로 빼곡한 문장들을 종이에 영사한다. 또한 에르베 기베르의 문장은 자신의 초상을 그리는 붓이자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모조리 담으려는 무한대의 화폭이다. 한평생 예술가로 살았던 그의 일생에 걸쳐 연마된 예민하고 자유롭고 고통스러운 삶의 감각들은 욕망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추고, 거짓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숨겨진 진실을 찾아 극적으로 밀고 나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실존하는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이고, 가짜와 진짜가 혼재하며, 진실 앞에서 탐구하는 정신과 비겁한 도주가 공존하는 이 복잡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곁에 다가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에르베 기베르의 솔직한 얼굴을 눈앞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일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이야기 시인 신해욱은 《빨간 모자를 쓴 남자》에 대해 “일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이야기”라 말한다. 그리하여 ‘1990년 가을과 겨울을 기록한 일기’이자 ‘실종된 화상을 둘러싼 하드보일드 추리물’이며 ‘한 젊은 화가의 얄궂은 운명에 대한 블랙코미디’로 세분하면서 면밀한 언어로 해석해낸 그의 해설은 자신의 행색을 감추고자 오히려 선연한 빨간 모자를 쓴 에르베 기베르의 기묘한 행적을 침착하게 뒤따르며 현명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에르베 기베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진실을 감추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하여 다다르게 될 그 모든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이제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 원고는 일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며 소설도 아니다. 부분적으로 일기를 닮았지만 일기의 형식으로 수렴되려 하지 않는다. 경험과 사유가 단단히 깍지를 끼고 있지만 성찰적 에세이의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의 싹이 여기저기 돋아 있지만 그 싹은 서사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특기할 만한 사건이 나오지만 그 사건은 튼튼한 뼈대가 되려 하지 않으며, 흥미로운 인물이 나오지만 그 인물은 전면에 나서 입체성을 과시하지 않는다. 장르가 애매모호함을 넘어 이 원고는 어떤 종류의 균질성으로부터도 멀어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에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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