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신들은 낙원처럼 꾸며진 오래된 미래Anachronism 시대착오(時代錯誤) 에 도착했다.’ 윤리의식 없는 발전이 만든 오래된 미래에서 파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신간 《이방인의 성城》은 멘토프레스의 첫 SF소설이다. 책의 부제로 ‘Anachronistic Zone ? 조선 최대의 스팀펑크’라고 붙어 있지만, 80년대 유행한 사이버펑크가 다분히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가까웠다면 스팀펑크는 그보다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다. 이런 세계관이 혼재되어 있는 이 작품을 두고, 저자 홍준영은 이를 시대착오적 의미로 해석하며, ‘아나크로니스틱Anachronistic 펑크’라고 불리길 원했다. 스팀펑크 장르는 보통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의 형식을 가진다. 이 책의 중심무대는 서기 2010년 건국한 지 619년을 맞이하고 있는 ‘조선朝鮮’이다. 17세기 명나라 패망 이후 중원을 접수한 조선이 [경인민란] 61주년을 기념하여 세계적 연회를 주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성대한 연회에 [태엽성Clockwork Castle]에 기거하며 성층권 대기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전설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19세기의 망령 ‘크눕 하드니스Knoop Hardness’ 교수가 초대된다. 그리고 문제의 공산주의 혁명잔존세력 [어깨동무]가 외교사절과 유명인들을 인질로 삼으며 이야기 전개가 본격화된다. 《이방인의 성》 에는 상상과 오마쥬, 그리고 패러디가 가득하다. 대체역사적인 관점에서 아시아의 맹주국 [조선], 주인공 크눕 하드니스의 저택인 하늘에 떠다니는 체펠린 [태엽성]과 그가 만든 인공지능인 [넬슨경] 그리고 그를 싫어하는 세계평화수호 단체 [디오게네스클럽], 궁 자체가 조선의 최첨단 인공지능인 [경복궁], 세종 이래 조선의 과학과 국방을 책임지는 최고연구기관인 [조선과학국방연구소]와 [99대 장영실] 등, 익숙한 듯 새로운 것들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방인의 성》은 전체적 구성 면에서 대체역사적으로 구성한 《80일 간의 세계일주》 조선편으로 볼 수 있다. 메인 플롯과 인물의 상관관계는 기본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주인공 격인 ‘크눕 하드니스’ 교수는 《80일 간의 세계일주》에 나오는 ‘필리어스 포그’의 패러디이다. 이처럼 고전에 대한 오마쥬와 패러디는 저자가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을 키운 뿌리와 다름없는 19세기 서구문학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다. 사실상 ‘크눕 하드니스’ 교수 또한 그런 애정에 대한 아바타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삶보다 훨씬 오래된 글을 모방하고 창조했고 앤티크처럼 장식적인 문장들은 그의 정체성이 되었다. 이 책은 스타일이 곧 장르인 SF에 몰두하며 장식적인 감성을 장르에 투영시켰던 습작들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방인의 성城》은 작가가 오랫동안 연모하던 세계에 대한 헌사다. 이런 세계는 그의 표현에 잘 드러나 있다. 일례로 여분의 지구extra earth인 [조선국방과학연구소] 에 대한 부분인데, 본문에서는 ‘조선 초기의 화공인 안견이 그렸다는 [몽유도원도]를 그림 밖으로 빼놓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광활하고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빼어난 절경은 ‘조선지구 甲종-1호’의 장점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별명은 ‘안견의 지구’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세계와는 다르게 존재하는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분명 현재와는 다르게 건설된 공간과 시간의 축적이 내재된 곳이라 할지라도 그 인물들의 삶과 놀이 그리고 욕망들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유사 이래 크게 변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고전이나 역사를 통해 법고창신法古創新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다가서기 힘든 장르인 SF소설, 그것도 대체역사소설이란 특성을 살려낸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페이지를 거듭 넘길수록 이러한 우려를 쉽게 불식시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 홍준영이 재탄생시킨 독특한 인물만의 매력과 스릴러처럼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 그러한 과정 속에 표현된 은유와 인용, 그리고 대사의 유려함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그만이다. 어느 순간 서양고전 작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2016년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화성이주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세기 문학에나 등장했던 ‘새로운 고향 개척’ 프로젝트는 그 즉시 전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가 유년기 SF와 판타지 독서광이었던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종종 현실은 상상을 실현해 담아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SF란 즐거운 수퍼판타지Super Fantasy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생각은 세상을 바꾼다. 《이방인의 성》은 한국에 새로운 SF소설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