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닷가 찻집에는, 잊고 살았던 ‘더 나은’ 내가 있었다
모든 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의 정거장
세상 끝에서 만난 ‘무지개 곶의 찻집’
“조금 낡긴 했지만, 오래 써서 익숙한 주방에 섰다.
오늘 새로 태어난 나를 위해 어젯밤과 똑같은 커피콩을 갈기 시작한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행복하게 울고 웃으며, 또 마법의 주문을 외면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단 한 잔의 커피와 단 한 곡의 음악,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삶이 바뀌는 마법!
나만을 위한 커피와 노래, 나만을 위한 작은 위로가 선물하는 기적
“그곳에서 나는 삶의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일본 치바 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해안 절벽 끝 작은 찻집.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신비할 정도로 맛있는 커피와 손님에게 꼭 맞는 음악을 선사하는 찻집 주인 에쓰코가 있다. 화가였던 남편을 잃고 홀로 찻집을 꾸려가는 그녀는 이따금 창문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애잔히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잃은 젊은 남성과 네 살배기 어린 딸, 취업난으로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침입한 도둑,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와 다시 공연하는 꿈을 키워가는 에쓰코의 조카, 오랫동안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명예퇴직을 앞두고도 결국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간 단골손님까지, 그들 모두는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다 우연히 ‘무지개 곶의 찻집’에 밀려와 에쓰코의 위로와 온기를 만나 새 삶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소중한 것을 잃어도 또 다른 무언가가 찾아온다고, 그러니, 다 괜찮을 거라고. 세상의 끝,《무지개 곶의 찻집》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 나만을 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염원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맛있어진답니다.”
“아하하하. 정말입니까?”
나는 놀림을 받고도 즐거운 기분이 되어 호탕하게 웃었다.
“어머, 우스운 말로 들릴지 몰라도 정말인걸요? 거짓말 같다면 맛없어져라, 맛없어져라, 이렇게 염원하면서 만든 커피도 마셔볼래요?” _p71 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일상을 위로하는 따스한 정거장 《무지개 곶의 찻집》
인생의 벼랑 끝에서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에쓰코 할머니 표 블랜드커피와 가슴에 스며드는 음악. 《무지개 곶의 찻집》은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의 정거장이다. 일본 그룹 스피츠의 <봄의 노래>에서부터 20세기 불후의 명곡 앨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까지 소설 속에서 에쓰코가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 선곡해 들려주는 음악은 복잡한 삶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스르륵 풀어버리는 마법과도 같다.
《무지개 곶의 찻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은 2012년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과도 닮아 있다. 에쓰코를 짝사랑하는 단골손님 ‘다니’ 씨는 경제 불황 속에서 정리해고를 당해 멀리 떠나가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이마이즈미 겐’은 늘 미래를 고민하며 방황하다가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새로운 꿈과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곶 카페 옆에 ‘블루문’이라는 카페를 짓는 에쓰코의 조카 ‘고지’는 이제는 모두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버린 추억 속 오랜 친구들과 함께 빛나던 삶의 한순간을 다시 만끽하려 한다. 이렇게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아픔과 그리움은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장소를 통해, 하루하루 지난하고 힘겹고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또한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무지개 곶 찻집’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나에게도 이런 작지만 따스한 나만의 공간이 하나쯤은 있었는데…… 그동안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커피처럼 소설 속 손님들의 사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과거 그리고 현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너희 둘이 현재의 자기 자신을 충분히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물었다. 이모는 조용히 의자에 걸터앉아 이쪽을 바라보았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_p254 에서
실존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 그곳에 가고 싶다
대지진, 경제불황 등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일본 사람들을 따스한 상상력, 담담하고도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무지개 곶의 찻집》의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森? 明夫). 그는 자신의 고향인 치바 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그곳의 풍광과 느낌을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설은 의자, 테이블, 마루청, 기둥, 바닥 등 수작업을 통해 세워진 실제 찻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 위에 더없이 따스하고 맛있을 것만 같은 커피, 기억과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을 토핑처럼 얹고서, 잔잔히 치유되어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먹먹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현실 속에 존재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에 가서 그 음악과 커피와 분위기를 직접 느끼며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희망이 저절로 솟아날 것이다.
저자의 집필 도중 ‘무지개 케이프 다방’은 자연재해로 한때 건물이 손상되기도 했지만, 현재 같은 자리에 재건되어 영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는《무지개 곶의 찻집》에 등장하는 주인 에쓰코를 쏙 빼닮은 할머니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 중《쓰가루 백년 식당》(2009)과《당신에게》(2012, 일본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 주연)는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곶 카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수십 년간 해오던 일을 잃고, 더 이상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치 운명처럼, 우연처럼 찾아드는 곳이다. “난 지쳤어요, 이제 다 끝났다고요”를 외치는 쓸쓸한 모든 인생들을 감싸안는 희망, 바로 그 일곱 빛깔 무지개는 온기를 품은 ‘사람 무지개’가 아닐까.
각기 다른 사연으로 절망에 빠진 그들은 절벽 위에 자리한 무지개 곶의 카페에서 주인 에쓰코를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삶을 찾아간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커피처럼, 자신만의 아름다운 선택을 시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천지를 뒤흔드는 태풍, 새벽의 긴 어둠을 지나 비로소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따스한 ‘일곱 가지 무지갯빛 테라피’가 은은한 커피향처럼, 우리의 작은 일상을 가만히 두드릴 것이다.
안쪽 벽에 마련된 목제 선반에 CD와 레코드판이 빽빽이 꽂혀 있다. 후지 산과 바다가 보이는 창 쪽에는 하얀색 작은 꽃을 피운 다육식물 화분과 구부린 철판을 용접하여 만든 고양이 장식물이 놓여 있었다. 적갈색으로 빛나는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에 자그마한 정사각형 종이가 놓여 있고, 그곳에 메뉴가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가공하지 않은 목재로 꾸민 천장, 벽과 바닥은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틈이 있어 비전문가의 솜씨라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옥색으로 칠해진 나무 창틀에도 여기저기 얼룩이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만든 사람의 ‘흠’이 오히려 이 가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