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의 선구적 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21세기의 응답!
낭만주의의 꿈과 고딕 소설의 악몽, 하드 SF와 AI의 상상력이 결합한
놀라운 러브스토리
우리 시대 가장 재능 있는 작가가 쓴, 바로 지금을 위한 급진적인 러브스토리. _뉴욕 타임스
데뷔작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로 휘트브레드 상을 수상하고, 이후 10여 권의 비범하고 전위적인 장편 소설로 현대 영국 문학의 첨단을 대표해 온 소설가 지넷 윈터슨의 신작 장편 소설 『프랭키스슈타인』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앨리 스미스, 자디 스미스, 데버러 리비 등과 함께 영국 문단의 중추로 활약하고 있는 지넷 윈터슨은 그 자신 성소수자로서 작품을 통해 섹슈얼리티와 젠더, 현재 영국의 정치 사회적 테마를 깊이 탐험해 온 작가로, 이번 신작은 낭만주의 시기 영문학의 역사와 젠더 유동성, 현대 과학-AI와 신체 개조-의 가능성과 이슈를 결합한, 가장 뜨겁고도 현재진행형인 작품이다.
■ 열아홉 살의 젊은 여성 작가,
데뷔작으로 세계 문학에 불멸의 금자탑을 세우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우리는 19세기 영국 문학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바이런, 퍼시 비시 셸리, 워즈워스, 콜리지 같은 시인들이 프랑스 혁명에서 영감을 받아 거침없는 반항과 자유를 외치고, 자연 친화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걸작들을 탄생시킨 19세기 중반의 영국 문학은 낭만주의의 물결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바이런 경과 퍼시 비시 셸리는 자유분방한 삶을 영위한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이들은 1816년 각자의 연인 혹은 배우자와 함께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다.
셸리의 동반자는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메리 셸리로, 그는 영국 최초의 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 작가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영국 최초의 아나키스트인 윌리엄 고드윈의 딸이다. 울스턴크래프트의 세계 최초 페미니즘 저작 『여성의 권리를 옹호함』은 현재까지도 불멸의 페미니즘 고전으로 남아 있다. 메리 셸리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성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열다섯 살에 처음 셸리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나, 셸리에게는 당시 아내가 있었다. 그리하여 결국 커플은 1816년, 바이런과 함께 스위스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바이런의 곁에는 메리의 의붓동생이자 바이런의 정부인 자유분방한 성품의 클레어 클레어몬트와 주치의인 폴리도리 박사가 있었다. 비만 내리는 우중충한 스위스 레만 호숫가에서 남들의 눈을 피해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일행은 어느 날 게임을 하기로 한다. 당시 낭만주의 문학가들 사이에서 애호되었던 ‘공포 이야기’를 각자 하나씩 완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게임을 통해 바이런은 최초의 흡혈귀 단편 소설을 쓰다가 미완성으로 남겼고, 폴리도리가 이를 작품으로 완성해 출간했다. 퍼시 비시 셸리는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배우자인 메리 셸리는 열아홉 살의 나이에 첫 장편소설을 써내고야 말았으니, 이것이 바로 영국 최초의 SF 장편소설이자 고딕 소설의 걸작인 『프랑켄슈타인』이다.
■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육체 속에 살고 있는가?
우리가 깃든 몸과 욕망하는 몸 사이에서 첨예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메리 셸리가 걸작을 써 내려간 19세기의 영국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산업혁명과 이에서 비롯된 노동 조건의 변화로 인해 사회적으로는 러다이트 폭동이 일어나고, 의학과 수학, 물리학 등 과학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일어나 사회 기반 자체가 뒤흔들리던 시기였다. 메리 셸리는 도래한 과학의 시대가 인간과 그 존재 조건에 미칠 영향에 대한 혜안을 『프랑켄슈타인』에 투영했다.
그리고 이제 소설가 지넷 윈터슨은 메리 셸리의 선구적 소설에 대한 21세기의 응답을 남긴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 조건과 경제적 기반을 뒤흔들고, 의학이 인체의 개조를 넘어서서 복제까지도 탐구 중이며, 수술이나 성형, 자기표현을 통해 젠더마저 뒤바뀌는 세상이 왔다. 메리 셸리가 통찰했던 근대 과학과 인간의 정신, 그리고 존재 조건이 모조리 재정의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윈터슨은 이 두 시대를 한 작품 안에서 병렬로 동시 진행시킨다. 메리 셸리가 작품을 쓰기 시작한 1816년의 이야기와 현대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두 축으로 나란히 진행된다. 19세기의 이야기는 메리 셸리가 서술자로 등장하여 『프랑켄슈타인』의 집필 과정을 그린다. 그런데 그녀가 빚어낸 작품 속 등장인물인 ‘빅토르(Victor)’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마치 그가 탄생시킨 괴물처럼) 작품 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생명을 획득하여 움직이기 시작하고, 메리 셸리는 삶의 중요한 지점들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 빅토르와 조우한다.
한편 21세기의 이야기는 의학박사이자 트렌스젠더인 라이(메리의 애칭) 셸리가 서술자로 등장한다. 브렉시트 시대의 영국. 페미니즘, 게이와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와 트랜스휴먼 이슈가 일상화된 현대. 젊고 유망한 의학박사인 라이는 한 엑스포에서 세계적인 AI 개발자 ‘빅터’ 스타인을 만난다. 비밀로 둘러싸인 이 ‘빅터(Victor)’는 과연 누구인가. 성별을 초월한 존재 라이와 빅터는 곧 사랑에 빠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련된 바이런이 역으로 환생한 듯한 저속한 섹스봇 제작자 론, 자유분방한 19세기의 클레어와 달리 경직된 기독교 광신자인 클레어, 집요한 기자 폴리 D. 등 메리 셸리 시대의 인물들이 이 운명의 기계 장치 속에서 마치 뒤집힌 거울상처럼 되살아난다. 사랑과 운명은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
■ 과학 기술에 대한 통찰을 담은 하드 SF
그리고 낭만주의의 정수를 담아낸 놀라운 러브스토리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하는가, 기계와 인간은 어떻게 다른가, 생명은 어떻게 창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메리 셸리의 질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지만, 윈터슨은 이 질문들을 한층 현대적인 주제들로 번안한다. 『프랑켄슈타인』의 과학적 토대가 시체를 전기 자극으로 되살리는 갈바니즘이었다면 『프랭키스슈타인』의 그것은 인공 지능, 마인드 업로딩, 인체 냉동 보존술이다. 21세기 인간들은 인공 와우나 의수나 의족을 포함한 스마트 삽입물들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함으로써 전보다 더 나은 생물으로 살아갈 미래를 꿈꾼다. 한편으로는 개개인의 정신을 네트워크에 업로드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생물이 아닌 존재가 되는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동시에 인공 지능이 특이점을 넘어서 우리 삶을 제어하게 되기를, 그리하여 인류의 악덕과 과오를 시정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전망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인체를 냉동한 다음 시간을 뛰어넘어 의학과 기술이 진보한 미래에 깨어나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인간 증강과 기계 학습을 연구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현신인 빅터 스타인은 이 포스트휴먼, 또는 트랜스휴먼의 시나리오들 중 한 가지 이상은 일어나게 되어 있으며 그 진보를 거부하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옮긴이 김지현의 말)
윈터슨은 메리 셸리의 원전이 담은 SF적 요소들을 적극 탐색할 뿐 아니라 거기에 흥미로운 문학적 의미와 층위를 더한다. 『프랑켄슈타인』의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의 피조물인 괴물을 통제할 수 없었듯이, 『프랭키스슈타인』 속의 메리 셸리는 자신의 피조물인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 이는 자연히 작가 지넷 윈터슨이 『프랭키스슈타인』과 메리 셸리와 라이 셸리 모두를 통제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겹겹이 쌓인 의미의 층위는 독자와 작가/창조주 사이에 새로운 문학적 관계와 관점을 형성한다.
또한 윈터슨은 오늘날의 독자를 페미니즘과 성 정체성, 젠더 유동성, 섹슈얼리티의 근원에 관해 함께 탐색하자고 적극 호출한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페미니즘 이슈가 서로 부딪히고, 성(性) 담론이 섹스 산업과 디지털 포르노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