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는 동물, 수술 실습견
더 이상 유기동물을, 사역견을, 개 농장에서 온 동물을 수술대에 올리지 못하도록!
인간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사라지는 동물이 있다. 수술 실습견이 그렇다. 수술 실습견은 수술 경험이 부족한 수의대생, 수의사들을 위해 수술대 위에 오른다. 책의 주인공인 쿵쿵따는 새끼 때 버려져서 수술 실습견으로 끔찍한 5년을 보냈다.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지하고 있으며, 개의 보호자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동물학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울릉도 유기동물 보호소 수술 실습견 사건, 2019년 경북대 수의대 실습견 사건, 2019년 서울대 수의대의 사역견 메이 사건과 불법 개 농장 개들로 복제 실험 사건, 2020년 제주대 수의대 수술 실습견 사건 등이 연이어 벌어졌다. 수술 실습은 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것이어서 동물학대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는 실험동물 공급처를 규제하는 실험동물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가능했다. 대학교를 법 적용에 포함시키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매번 폐기됐다.
쿵쿵따는 새끼 때 버려져서 수술 실습견으로 있다가 8살에 입양을 갔다. 좋은 가족을 만나 반려견으로 행복하게 10년을 살고 18살에 떠나는 해피엔딩이지만 쿵쿵따 같은 경우는 기적이다. 동물을 쉽게 버리는 사람들,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실험 기구처럼 취급하는 사람들,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 숨은 사람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무능한 입법·사법·행정부가 만들어낸 지옥. 법 개정과 인식 변화를 통해 더 이상 유기동물을, 사역견을, 개 농장에서 데려온 동물을 수술대에 올리는 못하도록 쿵쿵따의 이야기가 변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8살에 뛰는 법을 배운 쿵쿵따, 평범한 개로 10년을 살다
“병원에서 8년이나 살았으니 마지막은 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주자”
쿵쿵따는 한 배 형제 장군이와 함께 새끼 때 동물병원 앞에 버려졌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면 일정 기간 후에 안락사 되니 병원에 머물면서 입양을 보내기로 했지만 잡종견인 쿵쿵따와 장군이는 3년이 지나도록 가족을 찾지 못했다. 그때부터 수술 실습견으로 이용되기 시작했고, 몇 년 후 장군이는 수술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쿵쿵따마저 장군이처럼 죽일 수 없어서 병원 직원들은 입양을 위해 다시 노력했고, 쿵쿵따 나이 8살에 기적처럼 가족을 만났다.
집에 온 첫날 아침, 쿵쿵따는 해를 향해 고개를 들더니 눈을 감고 햇살을 느끼며 한동안 가만히 마당에 앉아 있었다. 두 번째 삶의 시작.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쿵쿵따는 보호해줄 가족이 있는 반려견이 됐다. 엄마는 살을 찌운다고 닭을 삶고, 아빠는 평생 좁은 철장에 갇혀 살아서 이상하게 걷는 쿵쿵따에게 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강아지 가족도 생기고, 버려진 새끼 고양이의 어미 노릇도 했다. 쿵쿵따가 안 보여서 “쿵쿵따~”하고 부르면 금세 가족 곁으로 달려와 고양이처럼 몸을 비비다가 또 마당을 달렸다.
수술 실습견으로 오래 살았던 쿵쿵따를 입양하면서 후유증이 있지 않을지 가족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남들처럼 근사한 집은 아니지만 때 되면 예방접종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자주 안아 주면서 다른 개처럼 살게 해주면 되지 않겠냐며 입양 결심을 했던 엄마의 말처럼 쿵쿵따는 생의 10년을 ‘평범한 반려견’으로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