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문화다양성 주간 / 이금이 작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사육되는 동물들은 제 수명대로 살기 어렵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아닌 다음에는 생명체로서의 고유성과 개별성을 존중받기도 힘들다. 생추어리에 들어가 비로소 나이들 자유를 얻은 사진 속 동물들의 깊은 눈이 내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사진작가 이사 레슈코가 10년간 미국 전역의 생추어리에서 담아온 나이 든 농장동물들의 사진집이다. 이들 소, 돼지, 칠면조, 닭, 말, 양, 염소, 당나귀는 대부분 10~30세이며,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나이다. 시스템 안에서 소는 2~3년도 살지 못한다. 돼지는 생후 6개월, 닭은 2개월이면 도축된다. 자연 수명에 비추어 보면 어린이 때 죽는 셈이다. 빠르게 살찌우고, 임신하게 해 젖과 알을 생산해내는 시스템에서는 이들을 노년까지 살게 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경로로 생추어리에 와 나이 듦을 누리게 된 동물들의 얼굴에는 생명의 자유와 품위가 깃들어 있다. 인간 중심 세계에서 지워져 버린 생의 시간을 기적처럼 살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그들과 눈 마주치며, 또 독자들이 눈 마주칠 수 있도록 오래 겸손하게 사진 찍었다. 그렇게, 이 세계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묻는 명상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사로잡는 얼굴들>은 인간 중심 문명을 성찰하는 동물권과 반종차별주의, 비거니즘 논의의 출발점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것과 궁극적으로 회복해야 하는 것을 일깨우는 예술의 방식이기도 하다. 피터 싱어, 사이 몽고메리, 바버라 J. 킹, 캐럴 J. 애덤스, 칼 사피나,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마크 베코프, 진 스톤 등 동물권과 생태 담론의 최전선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으며 미국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애틀란틱》, 《보스턴 글로브》, 《가디언》 등의 매체가 호평했다. 이 책에는 ‘노화와 죽음’, ‘시각 문화 속 동물’, ‘동물 윤리’ 등의 주제와 관련해 작가가 작업하며 참고한 자료의 목록도 포함되어 있어, 동물권과 생태 담론 전방위로 확장되는 독서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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