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픈 여자들

미셸 렌트 허슈 · 에세이/인문학
3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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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1 이런 나의 몸을 사랑할 사람이 있을까 2 (희뿌연) 유리천장과 벽 3 괜찮아 얘들아 난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4 그들은 왜 내 말을 믿지 않는가? 5 작은 사람 키우기 혹은 키우지 않기 6 미스 아메리카만큼이나 아픈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젊음과 건강은 동의어가 아니다 암, 당뇨,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이십 대의 발병률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젊고 아픈 사람이 자신의 건강 문제를 밝히면 이런 말을 듣는다. “젊은데 어쩌다…”, “그런 건 할머니들만 받는 수술인 줄 알았어요.” 젊고 아픈 사람들은 토로한다.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 “자기 나이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중년 여성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잘못된 시기에” 들이닥친 것 같다고, 몸이 “너무 일찍” 고장나버렸다고, “늙은 기분”이라고. 이러한 말들 속에서 그들이 건강 문제를, 젊음과 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젊음과 건강을 동의어처럼 여긴다. 질병은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이 맞닥뜨리는 일이며, 젊은 사람은 밝고 아픈 데 없이 ‘건강’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최근 5년 사이 한국에서는 5대 암 진단을 받은 이십 대가 44.5퍼센트 증가했다. 삼십 대 환자도 같은 기간에 12.9퍼센트 증가했는데,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약 2.2배 많았다.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유방암의 경우, 이십 대 여성이 오십 대에 비해 발병 위험도가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가면역질환에 속하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역시 최근 이삼십 대에서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젊은 당뇨’에 주목하고 있다. 이삼십 대의 발병 증가율은 사오십 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그럼에도 젊고 아픈 사람들의 건강 문제는 ‘자기 관리’의 영역이나, 일시적인 문제이므로 곧 회복할 것이라 여겨지면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이 아닌 이십 대는 ‘성인’ 집단에 섞여 들여가면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들이 성취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애주기에 따른 과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떠안은 채.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다. “아프기엔 너무 젊은 나이 같은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프다.”(180쪽) 나이, 성 정체성, 인종, 섹슈얼리티, 계급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젊고 아픈 여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다 저자 미셸 렌트 허슈는 이십 대에 고관절 수술, 비만세포 활성화 증후군, 라임병, 갑상샘암, 아나필락시스 증상, 노인성 속 쓰림이라는 건강 문제를 잇달아 겪는다.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애쓰던 순간들, 아픈 것은 미안한 일이 아님에도 ‘민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나날들을 지내오면서 그는 깨닫는다. 젊고 아픈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세상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을. ‘건강’, ‘아픔’, ‘질병’, ‘장애’ 같은 단어가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일을 하고,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순간마다 아픈 몸을 의식하면서도 늘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읽은 차별과 편견의 말들, 아무렇지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 경험들을 기록하고,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젊고 아픈 여자들』은 나이, 성 정체성, 인종, 섹슈얼리티, 계급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젊고 아픈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이다. 관계 맺기의 두려움, 아픈 몸은 짐이 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끝난다.’ 저자가 한창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을 때 머릿속을 맴돌던 말이다. 장애를 가졌거나, 면역계가 약하거나, 어딘가를 절개해야 하거나, 통증에 시달리는 순간 우리는 ‘낯선 존재’가 된다. 파트너가 있든 없든 더는 누군가와 관계 맺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는 근거 없는 두려움이 아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 회의에 보고된 이성애자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뇌종양에 걸린 여성을 떠날 확률이 반대의 경우보다 약 10배 높았다. 다발경화증과 폐암을 비롯한 다른 병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떠나는 쪽은 주로 남성이었다. 파트너 관계에서 여성의 병은 남성의 병과 다르게 취급된다.(22쪽) 상대가 남성이 아니라고 해서 이런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자 파트너, 논바이너리나 젠더퀴어와 만나는 여자, 다양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지닌 사람들이 맺은 파트너 관계에서도 건강 문제를 겪는 이는 자신의 몸을 부끄럽게 여기며 파트너가 자신을 ‘짐’처럼 여길까 봐 걱정한다. 우리 사회 기저에 깔린 질병에 대한 편견, 미의 기준, 성 역할 규범을 깊이 내면화한 탓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만난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지닌 젊고 아픈 여성들 중에서는 “퀴어는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있는 집단의 구성원인 만큼 ‘경계성에 대한, 일종의 사이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의 폭이 훨씬 넓다’”고 느끼는 이도 있다.(74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 ‘사이 공간’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이 사회가 규정하고 설계한 것들에 맞는 몸을 기준 삼을 게 아니라, 이 세상이 다양한 몸을 고려하여 설계되고 기능하는지 따져 물을 일이다. “암은 사무실 문 앞에 놓고 오세요” 건강하지 않은 몸과 노동의 질 우리 사회는 생애주기에 따라 특정 연령대가 성취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과제를 정해 놓는다. 학업, 취업, 연애, 임신과 출산 같은 것들. 젊고 아픈 사람들은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할 때 자신이 사회적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채 ‘어긋난 시간’을 살고 있다고 느끼며, 특유의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특히 사회경제적 자산이 부족한 젊고 아픈 여성들은 취업이나 해고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다. 가시적인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잃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애를 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일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비가시적 건강 문제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포를 느낀다. 남들과 다른 점을 드러낼 것인가, 숨길 것인가. 미국 다발경화증협회에서는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직장에서 본인의 상태를 비밀로 하라고 권고한다.(149쪽) 저자는 인사팀이 있는 첫 직장에서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쓰러졌을 때 가족 및 의료 휴가법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몇 년 뒤 새 직장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하다가 정직원이 된 첫날, 암 진단을 받는다. 이 사실을 밝히자 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출근할 때 암은 문 앞에 놓고 사무실로 들어오기 바랍니다.”(101쪽) 이 회사엔 인사팀이 없다. 이는 비단 인사팀 유무의 문제가 아니다. 젊고 아픈 여성들이 일터에서 느끼는 압박은 그들이 지닌 배경과 노동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80센트를 번다.”(155쪽)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건강 문제나 출신 배경과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이 더해지면, 비정규직이나 시간제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일터로 옮겨 가면 상황은 한층 더 어려워진다. 희귀 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젊은 라틴계 여성은 ‘그 너머가 보이기라도 하는 유리천장은 정확한 은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유색인 여성에게 ‘유리천장’은 ‘희뿌연 유리천장’이 된다.(129쪽) 양극성장애가 있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직장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는 밝혔지만, 정신건강 문제는 숨긴다. 트랜스젠더도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되지만, 그보다는 정신 질환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상당하기 때문이다.(139쪽) 젊고 아픈 여성들은 자신의 몸 상태에 비해 더 열심히, 무리해서 일한다. ‘건강’을 정상성의 척도로 삼는 세계를 돌파하거나 적응하는 방법은 아프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병이 있는 것을 만회하려고 지나치게 무리하는 것뿐이다. ‘보편’이 되지 못한 채 지워진 여성의 건강 여성들은 말한다. 여성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일부러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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