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엔드리스(Endless) 시리즈는 도서출판 넥서스가 ‘문학의 영원함’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세대를 초월하는 탁월한 한국문학 작품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2024년 새롭게 시작한 재출간 프로젝트입니다. Endless 04 ≪내 사랑 카멜레온≫ ‘고양이는 63빌딩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그런데 7층보다 낮은 데서 떨어지면 죽는다.’ 소설가 노희준이 그의 소설집 서두에 쓴 <작가의 말>이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으로 소설집 ≪내 사랑 카멜레온≫에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 8편이 수록되었다. 2005년에 출간된 첫 소설집인 <너는 감염되었다>의 개정판인 이 책은 출간 당시 표제작의 제목처럼 감염과 바이러스, 현실과 악몽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평온한 일상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서서히 삶을 점령해 가듯 위태로운 현실에 처한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피리새는 남의 노래를 배운대. 어릴 때, 소리를 배울 때, 뻐꾸기랑 살면 뻐꾸기처럼 울고, 카나리아랑 살면 카나리아처럼 운대. 바에 출근한 마지막 날, 그녀는 느닷없이 새 이야기를 꺼냈다. _<벙어리 방울새의 죽음> 중에서 ● 불안의 파노라마 :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각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심각한 불안에 시달리거나 급기야 편집증적인 분열 증상을 겪으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체험을 한다. 첫 번째로 실린 소설 <너는 감염되었다>의 주인공은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네트워크 보안 엔지니어다. 그가 주된 업무는 해커들로부터 정보를 보호하는 방화벽 관리다. 각종 바이러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남자는 간암으로 죽은 엄마를 떠올리다가 급기야 스스로 에이즈에 걸렸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부왕아이르부자르>는 확률로 점철된 현실이 어떻게 붕괴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머리 위에 자신을 바라보고 통제하는 비행접시를 얹고 산다는 ‘관찰 망상’을 다룬 <비행접시>, 또한 ‘분리성 정체 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다중인격의 세계를 탐험하는 <벙어리 방울새의 죽음>과, 인격 모방자들의 이야기를 유니크 하고 아이러니하게 풀어낸 <내 사랑 카멜레온> 등이 실려 있다. 현실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과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의 풍경을 정교하고 생생하게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 화려한 망상의 집대성 그리고 카타르시스 이 책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고뇌와 일탈을 다루고 있다. 하나같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기 내면과 싸우며 병리적 징후를 보이는 인간들이다. 지나친 건강 염려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거나 불가능한 바이러스의 확률이 현실에 침투해 일상을 붕괴해 버린다는 설정, 분리된 자아에 통제당하며 사는 사람들, 여러 사람의 삶을 살다가 끝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인간, 타인의 죽음까지도 실패한 연극이라고 믿는 나와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과거의 기억을 박제해 버린 여자… 이 소설집 ≪내 사랑 카멜레온≫에서는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삶과 그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병리적 이상심리조차 그들이 처한 부조리한 환경 안에서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현실과 뒤섞인 환상 속에서 인물들이 갈등하며 보여주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새로운 차원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상처받은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서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