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세태의 관찰자 정아은이 그리는
사랑의 맨얼굴, 그리움의 속살
장편소설 『모던 하트』로 한겨레문학상을 받고, 뒤이은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로 도시의 세태를 다루는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 준 소설가 정아은의 신작 『맨얼굴의 사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도시의 갖가지 군상과 인간의 비루한 감정을 절묘하게 캐치해 온 작가는 이번 장편소설 『맨얼굴의 사랑』에서 대한민국 성형외과의 안과 밖을 치열하게 그려 낸다. 거기에는 외로움이 싫은, 사랑이 고픈 어떤 존재들이 살아 있다.
■ 인간을 성형하는 도시
주인공 서경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자, 실패한 걸 그룹의 멤버였고 연예계 주변에서 ‘부스러기’로 연명하는 루저이다. 취재를 위한 성형외과 상담에서 서경은 전문의 조성환을 만나 그와 동거하기에 이르고, 성환의 소개로 성형외과의 상담실에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는 몸을 바꿔 인생마저 바꾸려는 사람, 살을 갈라 상처를 소독하려는 사람, 내면의 고통을 전신 성형으로 치유하려는 사람, 애정의 부재를 가슴 성형으로 잊으려는 사람, 그렇게 성형을 거듭해 몸에 칼을 대는 것에 중독된 사람 들이 있다. 서경의 시선을 통과한 그곳은 훌륭한 직장이자 안락한 서비스의 공간이며 동시에 맨얼굴의 집합소가 된다.
■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
성형외과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랑을 갈구한다. 서경은 그 갈급함의 관찰자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외로움에 치를 떨고 사랑을 원하는 존재다. 본인의 욕망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만 실상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는 한류 스타 재희의 섹스 파트너이면서도 성환에게 크나큰 애정을 느낀다. 그녀는 연민과 불안, 엉뚱함과 치열함, 자부심과 자괴감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누구보다 입체적이며 누구보다 납작해진 사람이다. 무엇보다 사랑을 찾으며, 사랑을 잃은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가슴을 키우는 서울의 복판에서 길을 잃은 한 여자가 서 있다. 그녀가, 맨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