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낯설다! 기괴하다! 그런데 아름답다!” SF와 판타지, 호러를 뒤섞은 압도적인 기묘함, “아마존닷컴 올해의 최고 판타지” 선정 작품! 압도적으로 기묘한 세계로의 초대. 두 개의 위성을 가진 달이 뜨는 몽환적인 바스라그의 세계, 스모그에 찌들고 군부를 등에 업은 부패한 정치인들이 시민을 무력으로 억압하는 거대 도시국가 뉴크로부존을 배경으로, 반영웅 인간들과 기이한 종족들이 펼치는 숨가쁜 모험. “톨킨은 판타지 문학의 엉덩이에 돋은 종기”라며, 동화 같은 판타지 문학의 전복을 선언했던 뉴위어드(기괴문학)의 기수 차이나 미에빌. 인종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한 기존 판타지 월드를 비판하며 과학소설보다 더 과학적이며, 공포소설보다 더 괴기스러운 바스라그의 세계를 창조했다. 벌레 머리를 가진 케프리, 온몸에 가시가 박힌 선인장 인간 캑터케이, 물로 인형을 만드는 개구리 인간 보디야노이 등이 마법을 쓰는 인간들과 뒤섞여 사는가 하면, 마치 자본주의 괴물처럼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먹고 사는 거대 나방이 도시의 밤을 지배하며 사람들을 혼수상태에 빠트린다.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을 시작으로 《상흔》, 《강철의회》로 이어지는 <바스라그 연대기> 3부작 모든 도서가 독일의 휴고상인 ‘쿠르트 라스비츠 상’을 받았고, 아서 C. 클라크 상과 영국판타지문학상, 로커스 상 등을 휩쓸며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것이 차이나 미에빌이다!” 아서 C. 클라크 상, 영국판타지문학상, 독일 쿠르트 라스비츠 상 수상작!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판타지문학상 후보작! 이 거대하고 복잡하고 매우 탄탄한 소설에서 차이나 미에빌은 다가올 미래의 픽션을 새로이 정의하고 창조했다. — 닐 게이먼, 소설가 낡은 판타지에 대한 전복 선언,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괴물과의 싸움 1. 뉴위어드(New Weird)란 무엇인가? 2003년 4월 29일, 호러/다크 판타지 성향 작품들이 주로 실리던 영국 잡지 〈서드 얼터너티브〉의 온라인 게시판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도발적인 주장도 없는 몇 가지 질문들의 조합에 불과한 이 글 아래로 수많은 SF/판타지 작가와 평론가, 독자들이 달려들어 몇 달 동안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글쓴이는 영국의 소설가인 M. 존 해리슨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뉴위어드. 어떤 작가들이 쓰는가? 이것은 무엇인가? 실체는 있나? 새롭기는 한 건가? 몇몇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제2의 뉴웨이브’보다 나을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구호인가? 그냥 잡탕소설이라고 하면 안 되나? 늘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의 의견이 듣고 싶다.” 뉴위어드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소개된 것도 바로 이 논쟁을 통해서였다. 논쟁 자체는 뉴위어드의 정의보다 그 성격과 방향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는데, 이는 초기부터 참가자들이 뉴위어드의 개념이나 문학적 기원에 관해 상당 부분 의견 일치를 이루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을 지칭하는 ‘뉴’위어드라는 단어는 이미 이전에 ‘올드’위어드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여기서 ‘올드’위어드란 다름 아닌 클라크 애시튼 스미스, 로버트 E. 하워드, 그리고 특히 H. P. 러브크래프트를 위시한 1930년대 펄프 잡지 작가들이며, ‘위어드’란 단어도 그들이 자주 기고하던 펄프 잡지인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들이 장르의 전면적인 질적 개혁을 의식적으로 지향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20세기 초 펄프 작가들의 영향 아래 있음을 공공연하게 표방하면서 J. R. R. 톨킨과 그의 작품 《호빗》,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을 모방하는 주류 판타지 소설들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초기 펄프 소설들의 특징인, SF/판타지/호러 등 하위장르로의 분화가 분명하게 이루어지기 이전의 역동성까지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이들의 작품 대부분은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개연성이 전혀 없는 이차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판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세계를 구성하는 각종 물질과 현상의 이면에 깔린 법칙에 체계적, 분석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과학소설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기저에 깔린,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퇴폐적이며 기괴한 분위기는 온전히 공포소설 특유의 것이다. 특히 공포소설과의 근연성은 뉴위어드를 지금까지의 사이언스 판타지와 분명히 구별 지어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뉴위어드의 기저에 〈위어드 테일즈〉를 비롯한 초기 펄프 소설 시기 공포-괴기의 감성이 짙게 배어 있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그 무자비하리만치 잔인하고 노골적인 유혈 묘사나, 왜곡된 형태로 재조립된 생체에 대한 기호는 제프 밴더미어가 지적한 대로 1980년대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Books of Blood)》과 소위 ‘스플래터펑크(splatterpunk)’라고 부르는 일군의 새로운 공포소설들에서 힘입은 바 크다. 이런 공포소설의 감성은 뉴위어드의 판타지를 더 이상 도피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동화에 관한 자신의 에세이에서, 톨킨은 위안(consolation)이 동화, 지금은 판타지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목적이라고 했다. 위안을 주는 판타지라니,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소리다. 독자가 위안을 받아서는 안 된다거나, 작품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책의 목적이 본질적으로 위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도전하거나 전복시키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는 안정지향적이며, 미학적으로 완전히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난 그런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판타지는 위안을 거부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판타지의 미학을 위안에 저항하는 데 사용한 초현실주의야말로 최고의 판타지다.” 아울러, 뉴위어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주목할 만한 작품을 두 편 더 언급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에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삽화가로 더 잘 알려진 머빈 피크가 쓴 판타지 시리즈 으로, 그론 백작가의 77대손인 타이터스 그론이 마침내 자유를 찾아 영지인 고멩가스트 성(城)으로부터 뛰쳐나가서 바깥세상과 맞닥뜨리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고멩가스트를 배경으로 삼은 것은 앞의 두 권뿐이기 때문에 사실 고멩가스트 3부작이라는 명칭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멩가스트의 시각적 이미지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퇴락한 성채와 허물어진 건물들로 가득 찬 압도적인 규모의 거대한 성채이자 도시국가인 고멩가스트는 후일 뉴위어드 계열 작품 속에서 빈번히 묘사되는 어둡고 퇴폐적인 도시들의 원형이 되었다. 다른 하나는 M. 존 해리슨의 〈비리코니엄 사이클(Viriconium cycle)〉로, “오후의 문명“이라고만 언급되는 불명확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가공의 도시국가 비리코니엄을 배경으로 한 일군의 이야기들이다. 처음 이 세계는 잭 밴스의 《죽어가는 지구(the Dying Earth)》 같이 현재로부터 시간상 아주 먼 미래처럼 여겨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도시의 이름마저 경우에 따라 ‘유리코니엄’이나 ‘브리코’로 계속 미묘하게 변하는 등 점점 더 모호해지며, 심지어 세 번째 장편 《비리코니엄》에서는 주인공인 화가 오즐리 킹이 작품 속에서 진정한 “현실 세계”로 현대 런던을 그려내는 장면을 통해 비리코니엄의 세계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까지 한다. 이는 톨킨 이후의 작가들이 각종 가공의 지도나 연대기 등을 통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해 견고한 실재감을 부여하려고 애썼던 것과는 정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