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경제경영서
• 《비즈니스위크》 올해를 빛낸 아이콘 ‘블룸버그 50’
•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강력 추천
리우는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리우데자네이루는 아름다운 언덕들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언덕들에 기본적인 위생과 교통 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도시 빈민촌이 난립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일 ‘레블론’이 위치해 있다. 이 극과 극의 풍경에서 드러나듯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서반구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다. 소수 가문이 대부분의 부를 독점하고 있으며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국제 빈곤선 아래에 속한다. 기업가 정신은 희박하고, 최근의 대통령들은 줄줄이 권한 남용과 부패 혐의로 탄핵당하거나 감옥에 갔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다를까? 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이다. 선진국 역시 불평등 심화, 경제 침체, 정치 갈등과 부패 증가를 겪고 있다. 이제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이 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올라설 거라는 오랜 믿음은 흔들리고 있으며, 오히려 그 정반대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즉 리우는 앞으로 뉴욕, 런던, 도쿄가 겪을 운명을 예고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가 불평등, 독점, 경기 침체, 정치 불안, 포퓰리즘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우파, 좌파 모두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그래 왔듯 부자 증세와 재분배, 민영화와 규제 완화 같은 식상할뿐더러 개선 효과도 거의 없는 처방만 내놓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사상은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불평등 심화와 경기 침체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으나 이에 대한 대안은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부패와 무능함으로 비난받아 왔으나 그렇다고 권위주의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출구 없는 터널과 같은 현재의 경제, 정치 상황을 타개할 대안은 정녕 없는 것일까?
사유는 독점이다
《래디컬 마켓》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야심 찬 시도다. 세계적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특별한 책에서, 저자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뜯어고쳐 시장과 사회를 전면 재설계하자고 주장한다. 그 실체가 바로 “래디컬 마켓”으로, ‘래디컬’은 ‘근본적’이란 뜻과 ‘급진적’이란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근대 사회 조직의 창시자들인 애덤 스미스, 마르키 드 콩도르세,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헨리 조지, 레옹 왈라스, 비어트리스 웨브에게로 돌아가는데, 그런 점에서 근본적이다. 또한 이들 급진적 철학자 무리의 이상과 개혁안처럼, 오늘날 우파의 자유지상주의적 열망과 좌파의 평등주의적 목표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관점을 결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이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보다 앞서 나온 책에서 “시장을 단순히 생산을 증진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에서 평등을 증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저자들은 “사적 소유는 독점”이라며 사유 재산(권)으로 인한 부와 권력의 집중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그런 동시에 “시장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진정으로 자유롭고 열려 있는 경쟁 시장을 만들어 이를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우리 사회는 경쟁 시장으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막상 가장 중요한 시장들은 독점화되어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실현 방안으로 놀랍게도 “경매” 제도에 기반해 운영되는 사회 시스템을 제시하면서 이를 통해 부와 성장, 평등을 한꺼번에 극대화할 수 있음을 논증한다. “우리가 구상하는 래디컬 마켓은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경쟁에 기반한 자유 교환—이라는 근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합의다. 이런 맥락에서 경매는 래디컬 마켓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구상을 재산권과 세금 제도(1장), 투표와 정치 제도(2장), 노동 시장과 이민 제도(3장), 금융 산업과 투자 제도(4장),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 가치(5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새로운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 준다.
이러한 정치경제 실험은 저자들 스스로 인정하듯 “이상주의적”이다. 그러나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신선할뿐더러, 실제로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가 대단히 설득력 있어 빠져들게 만든다. 노벨상 수상자 장 티롤의 표현대로 기존 세계관을 산산조각 내는 이 책은 “자유주의를 재부팅하기 위한 특별하고 매력적인 선언” “밀턴 프리드먼 이래로 민주주의와 시장을 재고하는 가장 야심 찬 시도”라는 평에 정확히 부합한다.
낙수 효과는 없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악의 제국”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었을 때, “자유주의 질서”는 최종 승리를 거두고 중요한 사회 문제들은 해결된 듯 보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16년에 이르러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명백해졌다. “경기 침체 이전에 이룩했던 경제 발전은 사실상 환상에 불과했으며 혜택의 대부분은 아주 부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희망과는 반대로 현실은 불평등 심화, 생활 수준 저하, 경제적 불안정성 증가, 외국인 혐오와 포퓰리즘의 득세로 치달았던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평등 심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중반 8퍼센트에서 최근 16퍼센트로 급증했고 노동 소득 분배율은 10퍼센트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에 1950~1972년 사이 전 세계 생산성 증가율은 5~7퍼센트였으나 지난 10년간은 한 자리 수에 불과하며 최근에는 더 악화되고 있다. 1970년대 실업률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은 완전 고용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케인스학파의 주장을 깨뜨렸듯이, 오늘날에는 경기 침체와 불평등 심화의 동시 진행이 세율 인하, 탈규제, 민영화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낙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사상과 “공급 중시” 경제학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불평등은 경제적 활력을 위한 대가였다. 그러나 실상은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경제적 활력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경제도 저성장하는 현상을 저자들은 ‘스태그인이퀄러티(stagnequality)’라 명명한다.
극좌파가 주장한 대안인 “중앙집중식 계획” 역시 소비에트 연방 해체에서 보듯 실패로 끝났다. 일부 평론가들은 스태그인이퀄러티는 인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전반적인 경제 환경과 인구 변화 때문이라고 믿지만 저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상의 빈곤 때문이라 본다. “좌파와 우파의 경제학적 통찰 모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에서 연유한 긴장 관계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극단적인 좌우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편견과 기득권에 저항했던 급진주의자들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을까? 시장이 시장 지배력(저자들이 “독점 문제”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필요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정한 “자유, 경쟁, 개방” 시장을 경제와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급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모든 재산이 경매에 부쳐진다면?
사유 재산권으로 인한 독점 문제를 우려한 정치경제학자들은 중앙집중식 계획 방식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했다. 경제 사상에서 이른바 “한계 혁명”을 이끈 세 인물 중 윌리엄 제번스는 “사유 재산권은 독점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단언했으며, 레옹 왈라스는 “개인의 토지 소유와 독점”을 철폐함으로써 “봉건주의의 진정한 원인”을 “제거”하려 했다. 토지를 임대만 가능할 뿐 소유할 수 없는 이 방식은 “경쟁적 공동 소유제”로 불렸다. 1879년 걸작 《진보와 빈곤》에서 “물질적 풍요가 극대화되었는데도 왜 절대적 빈곤, 힘겨운 생존 투쟁, 최악의 비자발적 실업을 목도해야 하는가?”라고 자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