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74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이마무라 쇼헤이의 걸작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원작소설
제7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 장편소설은 냉혹하고 치밀한 사건 전개와 하드보일드한 묘사로 일본판 <인 콜드 블러드>(트루먼 카포티)로 불리며 일본 문단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작가는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흉악범이자 지능범이었던 살인범의 잔혹한 행동과 무자비한 심리를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또한 살인과 도주 행각의 시간적 동선을 넘어, 탐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숱한 관련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범죄소설의 유형을 창조했다.(마치 일본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듯한 착각!)
주인공 에노키즈 이와오가 일본열도를 종단하며 78일간 벌인 살인과 도주 행각은 도쿄 올림픽(1964)을 한 해 앞둔 일본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그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 12만 명이 동원되었는데, 이는 일본 범죄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 작전이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살인과 사기 행각을 벌이는 에노키즈는 한편으로는 공포스러운 살인마의 비정함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턱없는 허세를 부리며 자포자기한 양 제멋대로 행동하는 유아적 인간이었다.
읽는 내내 “이자는 왜 이렇게 잔혹하고 악랄하며, 작가는 왜 이런 자를 끝없이 추적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신의 자비도 인간의 측은함도 찾을 수 없는 서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어찌할 수 없는 악인의 행보와 심리에 대해 작가는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로마서 12장 19절)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다의적인 제목을 붙임으로써, 악과 악행을 저지르는 악인에 대한 단죄를 내리지 않고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던져놓는다. 이에 대해 어쩌면 또 다른 성경 구절로 그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누가복음 23장 34절)
우리에게 이 소설 제목이 익숙한 것은 사실상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때문인데, 박찬욱은 평소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1979)에 대한 오마주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든 것이었다.(물론 두 영화의 시나리오는 전혀 다르다.) 이마무라의 영화는 박찬욱 감독뿐 아니라 봉준호 감독 등 숱한 한국의 영화인들이 영감을 받았다고 천명해온 작품으로서 사키 류조의 이 장편소설 <복수는 나의 것>이 영화의 원작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