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1 이솝우화,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 서양에서 이솝우화는 성인들의 도덕 교과서로 여겨진다. 또 수천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으로 기록된다. 전해오는 이솝우화 판본만도 백여 종이 넘는다니 그 무수한 이본들의 숫자만으로도 이솝우화의 가치와 그 인기가 짐작되는 셈이다. 지은이 이솝은 불운한 전쟁 노예로 태어났으나 명석한 지혜와 탁월한 논리로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특출한 재담과 통찰력으로 일약 노예에서 현자로 거듭난 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의 그리스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이솝우화의 작가라는 것 외에 그의 생애를 밝히는 자료는 부족하다. 또 그를 가상의 인물로 여기는 설도 있다. 그가 남긴 ‘진본’ 우화가 몇 편이었는지 자세한 기록이 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날 이솝우화로 묶여지는 이야기들은 대략 500여 편에 달한다. 이 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솝우화전집』으로 이들 500여 편의 우화들 중 소재와 제재만 다를 뿐 동일한 이야기 틀과 흡사한 주제를 담고 있는 몇몇 우화를 제외한 총 448편을 정선한 전집이다. 이들 448편의 우화 중 많은 수의 이야기들은 우리 독자들이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다. 잘 알려진 <양의 가죽을 쓴 늑대> <해와 바람> <헤르메스와 도끼> <당나귀와 소금장수> <양치기 소년과 늑대> 등을 비롯해 국내에 첫 소개되는 <탐욕과 질투> <서약의 벌> <시모니데스와 쌍둥이 신> <살인> <폼페이 장군의 한 병사> <황제> <광대와 돼지> 등등 흥미롭고 다채로운 우화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알이 깨기 전에 닭의 숫자를 헤아리지 말라.” “뛰기 전에 살펴라.” “혀는 숨어 있는 또 다른 얼굴이다.” 이솝에게서 비롯된 수많은 경구와 잠언들은 지금까지 우리 실생활에서 거듭해서 인용되고 있으니 그것의 긴 생명력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솝우화의 매력은 함축된 묘사와 사실적이고 구체성을 띈 교훈 전달에 있다. “어느 날 저녁, 기름을 가득 머금은 등이 자기는 금성보다 밝고 세상의 무엇보다도 환한 빛을 낼 수 있다고 떠벌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그만 불이 꺼져버렸다. 그러자 주인이 다시 등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등아! 밝히기만 하고 입은 다물거라. 너와는 달리 금성은 꺼지는 법이 없단다.”(<잘난 체하는 등>) 이처럼 압축된 묘사와 상징적 의미로 이솝우화는 수천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삶의 진실된 가치와 그것의 소중한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2 서구인들의 가정 필독서, 논리와 도덕의 책 이솝우화는 우화문학의 고전으로 선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진리를 일깨워 전하는 고전으로 시대를 초월하며 우리 곁에 존재해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솝우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이 아니라 성인들의 도덕교육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한다. 즉 모든 이들에게 도덕적 가르침을 전하고, 사회적 책무를 깨닫게 하고, 정치적 진실을 밝혀내고, 존재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두 개의 주머니를 목에 걸고 태어난다고 한다. 목 앞에는 이웃의 잘못이 들어 있는 주머니, 목 뒤에는 자신의 잘못이 들어 있는 주머니가 걸려 있다. 그래서 남의 잘못은 잘 보면서도 자기 잘못은 보지 못한다.(<두 개의 주머니>)” 그렇기에 이솝우화는 서양의 각 가정에서 누구나 즐겨 읽는 유용한 지혜서로, 또 일반 학교에서는 ‘논리와 수사교육’ 및 ‘도덕의 책’으로 지금까지 자리매김 되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이솝우화 몇 편을 운문으로 만들었다고도 전한다. 중세 시기의 철학자들과 수사학자들은 이솝우화를 학생들에게 예문으로 제시하면서 도덕을 논함은 물론 다양한 변형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솝적’이라는 표현은 검열을 피하기 위한 우의적이고 정치적인 발언뿐만 아니라 작자미상의 문학전통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솝우화의 동서고금에 걸친 인기는 이 같은 조건들을 잘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솝은 특유의 독설과 재담으로 당대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사회와 정치와 인간 문제에 대해 실제적인 조언을 했다. 진실과 거짓, 교만과 허세, 탐욕과 파멸, 허울과 기만, 자유와 구속, 쾌락과 고통, 노력과 게으름, 현실과 이상, 약자와 강자, 선행과 악행, 술수와 계책, 무익함과 유익함 등등 이솝우화는 우리 삶의 모든 문제를 함유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자의 몫> <늑대와 어린양>은 참주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또 <늑대와 양떼>는 정치적인 각성을 촉구하는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는 거짓말을, <황금알을 낳는 암탉>은 탐욕을, <말과 당나귀>는 오만함을, <우물 속의 여우와 염소>는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사자와 생쥐> <사자와 양치기>는 덕을 베풀면 보상받음을, <여우와 독수리>는 악행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3 두 날을 지닌 지혜의 언어 오랜 세월 인구 속에서 반복 회자되며 이솝의 이야기들은 ‘지혜의 칼, 언어의 칼’로 평가되어왔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들은 힘없는 약자에게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교만과 무례한 이에게는 냉대와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생각하게 하고, 또 비판하며 실천하게 하는 우화인 것이다. 이솝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두 날을 지닌 언어로 고전 중 최고의 고전으로 놓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날 주인 크산투스가 이솝을 불러 손님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으니 귀한 재료를 써서 음식을 준비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이솝이 만들어 내온 음식은 짐승의 혀로 된 요리뿐이었다. 그러자 화가 난 크산투스는 이솝을 불러 야단을 치고, 혀로 만든 요리들을 내온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이솝은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 혀보다 더 귀한 요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혀야말로 진실의 기관입니다. 또한 혀는 설득의 수단이자, 신을 높이고 찬양하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그런 말을 듣고 더 이상 따질 수 없었던 주인은 다음날도 손님이 올 것이니, 이번에는 나쁜 재료로 성찬을 준비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솝이 준비한 음식은 혀 요리뿐이었다. 그것을 보고 주인이 또다시 야단을 치자, 이솝은 가만히 이렇게 말해주었다. ‘혀는 신성을 모독하는 도구입니다. 불화와 싸움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혀는 한번 잘못 사용하면 전쟁을 일으키고 나라를 쓰러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세상에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이솝과 두 가지 요리>) 이솝우화의 특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이솝의 글은 같은 단락을 읽더라도 각기 다른 풀이를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중의적이며 상징성이 풍부하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매개들, 즉 동물과 식물, 사물과 도구, 나아가 인간과 천체에 관한 단순한 이야기들로 다양한 의미와 교훈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복잡한 이야기 틀이나 그런 기능을 전혀 내재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성이 풍부하고 다양한 이해와 해석이 가능한 것이 이솝우화의 특징이다. 4 다양한 판본의 이솝우화 이솝우화는 백여 종이 넘는 다양한 이본들이 존재한다. 더불어 그들 내용 중 얼마만큼의 이야기를 이솝이 창작했는지의 여부도 명확하게 전하지 않는다. 이솝의 고유 창작물에 후대의 추종자들이 지은 이야기들까지 보태진 것이다. 고대 문헌에 의하면 아테네 철학자인 데메트리우스 팔레리우스는 기원전 3세기경 최초의 이솝우화 모음집을 만들어냈고, 파이드루스는 이솝우화를 라틴어 운문으로 만들었다. 이후 315년 안티오크의 수사학자인 아프소니우스가 몇몇 우화들을 라틴어 산문으로 고쳤는데, 이 번역판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전해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솝우화는 소실되거나 세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다가, 14세기초 비잔틴 황제들에 의해서 동방의 궁전에서 다시 꽃피게 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에 학문에 대한 관심이 꽃피우면서 이솝우화도 다시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