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서울이 한국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평양이 북한의 전부가 아니다 중앙이 아닌 〈지방〉의 관점에서 바라본 북한경제 서울이 한국의 전부가 아니듯,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이라는 복잡한 퍼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러 지역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기존의 많은 북한 관련 도서들은 중앙의 정치와 제도를 중심에 두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방경제의 자립을 중요하게 여기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지방경제를 “인민생활을 균형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경제발전 단위”라고 설명해 왔다. 《생산도시 순천》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대표적인 중화학공업 도시이자,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시장화의 중심지로 발전한 순천을 주목한다. 산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석탄과 석회석 같은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데다, 평양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입지 조건은 순천이 공업도시로 발달하는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 책은 평안남도 중심에 위치한 순천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러한 북한의 중앙경제와 지방경제의 역학관계를 고찰하는 것은 물론, 중앙이 아닌 ‘지방’의 관점에서 북한 사회와 시장화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 부정과 긍정이라는 인식의 양극단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분석하다 순천을 중심으로 구체화되는 북한의 신지역경제 메커니즘 북한경제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은 극과 극을 오간다. 공장은 멈췄으며 주민들은 먹거리조차 해결하지 못해 경제가 거의 붕괴 직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이미 평양은 ‘맨하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발전했고 사회주의가 무색할 만큼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자본주의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이처럼 양극으로 나뉜 시각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닌, 북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편향된 인식들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한다. 《생산도시 순천》은 이러한 일반의 인식적 한계를 넘어서 경제난 이후 북한에서 실제 일어난 지역경제체제의 재편을 다룬다. 이른바 북한의 ’신지역경제의 탄생’이라 할 수 있는 이 과정은 중앙공급체계가 와해된 이후 정부, 기업소, 개인이 서로 연계하여 만들어 나간 새로운 경제 매커니즘을 말한다. 이 책은 이를 추상적인 숫자나 제도적 수준이 아니라, 북한의 시장화를 직접 경험한 연구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순천 지역경제의 모습을 면밀히 조사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1990년대 경제난을 기회로 만든 〈사람들〉에 주목하다 변화하는 북한과 그 속의 역동적인 주체들에 대하여, 회계장부 속 기록이 아닌 〈일상〉의 변화에 대하여 그간 저자 설송아는 북한의 시장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화하는 사람들을 소설과 에세이로 꾸준히 다뤄왔다면, 이번 연구서에서는 이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사회구조적 배경을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도시 순천》은 새로운 경제 매커니즘이 태동하는 현장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보이는 역동적인 ‘기지(機智)’를 총 망라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순천이라는 도시가 석탄, 시멘트, 제약과 같은 주요산업을 넘어 신발, 의류, 가구, 술, 제빵, 서비스업에 이르는 파생산업을 탄생시킨 동력의 기반에는 다양한 주체의 기지들이 존재했다. 이 책이 보여주는 ‘신지역경제의 탄생’은 회계장부 위에 기록되는 자본의 증감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 간 네트워크의 재구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상’의 총체적인 변화임을 환기시킨다. 이 책은 비단 북한사회뿐 아니라 여러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종종 간과되는 현실세계의 구체성을 돌아보는 귀중한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