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청일전기(淸日戰記)』는 청일전쟁(1894~1895)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난 1900년, 만 25세의 나이가 된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1875~1965)이 한성감옥에서 순 한글로 원고를 마무리한 책이다. 이승만은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독립협회 간부들과 함께 한성감옥에 투옥 중이었다. 결국 출판은 1917년 하와이 태평양잡지사에서 이루어졌다. 옥중에서 이승만은 청일전쟁에 관한 중국책 『중동전기본말(中東戰紀本末)』(1897)을 발췌 및 번역하고 그에 더해 “전쟁의 원인” 그리고 “권고하는 글”이라는 논설을 덧붙여 원고를 완성했다. 『중동전기본말』은 당시 중국에서 선교사 겸 언론인으로 활동하던 알렌(Young J. Allen, 林樂知, 1836~1907)과 중국 언론인 채이강(蔡爾康, 1852~1921)이 공동으로 편저해 1897년 전체 18권(전편 8권, 속편 4권, 3편 4권, 부록 2권)으로 출판한 청일전쟁에 관한 역사책이다. 중국(中國)과 동영(東瀛, 바다의 동쪽 나라 즉 일본)의 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언론인 유근(柳瑾, 1861~1921)이 돕고 사학자 현채(玄采, 1856~1925)가 발췌 및 정리하고 국한문으로 번역해 두 권의 책으로 묶어 1899년 『중동전기(中東戰記)』라는 이름으로 번역본이 출판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1900년 청일전기 서문에서 이승만은 이 번역본을 참고하여 원고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1917년 출판된 『청일전기』 서문에서 이승만은 “만일 한인들이 오늘날 유구국(琉球國·오키나와)이나 대만(臺灣·타이완) 인종들의 지위를 차지하고 말 것 같으면 이 전쟁의 역사를 알아도 쓸데없고 오히려 모르는 것이 나을 터이지만, 우리는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여 태평양이 마르고 히말라야가 평지가 될 지라도 우리 대조선 독립은 우리 한인의 손으로 회복하고야 말 터인즉 우리 한인이 갑오전쟁(청일전쟁)의 역사를 모르고 지낼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이 책에는 당시 전쟁을 전후해 청국과 일본 사이에 오고 간 외교공문을 비롯한 역사적 기록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예컨대 청국 황제 광서제의 선전포고 조칙, 일본 천황의 선전포고문, 청국 대표 이홍장과 일본 대표 이토 히로부미의 시모노세키 강화회담 대화록, 전쟁에 패배한 청국의 슬픈 운명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시모노세키 최종 조약문 등은 물론 이홍장과 로마노프 간에 체결된 ‘청러밀약문’과 청국과 일본 간 조선 문제를 두고 서울에서 조인한 ‘한성조약문’ 등이 그 예다. 충무공 이순신의 말씀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120년 전 갑오년은 우리에게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은 1998년 펴낸 『우남 이승만문서 동문편』 제2권에서 1917년 하와이에서 간행된 『청일전기』를 영인하여 출판하였다. 또한 송복 교수가 2011년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학술총서 15권으로 출간한 책 『저서를 통해 본 이승만의 정치사상과 현실인식』에 포함된 오영섭 박사의 논문이 『청일전기』를 해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은 2014년 청일전쟁 120주년을 맞아 이승만의 『청일전기』를 현대어로 번역하여 출판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국한문으로 된 원 저작을 축약하고 또 한글로 바꾼 이승만의 옥중 노고가 60간지를 두 바퀴 돌아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2014년에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읽을 수 있는 현대 한국어로 원고가 마무리되었다. 이듬해인 2015년 우남 이승만 140주년 탄신일(3월 26일)에 맞추어 마침내 『쉽게 풀어 쓴 청일전기』가 출판된다는 사실에 호국 영령이 되어 하늘에서 우리를 굽어보고 계실 건국 대통령도 기뻐할 터이다. 책의 구성이 워낙 입체적이라 책을 구성하는 각각의 부분에 대해 원저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국가를 대표한 인물이 서명한 조약문이나 조칙 그리고 대화록 등과 같은 공식 기록이야 저자를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통신사 전보나 언론사 보도에 기초한 부분 역시 저자를 밝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조선 난리의 역사적 기록 제1부터 제12까지”와 같은 해설은 마침 알렌이 썼다는 사실을 원본에서 밝히고 있었다. 따라서 책 본문을 구성하는 각각의 꼭지가 본래 누구에 의해 쓰여 진 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글의 제목과 함께 원저자의 이름을 괄호 속에 넣어 밝혔다. 다만 저자를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해설 꼭지는 알렌과 채이강의 공동 저술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청일전기』 원본에는 목차가 없어 내용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승만연구원에서 임의로 목차를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청일전쟁 전후의 조선 정황, 동학과 청일전쟁, 일본군의 조선 파병 과정, 청일전쟁의 주요 전투 설명, 황해해전의 교훈 등을 책의 제2부에 소개했다.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정세가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떠오르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일본이라는 오늘날의 상황이 120년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라는 한민족 내부의 변수가 러시아는 물론 미국을 여전히 한반도에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간행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