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의 첫 번째 산문집을 펴낸다. 『두근두근』이란 제목 하에 몸을 빌미로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아주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차려 자세에 긴장된 양 미간으로 읽어나가면 오히려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 몸에서 힘부터 빼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슬렁슬렁 넘겨보다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살짝 머물러 놀다 가도 될 일이다. 그에 빗대어 쓰고자 하는 말이 떠올랐다면 메모를 해도 좋고, 그러다 졸음이 오면 이 책을 목침삼아 한잠 자고 일어나도 될 일이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냄비 통째 올려놓고 먹어도 썩 괜찮을 일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렇게 아무런 부담 없이 놀이 삼아도 좋겠다는 말이다.
1991년부터 지은이가 써두었던 시작메모, 일기,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두근두근』은 탄생했다. 세월로 치자면 17년 가까이 묵힌 것들인데, 이를 기초로 책을 작정하여 버리고 수정하고 다시금 쓰는 과정 속에서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라는 방향이 생겨났다. 이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문학으로서 산문시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 안쪽에 있는 것, 그것이 안심(安心)이다. -「안심」
사랑하는 이는 “그가 나와 닮았기 때문에” 동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모습에서 나를 보기 때문에 동감하는 것이다. 네가 가장 아프다고? 그래 맞다. 내가 가장 아프다! -「등심」
삼류 에로 비디오물 가운데 ‘연필부인 흑심 품었네’란 제목을 가진 비디오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연필부인은 그 마음으로 새로운 운명을 꿈꾸었을 것이다. 자기 “운명에 밑줄을 그어가며”(파스테르타크) 살고 싶었을 것이다. -「흑심」
가출한 지 오래인데도, 그가 내 방 안에 들앉아 있다고 여겼다. 마음을 그 방에 놓아두고 외출했던 거다. -「방심」
공심(公心)을 이데올로기라고 읽자. 그렇다면 사심(私心)은 그 사람을 향해 품는 내 마음을 설명해줄 것이다. -「사심」
예를 들면 이런 식의 글이다. 읽다 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깨에 힘을 다 뺀 권투선수가 어쩌다 날린 훅에 다운 당할 수 있는 것처럼 어럽쇼, 하는 순간 치고 들어오는 펀치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책이 주려는 그 마음, 사랑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