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파파

구효서 · 소설
3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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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라고 믿어온 '정 군'을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나가사키의 음식점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물한 살 한유나. 그리고 그녀와 함께 일하는, 별난 성격과 취미의 식당 동료들의 이야기를 오밀조밀하게 빚어냈다. 작가 특유의 구성진 입담에 따뜻한 분위기가 더해진 소설이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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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나가사키 파파 작가 후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쪽팔리는 철부지 엄마, 나가사키로 밀항한 아버지... 스물한 살, 나를 충동한 것은 결국 방황이었다. 황순원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 신작 장편소설 등단 21년째를 맞은 중견 소설가 구효서. 구성진 입담과 실험적 정신, 세련된 감각으로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구효서의 신작 장편소설 『나가사키 파파』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오늘날 유랑민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한 면을 대변하듯,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라고 믿어온 ‘정 군’을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나가사키의 음식점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물한 살의 한유나(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따뜻한 온기 속에서 오밀조밀하게 빚어내고 있다. 내가 이곳에 온 까닭? 나는 나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둘인 이유일 테지. 한국과 일본에 각각 하나. 양아버지와 친아버지. 그 사이에서 헤매는 게, 나겠지. 바람나 도망친 아버지. 그로 인해 가족은 찢어지고, 고향으로부터도 왕따당했던 나. 모든 불행과 불운이 거기에서 연유한다고 여겨 뛰쳐나온 거겠지 뭐. 어쩌면 이곳 나가사키엔 온전한 아비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아닐까. (p.274) 별난 개개인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맛깔난 묘사, 경계인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 한유나가 조리사로 근무하는 음식점 ‘넥스트 도어’에는 제각각이어서 유대감 따위는 없지만, 열의만큼은 대단한 별난 멤버들이 있다.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으나 대학을 가지 못한, 이상하게 착하고 만만한 스무 살의 접시닦이 히데오. 사랑이 뭐라고 삼십 년 넘는 세월을 오로지 한 여성 곁에만 있어온 전직 프로야구 투수 코치이자 지배인인 헐헐헐헐 오오카. ‘이름 없는 것’들을 메모하고 수집하는 별난 취미를 가진 주방 경력 13년의 소심한 대꼬챙이 쓰쓰이. 스쿠터에 물감을 싣고 세상의 온 벽을 찾아다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홀 담당 기구치.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짓지만 죽어도 ‘그곳’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중국인 아이코. 자신의 아빠도 아닌 주제에 내 아빠 찾기에 더 열성적인 못 말리는 참견쟁이 미루 언니 등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제각각인 캐릭터들이 작가의 맛깔난 묘사와 세련된 위트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소설의 재미를 한층 높여 준다. 여자 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어요, 라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다. "외운 것들이 서로 엉기질 않아요. 엄마는 그런 게 두부처럼 엉겨야 되는데, 라고 하시죠. 화학작용을 해서 뭔가 다른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못 그래요. 배 속에서 소화물이 소화되지 않고 그냥 생으로 나오면 똥보다 더 끔찍할 거예요, 그쵸?" (pp.62~62: 히데오와 한유나의 대화 중) "저거 말이에요. 방석.. 방석 맞아요?"쓰쓰이가 도리질을 했다. "뭐예요, 그럼?" "몰라요." "몰라?"...."몰라요, 정말. 이름 없는 것들이니까" "모두?"... "이름 없는 것들만 모아둔 거니까." (pp.117~118: 쓰쓰이와 한유나의 대화 중) 별난 성격과 취미를 갖게 된 멤버들에게는 제각기 다른 출생 배경과 그에 따른 사연이 존재한다. 예로, 항상 웃음을 머금고 살아 이상하게 만만한 히데오에게는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데서 오는 외롭고 두려운 본능이 지배했던 것이고, ‘이름 없는 것’들을 수집하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쓰쓰이에게는 아이누인으로서 일본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 받아온 정체성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남과 조금씩 다를 뿐이지만 사회에서 ‘평범’하지 못하다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던 소설 속 멤버들의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 주변인으로 규정지어진 사람들의 모습과 담담하게 오버랩된다. 자발적 의지가 아닌, 사회적으로 규정지어진 어떤 틀 안에 완전히 섞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로움과 쓸쓸함을 짊어져야만 하는 경계인들. 여기에 있는 것 거의 모두는 소속을 몰라요. "소속?" "용도 같은 거요. 누가 무엇에 필요해 만들었던 물건인지 모른다는 거예요. 긴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자와 물건과의 관계가 없어지는 거죠. 관계가 없어져, 그래서 혼자가 된 것들. 혼자가 되면 이름도 없어지죠." "존재만 남고?" "외롭지만, 존재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pp.124~125) 그러나 그들이 조심스럽게 내린 선택은 그러한 데에 함몰되기보다는 열의를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양하고 특이한 멤버들이 자아내는 하루하루는 어떤 날은 어처구니없지만 미소 짓게, 또 어떤 날은 슬프지만 따뜻하게 만들며 가슴 한쪽을 아련하게 한다. 규정되고 강요된 것들에 대한 표상 ‘아버지’란 이름의 새로운 해체 한유나가 나가사키로 아버지라는 사람을 찾아온 까닭은 엄마 ‘박성희’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어려서부터 자신의 친아버지가 엄마와 결혼하고 자신을 키워준 ‘한빈’이 아니라 외할아버지 가죽공장의 평범한 일꾼이었던 ‘정 군’(정민태)이라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 군은 한유나가 태어나기도 전에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였고, 한빈이란 아버지는 여대생과 바람나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도망친 후 소식이 끊긴 상태였다. 이런 상황 안에서 한유나는 고향과 가족에게 단단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엄마마저 뒤로한 채 유랑민 같은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명동의 한 부티크에서 외할아버지의 가죽공장 상호였던 ‘시전(?田)’상사와 동일한 상호인 가키타쇼우샤(?田商社)의 토끼가죽 재킷을 우연히 발견한다. 팔 년 전에 문을 닫은 시전상사와 업종까지 동일하다는 데에 한유나는 가키타쇼우샤와 정군 사이에 강한 연결 고리가 있음을 직감한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정 군이지만 그만이 부유하는 자신에게서 뿌리를 발견하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감을 지닌 채 나가사키로까지 흘러들어 간 것이다. 그리고 정 군을 찾으러 딸이 나가사키에 갔다고 확신한 엄마 박성희는 그동안 딸에게 풀어놓지 않았던 옛 이야기를 메일로 찬찬히 띄워 보내기 시작한다. 니 아빠를 개인적으로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 스물하나였단다. 아, 꽃 같은 나이였지. 오이로 말하면 아직 꽃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오이였단 말이야. 그런 오이를 따면 어른들게 혼나는데 니 아빠는 풋오이 같은 나를 꼬셨지 뭐냐. (p.72) 그러니까 말이야, 니 할머니나 고모가 너한테 정 군을 친아버지라고 말한 것과, 내가 너한테 정민태라는 사람이 니 아버지라고 말한 건 전혀 다른 얘기야. 내가 그렇게 말한 건, 니 아빠가 여대생한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기어이 집을 나가 행방이 묘연해지고 난 뒤잖아. 그런 게 무슨 아빠니. 그러기 전에도 수없이 속만 썩였고. 차라리 소문대로 정 군을 니 아버지라 여기는 게 낫겠다, 그런 뜻이었어. 적어도 그 사람은 나와 너를 위해 자신을 던졌잖아. 니 아빠라는 사람은 나와 너를 버린 위인이고. (p.259) 엄마가 바다 건너 보내온 메일에는 철부지 엄마의 그때 그 시절 "아스라이 아롱지"던 옛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은"머리를 찧고 싶을 만큼 후회가 되면서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또다시" 빠져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아버지 ‘한빈’과의 첫사랑, 일꾼이었던 정 군과 남모르게 쌓아갔던 싱그럽던 우정, 그리고"달빛 떨어진 창호지 문이 형광등처럼"밝았던 그 밤에 정 군이 엄마의 방에 몰래 들어와서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고 범죄자로 수배되어 마을에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숨어 있던 가슴 아픈 진실까지. 유나는 엄마의 메일을 통해 자신의 출생에 대한 진정한 내막을 알아감과 동시에 어느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넥스트 도어의 멤버들이 자신 곁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특별해진 그들과 만들어왔던, 그리고 만들어가는 일상을 통해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찾고자 했던 것은 양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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