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루플의 작품은 한눈에 즉각 알아볼 수 있다.
그 어떤 위대한 시인의 작품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마이클 클라인, 시인
흠결을 내보이기 주저하지 않는 시인의 산문들
세상엔 두 종류의 작가가 있다. 자신의 헝클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와 없는 작가. 메리 루플은 전자다. 자신의 말이 진실에 가깝다면, 산발한 채 퀭한 얼굴로 침 흘리며 울부짖는 모습을 얼마든지 보일 수 있는 작가다. 독자들은 영리해서, 그리고 영리하므로 이런 작가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나는 메리 루플의 글을 ‘사랑하므로’ 읽는다. 사랑하여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눈물 닦고, 눈곱 떼고, 머리 빗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생을 이야기하는 작가는 근사할 순 있지만 사랑하고 싶어지진 않는다.
― 박연준, 시인
《가장 별난 것》은 메리 루플이 시인이 되고 나서 30여 년 만에 펴낸 첫 산문집이다. 그는 시인으로 살았던 오랜 기간 산문을 종종 쓰긴 했으나 이 책을 내기 전까지는 그것을 모아 출판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글들은 차라리 산문시에 가까웠을 테니까. 루플은 자신이 산문을 쓸 때와 시를 쓸 때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고 말한 바 있지만, 그의 산문은 그가 쓴 시들을 닮았다. 야성적이고 무애한, 동시에 유머러스하며 신비로운 문장들을. 이 책 또한 전작 《나의 사유 재산》과 마찬가지로 어떤 글은 차가운 성가처럼, 어떤 글은 잔인한 우화처럼, 어떤 글은 다정한 잠언이나 명상록처럼 다채롭게 읽힌다.
작고 평범한 것들을 특별한 사건으로 바꾸는 일
내가 읽은 섹스에 관한 최고의 글은 이 책에 실린 〈눈〉이라는 작품이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나는 섹스를 하고 싶다.” 누군가 나더러 내리는 눈을 보며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문장을 적어보라고 했다면 나는 이렇게 썼을 것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나는 사색을 하고 싶다.” 눈과 섹스와 새와 묘비를 이처럼 우아하게 연결 짓는 작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메리 루플의 환상적인 글들이 가진 문제는, 그것이 이미 쓰였다는 사실이다. 나에게는 그런 글을 쓸 가능성조차 영영 사라진 것이다.
― 군힐 오여하우, 노르웨이 시인
메리 루플의 글은 대체로 ‘있을 법하지 않은 문장들’ 혹은 ‘나란히 있을 법하지 않은 문장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종종 기묘하고 낯선 얼굴을 띤다. 형식상 산문시와 초단편 소설과 에세이 따위를 경계 없이 오가는 글들로 설명될 수 있겠으나 그러한 설명만으론 부족한, 독특한 완성미를 가진 그의 산문들은 《가장 별난 것》에서도 여전하다. 〈물 한 잔〉이라는 글에서는 냉장고 안의 불빛이 두려워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벤치〉에서는 집 뒤뜰에 놓을 벤치를 둘러싼 남편과의 다툼이, 표제작 〈가장 별난 것〉에서는 글씨를 너무 크게 쓸 수밖에 없는 여자의 사연이 펼쳐지고 그것들은 모두 삶의 어떤 형국 앞에 다다른다. 비애와 농담을 하나로 말할 줄 아는 시인의 목소리 안에서 어떤 진실에 당도하고야 만다. 루플의 글 안에서는 모든 것이 특별한 사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