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조선 풍속화 읽기 ―별게 다 보이는 강명관식 옛 그림 독법 “단원의 <타작>을 볼 때마다 자리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사내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땅은 원래 경작하는 것이고, 경작하는 사람만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양반은, 마름은 경작하지 않고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정말 해괴한 일이 아닌가. 소를 부리며 땅을 갈고, 가족이 날라오는 새참을 먹고, 가을에 도리깨질을 하는 소농이야말로 인류를 이제까지 살려온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의 농민과 농촌은 어떻게 되었는가.” ―≪조선 풍속사 1≫, “타작, 수확의 즐거움과 수탈의 괴로움” 중에서 ‘화畵’라 쓰고 ‘사史’라 읽는다―풍속화로 감각하는 조선 사람들, 조선 이야기 ‘참신한 시각, 시원스러운 글 솜씨,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풍속사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강명관 교수의 ≪조선 풍속사 1~3≫ 시리즈가 완성되었다.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를 필두로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25점과 조선 후기 풍속화 전반을 소재로 한 세 권의 책이 그것이다. ‘조선 풍속화’라는 코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와 주제,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짜임새 있는 서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강명관 교수 특유의 명쾌함으로 어우러졌다. “조선시대 풍속화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회화사 방면의 연구는 풍속화의 미학적 성취에만 주목하고 그림이 담고 있는 정보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그림은 미학적, 미술사적 관점에서 해독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풍속화는 이미 사라진 사회와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달리 볼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사라진 한국 사회, 혹은 한국인의 과거가 담겨 있으므로 우리는 그 과거에 주목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 풍속사 2≫, “책머리에” 중에서 “단원의 풍속화가 무엇을, 어떤 풍속을, 어떤 사회를 그렸는지 아는 것은 조선시대를 시각적으로 아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풍속화를 대충 보아 넘기지 말고 꼼꼼히 살피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풍속화, 그것도 단원의 풍속화는 조선시대를 감각할 수 있는 좋은 길인 것이다.” ―≪조선 풍속사 1≫, “≪단원풍속도첩≫ 읽기” 중에서 조선 뒷골목 사람들이 만든 최고의 걸작, ≪단원풍속도첩≫을 읽다 ≪조선 풍속사 1―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는 조선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그림을 실마리로 조선시대 풍속사를 살핀 책이다. 단원이 그린 많은 풍속도는 편의상 시리즈 풍속화, 평생도, 아집도, 기록화 등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이 제재로 삼은 ≪단원풍속도첩≫은 시리즈 풍속화에 속한다. 무엇보다 25점이라는 작품 수는 단원의 시리즈 풍속화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며, 저자가 ≪단원풍속도첩≫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수만큼이나 다채로운 조선 사람들의 삶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림에서 보이는 톱만 톱이라 불렀고,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칼처럼 생긴 톱은 거도라고 불렀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대패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사내는 대패 옆에 양쪽으로 나온 나무를 잡고 밀고 있다. 이것을 대패손이라고 하는데, 과거 대패질을 할 때는 대패손을 자고 밀어서 나무를 깎았다.” ―≪조선 풍속사 1≫, “기와 이기, 모든 이가 기와집에서 살았으면” 중에서 사실 ≪단원풍속도첩≫은 우리에게 낯익은 동시에 낯설다.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고, 최근에는 광고에까지 두로 쓰이고 있어 익숙한 듯하지만, 정작 그림이 무엇을 그렸는지, 그림 속 물건들이 무엇인지 파고들면 생소하다. ≪단원풍속도첩≫ 한 점 한 점에 주석을 달듯 그림 속 인물들의 행동 하나, 사물 하나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읽어가는 강명관식 해설의 치밀함은 그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단원의 <씨름>은 요즘 씨름과 달리 모두 샅바를 매지 않고 있다. 자세히 보면 앞쪽의 사내는 오른손 팔뚝에 바를 감고 상대의 왼쪽 허벅다리에 감고 있을 뿐이고, 허리에는 바를 매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는 씨름을 바씨름이라고 한다. 이 그림에서 보듯 씨름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오른씨름, 왼씨름, 띠씨름, 바씨름이 그것이다.” ―≪조선 풍속사 1≫, “씨름, 씨름 한 판으로 벼슬길에 오르다” 중에서 쌍겨리, 들밥, 타작, 나무하기와 윷놀이, 어살, 자리 짜기, 대장간, 편자 박기, 기와 이기, 우물가, 빨래터, 길쌈, 담배 써는 가게, 씨름 무동, 서당, 활쏘기, 행상, 길 떠나는 상단, 나룻배와 강 건너기, 주막, 길 가는 여인 훔쳐보기, 신행길…… 한 폭의 그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길게는 500년 전, 짧게는 100년 전 삶의 모습이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음을, 당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애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조선 최고 화가의 손을 빌려 걸작으로 남은 그림들이지만, 단원은 그저 붓을 들고 화폭에 옮겼을 뿐, 걸작을 탄생시킨 것은 조선 뒷골목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하고 무구한 일상인지도 모른다. 엿장수 조첨지서부터 개고기 마니아까지, 풍속으로 남은 사람들 ≪조선 풍속사 2―조선 사람들, 풍속으로 남다≫는 단원과 혜원의 그림이 아닌 그 밖의 조선 후기 풍속화를 중심으로 조선 풍속사를 읽었다. 풍속화라면 으레 혜원과 단원 작품에만 주목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에서 우리의 풍속을 찾아본 흔치 않은 작업이다. 단원과 혜원의 작품이라면, 지레 그 작가의 무게에 눌려 작품 해설에 적지 않은 강박증을 갖지만, 그 외는 도리어 홀가분하게 그림을 읽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조선 풍속사 2≫에서는 우리에게 수출화가로 폄하되어 온 기산 김준근의 작품 등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성은 단원이나 혜원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림이 담고 있는 풍부한 정보는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기산 김준근의 <엿 파는 아이>를 보자. 엿을 파는 아이가 나오는 풍속화는 더러 있지만, 엿 파는 아이만을 그린 것은 오직 김준근의 것만 남아 있다. …… 김홍도의 <씨름>에서 팔고 있는 엿도 가래엿이다. 나는 <엿 파는 아이>를 보고 오래된 의문을 풀었다. 엿장수의 가위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늘 궁금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적어도 19세기 말에는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조선 풍속사 2≫, “엿장수, 한 달 육장 매장 보니 엿장수 조첨지 별호되겠네” 중에서 저자는 ≪조선 풍속사 2≫에서 풍속사, 사회사, 음악사, 미술사를 포괄하는 방대한 지적 편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예쁜 강아지와 아이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그림을 보다가도, 다음에 가서는 개를 끌고 가는 개백정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개고기를 요리하는 다양한 조리법까지 소개한다. 그런가 하면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통해 유려한 자연을 보기보다는 그림 속 양반들의 견여를 맨 스님들의 사연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저자의 풍속화 읽기는 마치 만담꾼의 넋을 잃게 하는 말솜씨와 닮았다. “한 점을 지나는 선분은 무수하다. 그 점의 의미는 선분 속 위치에 따라 다르다. 그림을 한 점이라 생각한다면 그 그림의 의미를 해독하는 선분은 무수하다. 우리가 그 선분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그림에서 얻어낼 수 있는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그 선분이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그림은 우리에게 보다 풍부한 의미를 제공할 것이다. 나는 단지 풍속이란 선분 위에서 그림을 이해하고자 할 뿐이다.” ―≪조선 풍속사 2≫, “책머리에” 중에서 도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