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케니의 서양철학사 시리즈 3권 《근대철학》(The Rise of Modern Philosophy)이 철학서적 전문출판사인 서광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로써 현재 가장 뛰어난 서양철학사 중 하나로 평가받는 케니의 철학사 네 권이 우리말로 모두 번역되었다. 흔히 서양 근대는 ‘천재 철학자들의 시대’라고 불린다. 비범한 천재성을 지닌 수많은 철학자들이 연이어 등장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 체계를 제시하고, 다른 체계를 제시한 철학자들과 치열한 논쟁 및 비판을 주고받는 지적인 전쟁터 또는 경기장이 바로 근대라는 시대이다. 이런 경기를 구경하는 관객은 자칫 세부적인 장면에 집착하다가 경기의 방향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케니의 《근대철학》은 근대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철학자들의 전쟁과 경기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아 근대철학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게 해 준다. 이 책을 통해 근대철학의 창시자로 평가되는 데카르트를 비롯하여 위대한 영국 철학자인 홉스와 로크, 흄 그리고 철학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비범한 철학자 칸트를 만날 수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앞서 출간된 《고대철학》, 《중세철학》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세 장에서는 그 시대에 등장한 철학자들을 연대순으로 살펴보고, 그 이후의 여러 장에서는 오늘날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철학의 다양한 세부 주제에 관한 논의에 그들이 기여한 바를 주제별로 다루고 있다. 독자들 가운데에는 철학사가 과거 사람들과 사회의 모습을 밝혀 주기 때문에 철학사에 관심을 갖는 부류가 있고, 현대의 철학이 탐구하는 주제들을 해명하기 위하여 철학사에 관심을 갖는 부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의 책 구성은 두 유형의 독자를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분류한 방식은 이전의 《고대철학》 및 《중세철학》과 비교해 볼 때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이 책에서는 논리학과 언어를 다룬 장을 별도로 두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근대철학자들이 중세철학자나 19, 20세기 철학자들에 비하여 이 분야에서 그리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 책에서는 정치철학을 다룬 장이 처음 등장한다. 한편, 자연학을 다룬 장은 이전보다 분량이 줄었는데 그 까닭은 뉴턴의 등장과 더불어 자연학의 역사는 더 이상 철학사가 아니라 과학사의 일부가 되었으며, 철학자들은 최소한 상당 기간 동안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다루는 일 정도만 했기 때문이다. 케니는 《고대철학》 및 《중세철학》과 마찬가지로 대학 2,3학년 수준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으며 어떤 교과목을 통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의 깨달음과 즐거움을 위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철학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전문 용어의 나열을 피하고 명료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의 역자는 ‘케니의 문장은 항상 간결하고 정확하면서도 중후한 품격이 느껴진다.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고 세련되어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케니의 깔끔한 문장과 더불어 세심하게 선별된 흥미롭고 아름다운 그림들은 철학이 지닌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면들을 생생하게 드러내 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지적인 전쟁터 혹은 지적인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근대라는 시대에 누가 누구와 경기를 벌였는지, 또 왜 그러한 경기를 벌였는지 그리고 대체적으로 경기의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