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이미 선언됐던 ‘원전 폐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언제까지 원자력의 드라마를 바라만 볼 것인가? 원자력의 부흥기는커녕 수십 년째 단 2건 외의 새로운 건설 수주도 없이 완공도 못하고 버티며 수명 연장만 외치는 유럽과 미국의 원자력 신화의 실상을 다룬다. 이와는 판이하게 국가가 주도해 원자력발전의 부흥을 꾀하려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의 거대한 원자력 신화와 마주하고 있는 우리들이 참고할 만한 칼럼집이다.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 2006년 스웨덴 포스막 원전사고 등을 겪고도 원자력의 신화로 군림하던 ‘기후보호 효과, 값싼 전력, 안전한 에너지’라는 원전 추진자들의 장밋빛 홍보 이면의 허구와 그 실체를 매우 축약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핵심을 찌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올 초 독일에서 다시금 주목 받은 이 책은 과학자인 번역자(박진희 동국대 연구교수)가 전망하는 ‘포스트 후쿠시마 시대의 핵발전’, ‘한국 반핵운동의 약사’ 등도 함께 실어 한국어로 출간됐다. 금속학을 전공하고 독일 유력 매체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저자는 2004년 마지막 근무지 <슈피겔> 지를 떠나 독일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독일 환경단체’에서 줄곧 일하고 있다.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2010년 독일에서 출간되었고, 공교롭게도 중쇄를 찍을 즈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다. 후쿠시마 이후 독일 내의 ‘탈원전’ 목소리는 극에 달했고, 2011년 독일 정부는 또 한 번의 ‘원전 폐기’를 선언하게 되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직후에도 독일과 스웨덴은 ‘탈원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전 운영국이 그랬듯 독일 정부 역시 탈원자력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시켰고, 핵발전과 탈핵 논의는 지난한 세월 동안 역대 정권에서 엎치락뒤치락되었다.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해왔다고 자부하는 독일은 물론,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의 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그럼에도 재생가능 에너지 사회로 가기 위한 ‘다리’로서 원전의 필요성은 쉽게 힘을 잃지 않았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비블리스 원전도 2009년 수명이 연장되었고, 핵폐기물 저장소를 둘러싼 환경론자와 정부 간의 각축은 철로와 법원에서 늘 벌어지고 있었다.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짧은 전성기 뒤의 오랜 침체기 ‘원자력 부흥기’는 없었다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체르노빌 사고가 가져온 공포와 경각심도 잠시, 막대한 국가보조금이 투입되는 원전의 찬성론자들은 핵에너지의 탈이데올로기화 된 논의를 매우 즐겼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해 원전 기술의 근원적인 안전성 문제는 경제성, 환경친화성, 전력공급 안정성이라는 에너지정책 논의 뒤로 감출 수 있어서였다. 결국 근원적인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했다. 책은 해리스버그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 등 대형 원전사고가 날 때마다 더 안전한 성능을 가진 신형 원자로를 약속했던 원자력계의 오래된 약속이 어떻게 감춰지고 지워지면서 삼위일체의 에너지정책 논의로 옮겨오게 됐는지 조목조목 따진다. 사고가 날 때마다 그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다만 이런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게끔 신형 원자로를 내놓겠다며 거듭 맺었던 서약을 또 다른 서약으로 은밀하게 매장시킨다는 것을. 그러나 차세대 원자로는 3세대에서 4세대까지 언급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한 미래의 약속으로 남아 있으며, 이제 안전한 원자로 개발은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렇듯 오래도록 원자력의 부흥기를 떠들어댔지만, 실제로는 1953년 첫 상업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전 세계의 원자로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새로 건설되는 원자로도 손에 꼽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IAEA에 의하면 2010년 초 기준, 전 세계는 모두 37만 메가와트의 전력을 436기의 원자로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이는 2002년의 444기에서 점점 줄어든 원자로 수다. 전 세계 나라에서 104기라는 가장 많은 원자로를 보유한 미국은 1973년 와츠 바(Watts Bar) 원전의 2호기를 마지막으로 이후 어떤 원자로 주문도 받지 못했다. 와츠 바 2호기는 첫 삽을 뜬 지 꼭 40년 만인 2012년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본문 128쪽). 유럽에서는 2010년까지 수십 년 동안 고작 2건의 원전 건설이 수주됐다. 프랑스와 핀란드에 건설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가 그것이다(본문 129쪽). 70~80년대의 짧은 성수기를 맞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침체기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원전은 가장 비싸고, 가장 느리고,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논지다. 안전성, 핵폐기물, 우라늄, 핵테러 등 책에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원자력을 둘러싼 8가지 신화는 곧 원자력의 문제점이자 허점들이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강한 독일에서 원자력과 생태전력이 어떤 갈등을 빚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설명한다. 반면 2010년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총 56기 가운데 3분의 2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건설되고 있다. 2010년 기준 20기를 건설 중인 중국은 2012년까지 15기의 원자로를 추가로 더 건설할 예정이다(130쪽). 러시아와 유럽의 원자로 건설현장은 모두 첫 삽을 뜬 지 20년 이상 된 곳이다. 아시아를 제외한 지구상의 원자로 건설현장은 이미 수십 년째 ‘공사장 폐허’로 불리며 존재해왔다. 더 이상 미국과 유럽에서 원자로 건설이나 수명 연장을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이거니와 후쿠시마 이전에도 원자력의 신화는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요 근거이다. ‘기후보호자 원전’ 신화의 종말 수천 기의 원자로에 의한 기후보호는 전 지구를 ‘재앙의 화덕’으로 만든다! 거의 불도저식에 가까운 건설계획으로 전 세계 원자로 신축건수를 올려놓은 중국은 2030년까지 모두 50~60기의 원자로를 완공할 예정이다. 첫 삽 뒤로 수십 년째 공사 중이고, 지속적인 건설비용의 상승으로 완공이 늦어지는 세계적 추세에도, 중국의 평균 원자로 공사기간은 6년으로 잡혀 있다.(152쪽) 그러나 50~60기가 추가 건설되어도 2030년 예상 전력수요의 4.5% 이상을 조달하기 어렵다.(153쪽) 2009년 기준, 전체 전력량 가운데 약 16%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해결하고 있는 독일의 연방의회는 2050년까지의 이산화탄소 감축 시나리오를 과학자들에게 의뢰했다. 그 결과, 17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독일에 2050년까지 추가로 60기에서 많게는 80기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되받았다.(107쪽) 원자력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시나리오를 독일에서만 구체화했을 때도 사정이 이러할진대 전 세계가 기후보호라는 명분으로 원전 전략을 선택한다는 것은 원자로 수천 기를 건설함을 의미한다. 전 세계가 전력 생산과 동시에 대재앙의 위험성을 생산하는 ‘재앙의 화덕’이 되는 것에 대한 긴 설명도, 상상력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앙의 화덕들이 기후를 보호하게 될 지구상에는 새로운 형태의 군사적 공격과 테러, 원전 가동이 시작된 지 50년이 지나도록 단 한 곳의 공식적 인가된 최종핵폐기물처리장이 없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핵폐기물 문제, 빠듯한 우라늄 매장량의 고갈로 인해 더 위험하고 더 비싸며 일반 원전보다 수천 배의 오염원을 배출하는 플루토늄 경제로 더 빨리 가려고 할 것이고, 전 세계의 빈곤 퇴치 대신 어마어마한 재정이 원자력 시설 확대에 투입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이미 2002년에 독일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수명 연장? 안정성만 문제가 아니다 재생가능 에너지 수급으로의 발목잡기가 더 큰 문제 애초 설계 수명대로 가동을 멈춰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