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김연수 문학의 시작, 15년 만에 다시 펴내는 그의 첫 소설집! 1994년 등단한 이후 21년 동안 8권의 장편소설과 5권의 소설집을 펴낸 이가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자면 1년 반에 한 권꼴로 작품을 발표해온 셈이다. 이를 더 잘게 쪼갠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일 테다.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자신을 증명해온 작가, 바로 김연수다. 그러니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소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지적 소설의 한 장(場)을 열어젖혔다는 평에서부터 ‘우리 시대의 가장 지성적인 작가’라는 평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그의 성실한 소설쓰기가 어떠한 지반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소설세계를 갱신해온 작가 김연수, 지금의 그를 예감케 하는 그의 첫 소설집 『스무 살』을 마침내 15년 만에 다시 펴낸다. 이번 개정판은 단순히 초판의 몇몇 오류를 바로잡고 차례를 새로이 정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문예지를 통해 발표했으나 단행본에는 묶이지 않았던 「사랑이여, 영원하라!」와 세상에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미발표작 「두려움의 기원」을 수록해, 김연수의 첫 소설집이 재발간되기를 오래도록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 안에서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표제작 「스무 살」은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라는 뼈아픈 비유로 시작된다. 그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지 모른 채, 운동권에서는 약간 비껴선 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나온 스무 살 무렵의 시간들을 서정적인 필치로 감싸고 있다. 하지만 이 애틋한 온기에 몸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전혀 다른 질감과 톤으로 무장한 소설이 곧바로 이어진다. 「마지막 롤러코스터」는 ‘플라잉코스터’라는 상상의 롤러코스터를 만들어내어 극도의 스피드와 텐션을 추구하다 끝내 롤러코스터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안전바 하나에 의지한 채 예측 불가능한 속력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마지막 롤러코스터」는 시종 거친 속도감과 박력으로 독자를 끝까지 몰아붙인다. 자신이 만들었던 선풍기를 모조리 수집하고 다니는 이상한 선풍기 수집가의 이야기인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 역시 이 풍부하고 이채로운 소설세계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선풍기를 만들면 만들수록 선풍기가 지닌 가능성을 고갈시켜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회의감에 빠진 선풍기 수집가를 통해, 소설쓰기를 추동하는 힘에 대해 역설적으로 묻는다. 이처럼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를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놓는가 하면 이를 뒤엎듯 리얼리티가 배제된 환상적인 소설을 펼쳐놓으며 다양한 소설적 기법을 자유롭게 실험하는 이십대의 김연수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지금의 김연수를 예감케 하는 빛나는 대목들이 『스무 살』 안에는 스며 있다. 그 반짝반짝한 것들이 잘 여물기까지 작가가 통과해야 했을 “축축하고 어둡고 싸늘한 터널”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을 함께 읽어온 독자들은 어느새 벅찬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스무 살』은 그 제목처럼 김연수의 소설세계에서도 ‘청춘’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첫’소설집만이 지닐 수 있는 어떤 확신과 불안, 에너지와 주저함 모두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군가는 지나왔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중이며 누군가는 지나칠 예정인, 저마다의 스무 살의 모습과 꼭 닮은 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