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도와줘. 누가 좀 도와줘. 여기서 나를 구해줘.
부탁해. 부탁이야. 엄마 아빠한테 돌려보내줘.
〈학교〉 현관을 나서면 눈앞에 널찍한 대지가 펼쳐진다. 황야를 좌우에 두고 포장된 외길이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뻗어 있다. 눈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하나도 없다. 집 한 채도 서 있지 않거니와 나무 한 그루도 없다. 제일 가까운 마을까지 도대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상상도 가지 않지만 자동차가 없으면 오갈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렇듯 〈학교〉 배경은 외딴 섬처럼 고립무원이다.
이 이상한 〈학교〉에서 여섯 명의 학생과 세 명의 어른이 생활한다. 주인공은 마모루란 이름의 ‘나’이며, 스텔라, ‘시인’, ‘여왕님’, ‘신하’, ‘중립’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친구들이 있다. 여기에 ‘교장 선생님’, ‘사감’, 코튼 부인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살핀다. 〈학교〉에서는 오전에는 기초 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실습이라는 이름의 추리게임을 조별로 진행한다. 여섯 명의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 여기에 모여 있는 걸까?
수상한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학교〉 및 〈학교〉 시설은 물론이고,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의 정체 역시 불분명하다. 사다놓은 과자가 방에서 사라진다든지, ‘교장 선생님’이 남들 모르게 자동판매기에 물건을 쟁여 넣는다든지, 또한 사감은 총을 차고 다니고, 어느 방에는 스파이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전자기기가 가득하다. 학생들은 〈학교〉의 정체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에 한 명의 침입자인 신입생이 오기 전까지는…….
이 한 명의 신입생으로 인해 평화롭던 세계에 틈이 생기고 만다. 이 틈을 파고들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급기야 연쇄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이 〈학교〉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세계는 신의 논리로 만들어진 것인가,
인간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걸까?
니시자와 야스히코식 신본격 걸작 미스터리!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신본격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데뷔해 일본에서는 신본격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기 작가지만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의외로 적다. 작가는 주로 초능력, 최면술, 텔레파시, 순간이동 등의 SF적 설정을 본격 미스터리에 융합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일곱 번 죽은 남자』는 SF계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비SF 계열로는 『그녀가 죽은 밤』 등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리적인 추리 대결, 등장인물들의 깊이 있는 심리 묘사로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모순을 꼬집으면서도 본격 미스터리다운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에도 작가의 스타일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클로즈드 서클에 가까운 정체불명의 〈학교〉와 〈학교〉에 비치된 수수께끼의 기계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뭔가 감추고 있는 직원들. 이렇듯 비현실적이고 독특한 설정 속에서 학생들은 학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 학교는 ‘무엇’이며 등장인물들은 ‘왜’ 여기에 모여 있느냐는 수수께끼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중반 이후에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으로 ‘누가’ 범인이냐는 수수께끼까지 더해진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작가의 주요 스타일 중의 하나인 ‘토론’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한 등장인물이 가설을 세우면 다른 등장인물이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다른 가설을 내세운다. 소재 역시 살인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일상의 수수께끼, 사소한 의문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렇듯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은 추리소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상천외한 설정과 반전으로 완성도 높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