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 소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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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의 첫 한국어판 소설집으로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생명력 가득한 80년대 타이베이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책에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 사라진 상가 건물 ‘중화상창’을 배경으로 한 열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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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육교 위의 마술사 99층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조니 리버스 금붕어 새 탕씨 아저씨의 양복점 물처럼 흐르는 빛 자귀나무 아래의 마술사 추천의 글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대만의 대표작가 우밍이가 선사하는 세월의 마술 사라진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중화상창’ 그곳에서 펼쳐지는 열 편의 마술 같은 이야기 대만 작가 최초로 2018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우밍이.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집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의 대표작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가 알마에서 출간됐다. 우밍이는 2018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작가로, 함께 선정된 13명의 소설가 가운데 아시아 작가는 우밍이와 한강 단둘뿐이다. 우밍이는 대만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대만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임을 입증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생명력 가득한 80년대 타이베이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책에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에 철거된 상가 건물 ‘중화상창’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따뜻한 필치와 몽환적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열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몇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중화상창에 대한 기억을 작가가 섬세한 필치로 소환한 각 이야기는 소시민이 겪었던 시대와 당시의 사회상을 회상하고 그들의 애환을 들려준다. 독자들은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읽으며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비밀스럽게 털어놓고 그 성장통을 돌아보는 각 이야기의 화자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전해지는 진한 생명력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속 인물들의 삶의 터전인 상가 건물 중화상창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였으며 당시 그 주변은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였다. 그러나 책에서 번화가의 화려함이나 어두운 이면은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중화상창을 삶의 터전으로 해석한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속 중화상창에는 온갖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모여 있을 만큼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 그곳에서는 이웃 간의 정도 느낄 수 있다. 상가 사람들은 가출한 아들을 찾아다니는 부모를 대신해 가게를 봐주기도 하고, 딸의 죽음으로 절망감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집 밖으로 불러내려 애쓰기도 한다. 상가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화재로 가족을 잃은 아이가 이모네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와 고양이의 생명을 내 목숨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듯 충실하게 묘사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80년대 타이베이 번화가의 생활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중화상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의 생활반경은 철저히 상가 안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장치를 통해 저자는 더욱 밀도 있게 상가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내고 독자들은 충실하게 복원된 생활상을 보며 진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커위펀은 “우밍이는 시간을 소환하고 물건에 생명을 부여해 감정의 조각들을 이어 붙임으로써 생명력이 넘치는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또한 그들에게 미묘한 기복과 농밀한 감정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사라진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중화상창(中華商場)’ 소설의 배경인 중화상창은 1961년에 지어진 대만 타이베이의 상가 건물로, 우리나라의 세운상가를 연상시키는 장소다. 각 동은 충忠, 효孝, 인仁, 애愛, 신信, 의義, 화和, 평平으로 이름 붙여졌다. 3층짜리 상가 여덟 동 사이를 다리로 연결해 차도를 건너지 않아도 각 동을 오갈 수가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중화상창을 중심으로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도시 재개발, 지하철 건설 등으로 인해 1992년에 철거되었다. 중화상창은 30년 동안 타이베이를 지키며 사람들과 한 세대를 함께했다. 최신 유행 음악과 전자제품이 곰팡내 나는 헌책방, 구둣방과 공존했던 이 공간은 이름만으로 타이베이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옛 열차들은 타이베이에 진입하기 전, 구도심을 지나 중화상창 뒤편으로 달렸다. 중화상창은 타지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접하는 타이베이의 일상이기도 했다. 소설 내에서 중화상창에 대한 회상은 사라진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나 과거에 대한 아련함에 그치지 않는다. 중화상창은 오히려 유년 시절의 가난한 삶과 사랑의 실패,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이 아로새겨진 공간이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며 상처와 상실이라는 흉터를 어루만진다.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채 사라져 네 글자로만 남은 중화상창은 이제 그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독자들은 이 아홉 편의 성장 스토리 속 주인공과 함께 마치 햇빛이 어른거리는 길을 걷는 듯한 따스한 여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코끼리 옷 속에서 마주하는 과거의 나 표제작이기도 한 단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코끼리 인형을 입고 아동복 매장 앞에서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일을 하는 ‘나’의 이야기다. 코끼리 옷을 입은 나는 흡사 술래잡기를 하며 숨어서 술래를 기다릴 때 아래쪽 틈새로 조금 보이는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시야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보이지만 어른은 하반신밖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코끼리 옷 때문에 사람의 모습을 잃은 자신의 모습이 꼭 투명 인간 같다는 생각을 하고, 투명 인간이 되는 주문을 함께 외우던 형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길 건너편에서 코끼리 옷을 입은 나를 지켜보다 황급히 떠난 남자가 아버지임을 확신한 뒤로는 코끼리 분장을 할 때마다, 거부하고 싶었던 먼 기억 속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육교에서 마술 도구를 팔던 마술사가 그중 한 명이다. 마술사는 내게서 풍선을 받아 들고는 곧 하늘로 날려버린다. 나는 마술사의 행동을 보고 마술사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곧, 죽은 형과의 마지막 추억을 떠올린다. 마술사의 마술 공연에 형과 함께 참여했던 일을.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서 마술사는, 각 단편에서 인물들의 삶의 변곡점에 자리한다. 어릴 적 가출한 내게 오래도록 숨을 곳을 알려주기도 하고(〈99층〉), 손님들의 열쇠를 몰래 복제해놓고 있던 내 앞에서 열쇠를 복제하는 마술을 선보이기도 하며(〈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연애의 큐피드 역할을 하던 내 편지를 이유 없이 빼앗았다가 바로 돌려주기도 한다(〈조니 리버스〉). 그러나 마술사는 인물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는 않는다. 단지 작품 속 화자인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의미심장한 말을 던질 뿐이다. 그런데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마술사의 행동들은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이를 통해 인물들은 유년의 상처, 상실의 아픔, 숨겨왔던 비밀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인물들은 독백과도 같은 고백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맞게 된다. 이렇듯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서 마술사는 단순한 과거 회상을 현재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래지향적 작업으로 이끄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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