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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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 읻다출판사의 퀴어 문학 전문 브랜드 ‘큐큐’에서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국내 최초로 퀴어 작가들의 사랑시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시 선집이다. 큐큐는 이 선집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예술성과 문학성, 대중성과 다양성을 갖춘 퀴어 작가들의 시, 소설, 에세이 들을 출간할 예정이다. 언젠가 퀴어의 이야기가 더 이상 숨기고 은폐해야 할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경험으로 받아들여져 누구나 자신의 취향껏 작품을 골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절박한 곳에서는 절박한 사랑이 탄생한다 사랑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더욱 거대한 사랑이 탄생한다 이 책은 그 거대한 사랑의 작은 기록이다 우리 옆에 항상 있었지만 처음 읽는 퀴어 시선집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는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퀴어 작가들의 사랑시를 엮은 시선집이다. 전 세계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시인 서른아홉 명이 한 글자 한 글자 진솔하게 적어 내려간 사랑시 75편을 번역해 수록했다. 김수영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하고 《구관조 씻기기》와 《희지의 세계》로 주목을 받은 황인찬 시인이 다양한 사랑의 감정의 결을 다듬어 여러 시인들의 작품을 한 권의 단단한 시집으로 묶었다. “여기 수록된 여러 시편들이 담아내는 진한 '퀴어 감성'은 일찍이 나의 문학 경험 안에서는 접해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문학 작품 속에서 읽어온 ‘사랑’과는 분명 달랐다.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불투명한 이 언어들이야말로 내가 말해본 적 없으며 읽어본 적 없는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당신 또한 내가 느낀 이 기쁨과 참담함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_서문 중에서 “아득해, 달콤해” 사랑의 다양한 색을 모두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을 꿈꾸며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의 시인들은 그저 한 번의 스침에도 전율하고 감동한다. 서로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황홀해하다가도 충족되지 않는 평범한 소망에 속절없는 슬픔으로 흘러내리고, 소망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끝내 무너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의 사랑을 만나 행복감을 쏟아낼 때에는 가장 순수한 기쁨이 천연히 빛을 발한다. LGBT 정체성을 드러낸 시를 쓴다는 것은 사회적인 압박과 때로는 검열, 삭제의 위험까지도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퀴어 시인들의 시에서는 사소함과 간절함이 뒤섞여 소용돌이친다. 이 특별한 시선집에는 그 모든 외연과 내연이 융합된 꾸미지 않은 강렬한 감정들이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이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건다〉에는 스페인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그가 사랑에 빠졌던 상대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전화를 걸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달리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했지만 시인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달리의 달콤하고 아득한 목소리가 그의 가슴속 모래 언덕을 적시고 꽃을 피운다고 노래한다. 달콤하고 아득한 목소리 내게로 흘러와/ 달콤하고 아득한 목소리 음미하네./ 아득하고 달콤한 목소리, 부드럽게 숨죽였네.// 아득해, 상처 입은 갈색 사슴처럼./ 달콤해, 눈 속에서 흐느낄 때처럼./ 아득해, 달콤해, 연인의 품속에 머무를 때처럼! _96면 〈시인이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건다〉 중 일부 여인이 되고 싶은 남성의 몸으로 나무 기둥을 붙잡고 어찌할 줄 모른 채 절규하는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음성은 듣는 이의 가슴에까지 그 절실함을 전한다. 나는 입술에 연지를 바르고,/ 새로 난 자작나무 기둥에 입을 맞췄다,/ 비록 내가 미남자라 할지라도,/ 나의 가슴엔 고무공 같은 유방이 없다,/ 나의 피부에선 희고 결 고운 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는 다 시들어버린 박명의 남자다,/ 아아, 이렇게 애처로운 남자가 있을까 _132면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중 일부 이처럼 각각 특별한 사연이 반짝이면서도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 안에서 하나로 묶일 수 있는 퀴어 시들이 공감과 진한 감동을 남긴다. 단어 하나하나 시인들의 영혼이 담겨 있는 일흔다섯 편의 고백이 퀴어들의 절절한 마음을 어루만지기를, 이 책을 계기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정’, ‘동지애’가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최초의 레즈비언 서정시인인 그리스의 사포부터 중국의 우조나 일본의 요사노 아키코 같은 동양의 레즈비언 시인들,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핀란드 시인 에디트 쇠데르그란, 오스카 와일드와 월트 휘트먼과 같은 세계적 시인들의 동성애 정체성이 담긴 시들이 고루 수록되었다. 유명 퀴어 시인들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난 시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여기에 더해 본문 뒤편에는 작가들의 성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소개를 실어 각각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성애에 엄격했던 당시 미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월트 휘트먼이 ‘사랑’을 ‘우정’, ‘동지애’, 또는 ‘교제’로 바꾸어 표현하곤 했던 사연, 안토니오 보토가 동성애 문학을 출판한 죄목으로 체포되고 어느 과격한 단체에서 그에게 교수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소개된다. 동성애로 기소된 재판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랑”으로 표현된 동성애를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건강한 것이며, 가장 숭고한 애정의 형태이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 사랑을 무시하고 종종 그것을 웃음거리로 삼는다”라고 설명한 유명한 일화도 실려 있다. 부정당하고 조롱당하거나 분노의 대상이 되었던 작가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안타까움을, 그리고 간절한 응원을 자아낼 것이다. 은폐되고 때로는 검열에 의해 삭제까지 당했었지만 그들의 시는 고유한 울림과 공감대,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으며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는 전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의 숨길 수 없는 사랑을 담은 새로운 시도이자 목소리를 잃어버린 그들에게 다시금 목소리를 돌려주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이 한 권의 시집을 통해 퀴어들의 감정이 아름다운 시어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거트루드 스타인 · 래드클리프 홀 ·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 뤼시 드라뤼 마르드뤼스 · 르네 비비엔 · 리처드 반필드 · 마리나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 · 마이클 필드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 미하일 알렉세예비치 쿠즈민 · 비타 색빌웨스트 · 빈센트 밀레이 · 사포 · 샬럿 뮤 · 소피야 야코블레브나 파르노크 · 아르튀르 랭보 · 안토니오 보토 · 애그니스 메리 프랜시스 로빈슨 · 에드워드 카펜터 · 에디트 쇠데르그란 · 에바 고어부스 · 에이미 로웰 · 에이미 주디스 레비 · 오스카 와일드 · 요사노 아키코 · 우조 · 월트 휘트먼 · 윌라 캐더 · 윌프레드 오언 · 조지 고든 바이런 · 존 갬브릴 니컬슨 · 카린 보위에 · 카운티 컬런 · 콘스탄틴 카바피 · 크리스토퍼 말로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폴 발레리 · 하기와라 사쿠타로 · 하트 크레인 ■옮긴이 영어 이성옥 · 최승자 프랑스어 이주환 · 최성웅 일본어 이주희 · 정수윤 러시아어 이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