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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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와 더불어 앨런 무어의 3대 대표작 중 하나 <프롬 헬>은 아마도 살인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을 남자 잭 더 리퍼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이트채플 살인 사건과 그 후 벌어진 은폐공작을 자세히 묘사한 작품 <프롬 헬>은 스스로의 잔혹함과 폭력성으로 20세기를 탄생시킨 한 광인의 내면을 기록한 명상록이다. <프롬 헬>은 비평가와 학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주목을 받았으며, 20세기 폭스는 이를 각색하여 조니 뎁과 헤더 그레이엄 주연의 영화로 제작했다. 그래픽 노블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프롬 헬>은 꼼꼼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충분한 지식을 쌓은 작가의 추측이 더해져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두려운, 역사 픽션의 걸작이 되었다. 1888년 런던. 전설적인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의 출현으로 온 도시가 공포에 떠는 동안, 프레드릭 경위와 고들리 경사는 런던 화이트채플 지구에서 발생한 의문의 창녀 살인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실제로 프레드릭 경위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배후에 왕실이 관련돼 있음을 눈치 챈다.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는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겉모습은 고전적인 공포 스릴러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본질은 근대화 과정을 의사와 의사집단 그리고 질병에 대입하여 당시 영국사회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19세기 후반의 런던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바로 그 중심지로 근대화의 최첨단을 달리던 영국의 수도였다. 그러나 작품 속의 런던은 한마디로 ‘Hell(지옥)’로 묘사된다. 자욱한 안개에 둘러싸여 공장의 굴뚝에서는 끊임없이 매연이 피어오르고 빈민가는 창녀와 부랑자, 거지, 미치광이들로 넘쳐나는 오물투성이의 아수라장이다. 무분별한 산업화와 빈부격차가 극에 달했던 런던의 창녀들은 약간의 돈과 먹을 것(당시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포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살인마의 마수에 걸려든다. 경찰은 사건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피해대상이 창녀이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짓을 할 인간은 유대인이나 유색인, 미치광이 밖에 없다며 유대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그러나 범인은 뜻밖에도 왕실주치의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이 작품에서 잭 더 리퍼는 근대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캐릭터이다.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중세는 막을 내리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 사회 최상층 엘리트 계급인 의사 신분의 연쇄살인마였다는 게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