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고?
넌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냐?
라며 슬쩍 빨간 펜을 내려놓고, 검은 펜을 찾는 당신에게!
마약, 과학, 아나키즘… 이번엔 미신?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지식 스토리텔러
재담꾼 오후가 전하는 유쾌한 미신복음!
자신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서 자신의 본모습을 깨닫고 흠칫 놀랄 테다. 또 자신이 미신에 빠져 살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은 남들도 다르지 않다는 데에서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20××년 목성행 로켓 발사 10초 전,
10, 9, 8, 7, 6…
아차, 오늘 내 별자리 운세가 어떻게 되더라?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었던가?’ 헝가리의 사상가,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길을 찾지 않는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의 지도 앱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친절하게 인도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수백 년간,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보여준 ‘기적’은 어마어마했다. (과학기술의 업적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다니,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아직도 미신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과학은 인간의 진화 과정을 밝혔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란 걸 알아냈으며, 달 표면에 인류의 발자국을 새겼다. 또한 아동 사망률을 10분의 1로 떨어트렸고, 평균 수명을 배 이상 끌어올렸으며, 인간을 추위와 더위에서 구원했다. 그러나 이런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미신이 존재한다. 다만 그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주역』을 펴놓고 점을 보는 대신 스마트폰의 ‘점신’ 앱으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연말·연초가 되면 여전히 점집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인터넷에 떠도는 MBTI 성격유형테스트가 혈액형 성격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바야흐로 21세기, 과학과 이성과 합리의 시대, 왜 우리는 아직도 미신을 믿는가. 도대체 이 비합리적인 믿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인류의 탄생부터 함께해온 미신,
문명을 일으킨 최대 공신 역시 미신이었다!
저자는 인류의 탄생 그 순간부터 인류에게 종교와 비슷한 미신이 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들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이 ‘운’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인류의 삶은 풍전등화였다.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한 기후, 시시때때로 우리를 덮치는 더위와 추위, 호시탐탐 인간을 노리는 맹수. 이리저리 떠돌며 수렵 채집으로 먹고사는 인간에게는 밤을 무사히 지새우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일이 그야말로 ‘천운’인 것이다.
고대 인류가 미신을 믿었다는 근거 중 하나는 동굴벽화이다. 프랑스의 쇼베 동굴벽화는 5,000년의 시차를 두고 대를 이어 조금씩 그려졌다. 왜 그들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동굴 깊숙한 곳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을까? 무엇이 그들을 불빛 한 점 없는 위험한 곳으로 이끌었을까? 이는 ‘미신’이라는 집단적인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저자는 인류의 문명을 일으킨 최대 공신 역시 미신이며, 그 미신의 이름은 ‘농경’이라고 주장한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실수”라고 했고,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농경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표현했는데,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농경이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고 말한다. 농경을 시작한 인류는 탄수화물 덩어리만 섭취했기 때문에 늘 영양 불균형에 시달렸고, 인간의 신체와는 맞지 않는 농사일 때문에 허리는 휘었으며 관절에는 무리가 왔다. 저장을 통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 생기자, 이는 부족 간의 싸움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농경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약 1,0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며 농경을 시작한 이후 인류는 수렵 채집 시절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인류는 농경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믿음을 바탕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신념의 도약, 이런 행동들은 비록 수백 수천 번 실패할지언정, 가끔은 성공했고, 이는 역사의 한 단계를 뛰어넘는 선택이 되었노라고.
운명은 절대적인가, 바꿀 수 있는가?
미신을 통해 운명이 바뀐, 혹은 운명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
알렉산더 대왕, 『셜록 홈스』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도널드 레이건, 명성황후, 삼성의 이병철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미신에 심취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점쟁이를 불러 자신의 손금을 보게 한 후 ‘세상을 제패할 손금인가?’라고 묻는다. 세상을 제패하기에는 손금이 다소 짧다고 점쟁이가 말하자 알렉산더 대왕은 그 자리에서 칼을 꺼내 손바닥을 그어 손금을 늘린다. 과학적 유물론자이자 철저한 회의론자인 캐릭터 ‘셜록 홈스’의 아버지인 아서 코난 도일 역시 실은 영매를 통해 영혼을 불러온다는 ‘강신술’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역사적으로 지도자들 뒤에는 늘 점쟁이나 점성술사가 있었다. 백악관을 좌지우지한 도널드 레이건의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와 명성황후를 미혹시킨 무당 ‘진령군’처럼 말이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무려 ‘관상’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뒤편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미신’이 붙어 다녔다.
또한 미신은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서양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주역』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주역의 음과 양을 숫자에 적용해 이진법을 고안했다. 오버를 좀 보태서 말하자면 주역이 바로 지금의 디지털 문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한 사람의 운명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미신을 조명하며, 미신에 관한 다양한 일화들을 풀어놓는다.
고대 점성술부터 현대의 종교와 사상까지,
‘미신’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한한 스펙트럼!
당신이 믿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미신이다!
우리는 흔히 ‘미신’하면 별자리, 사주팔자, 풍수지리, 관상, 신점 등 한정된 범주에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과감하게도 ‘미신’이라는 큰 틀에 정치,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류사를 관통한 모든 주제를 끌어와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감히 종교가 미신이라고?’ 몇몇 신실한 종교인들은 저자의 대담하고 발칙한 주장에 발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비신자의 입장에서 미신과 종교는 별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저자는 종교를 ‘미신의 프랜차이즈화를 고심한 결과’라고 말하며 촌철살인의 비유를 속사포처럼 쏟아 붓는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그들은 구원을 사후로 미뤄버린다. 현실적 문제는 다 신의 뜻이고, 지금 희생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한다. (…) 지점장들에게는 특별히 영빨이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들은 본사에서 내려보낸 책에 적힌 내용을 전달한다. 물론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에 따라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성실한 점쟁이들을 야만으로 밀어버리고 자신들을 특별한 지위에 올려놓았지만, 사실은 현실을 맞힐 능력이 없을 뿐이다.
- 중에서
종교가 미신이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쳤으니, 사상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종교가 힘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상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종교보다 더 종교적인 사상 ‘공산주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류의 믿음을 담은 ‘민주주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수렴해버리는 ‘자본주의’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미신’으로 통칭하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