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말

박완서 · 에세이/인문학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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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으로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이력이 절정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일곱 편의 대담을 담았다. 이 대담들이 단행본으로 엮인 건 처음이다. 이 대담들에서 그는 마흔 살에 소설가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이며 그 뒤 출간한 작품들에 관해 속 깊은 문답을 주고받고,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그리고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 그는 지금도 유효한 이런 주제들 앞에서 오랫동안 연마한 생각을 날이 서지 않은 편안한 음성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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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다시 살아 있는 날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 저문 날을 건너오는 소설 그 가을의 하루 동안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상처 속에 박혀 있는 말뚝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작품 목록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소설가 박완서의 생기로운 인터뷰 이슥한 세월 뒤의 문학, 삶, 여성 명성에는 구설이 따르게 마련이고 한창일 때나 그 시기를 지났을 때나, 또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한결같은 평을 듣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소설가 박완서는 1970년 『나목』으로 등장해 그 40여 년 뒤 유명을 달리한 뒤에도 한국문학의 시들지 않는 거목으로 생기롭게 살아 있다. 그가 천적을 두지 않고 세간의 인정과 애정을 살 수 있었던 건 거창한 고담준론에 발을 담그기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소박한 진실을 그만의 편안한 말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싫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고 교훈을 주거나 설교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휩쓴, 그리고 지금도 이따금 머리를 들이미는 극단의 이념이나 철학을 멀리했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태도로 개인의 소박하고 내밀한 영역을 높여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여성에게 박한 사회의 여자로서,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깊은 통증을 지나온 사람이 갖는 강단을 잃지 않았다. 『박완서의 말』은 소설가 박완서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으로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이력이 절정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일곱 편의 대담을 담았다. 이 대담들이 단행본으로 엮인 건 처음이다. 이 대담들에서 그는 마흔 살에 소설가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이며 그 뒤 출간한 작품들에 관해 속 깊은 문답을 주고받고,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그리고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 그는 지금도 유효한 이런 주제들 앞에서 오랫동안 연마한 생각을 날이 서지 않은 편안한 음성으로 들려준다. 『박완서의 말』은 한(恨)과 성(性)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삶에 대한 평안한 통찰로 마무리한다. 그 사이사이 황급히 끓어오를 수 있는 주제들이 점잖게 고아서 나오는 건 대담자들의 노련함 때문이다. 시인 고정희, 문학평론가 정효구, 문학평론가 김경수와 황도경, 소설가 공지영, 여성학자 오숙희, 문학평론가 권영민, 시인이자 수필가 피천득이 대화 상대로 나서 문학과 사회와 개인사에 관해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준비된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로 “귀하고 좋은 게 차고 넘치는” 완숙한 인생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생각 억압도 이념도 없는 공정한 세계 “저는 이념이 먼저인 작가는 아닙니다. 억지로 무슨 주의를 붙이자면 난 그냥 자유민주주의자예요. 개인주의자구, 그냥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 있잖습니까? 자기가 이 사회에 필요한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항상 떳떳할 필요가 있고, 자기 일을 남에게 존중받고 싶고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것만큼 남에게 대접하는 게 옳고, 남에게 당하기 싫으면 남한테 그러지 않는다든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 있잖아요. (…) 어떻게 보면 난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한 거지, 전체를 위해서 나 개인을 희생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런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이 남자와 여자 사이라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생각밖에 전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사회가 싫은 거죠.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는 사회도 싫고, 여자가 남자를 억압하는 사회도 싫어요.” -89~90쪽 박완서가 지나온 세월은 상식보다 극단이 앞서고, 삶보다 이념이 앞서고, 개인보다 집단의 체험이 앞섰지만 그런 속에서 그를 지킨 건 오히려 “누구의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함”(「들어가며」)이었다. 그 가치는 그의 작품과 말 속에서 지금껏 영롱한 모습으로 살아 있다. 그는 누구나 알고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일상에서 실천했다. 그는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고 일컫지만 이내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한 거지”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관대하고 이기적인 고립에 이르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타주의며 공생에 가까운 개인주의를 말한다. 『박완서의 말』은 공공의 인물이 되기 전에도 후에도 자유로운 개인이었던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가 평생 일관되게 지켜온 공정함이 글쓰기와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려줄 기억과 경험이 담겼다. 그의 문학적 지론은 물론이고 신여성이기를 바란 어머니에게 이끌려 하게 된 서울 생활, 전쟁 때문에 멈춘 대학 생활, 여자와 어머니 사이의 모순, 개인적 삶과 문학적 삶 사이의 곤혹, TV 드라마의 원작자로서 난처했던 에피소드, 그리고 소박한 일상의 관조 등 그의 삶을 채우는 크고 작고 섬세한 일들이 한 편 한 편 이야기처럼 흘러나온다. 그는 평소 교훈이나 설교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날렵한 질문들 사이에서 그가 한 광주리에 담아내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은 때론 단단한 인문학자의 선문답처럼, 때론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솔깃해 주변을 다른 눈으로 둘러보게 만든다. “경험이 누적돼서 그것이 속에서 웅성거려야 해요. 지금 내 나이가 예순다섯인데 어떤 때는 한 500년은 산 것 같아요. (…) 내가 유리창이란 것을 처음 본 게 여덟 살 때였어요. 봉창, 뚝배기, 막사기그릇, 호롱불 이런 거도 보고 누에 길러서 명주도 짜고……. 우리 동네에서 나서 우리 동네에서 시집가서 거기서 돌아간 우리 할머니에 비하면 소도시에 나와서 네모난 집을 보고 기차 타고 서울에 오고 중일전쟁, 2차 대전, 가난, 쌀 배급, 해방, 6·25. 나를 스쳐 간 문화의 부피를 생각할 때 500년은 된 것 같아요. 우리 할머니에 비하면 엄청난 체험 부피가 자꾸 울궈먹고 싶게 하거든요.” -143~144쪽 문학과 생활을 오가는 박완서의 언어 엄청난 부피의 체험을 지나온 개인의 증언 “저도 카톨릭이 좋은데 고해성사는 참 싫어요. 아무리 하기 싫어도 1년에 두 차례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해야 하잖아요? 한번은 동화 쓰시는 정채봉 씨에게 말했어요. 나는 고해성사 때문에 언젠가 카톨릭에 대해 냉담해지고 말 것이라구요. 그게 왜 의무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억지로 만들어갖고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말해야 하나요? 정채봉 씨에게 그런 말을 막 했더니, 웃으면서 피천득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선생님께서는 성당에서 나눠준 성사표(부활절과 성탄절에 고해성사를 하고 나서 확인받는 표)를 그냥 통 속에 집어넣어버린다면서요? 한번은 그러시다가 신부님께 들키기까지 하셨다면서요?(웃음)” -180쪽 박완서는 문학의 언어와 생활의 언어가 다르지 않은 작가였다.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하나의 말로 문학과 삶을 함께 품었다. 그가 다루는 소재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의 어떤 소박한 일도 그의 입과 펜을 통하면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단단한 뼈를 지니고 있었다. 이 책의 인터뷰어 중 한 사람인 시인 고정희는 그를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라고 말했다. 『박완서의 말』은 젠체하지 않고 진솔하고 담박한 소설가 박완서의 말맛을 넉넉히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아는 것을 넘어서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사람을 끌고 납득시키는 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문학과 일상,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그리고 “엄청난 부피의 체험”을 강요한 역사 속에서 개인으로 떳떳하게 살 수 있었던 그의 내압을 확인할 수 있다. 『박완서의 말』은 그 생동감을 살리고자 현재의 표기법과 어법에 어긋나도 그의 말을 그대로 실었다. “내가 여자인 만큼 학력의 고하나 신분을 막론하고 여자가 당하는 불평등과 모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요. 단지 문제의식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소설적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해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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