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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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강』은 오정희의 첫 소설집으로 데뷔작 「완구점 여인」을 포함한 총 12편의 단편소설이 묶여 있다. 초기작의 대표적 특징인 ‘절망적인 자해(自害)의 심리 상태’ ‘자기 파괴적으로 끌려 들어가는 욕망’이 두드러지며, 황폐하고도 매혹적인 요기의 빛을 발산한다. 비틀리고 일그러진 불모의 세계, 일상의 친숙함과 아늑함 대신에, 삭막하고 메마른 먼지들로 뒤덮인 폐허의 잔해들만 나뒹굴고 있는 일상의 풍경들, 그 속에서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헐떡이며 마음의 사막을 가로질러가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내출혈. (문학평론가 박혜경) 오정희의 소설에 투사된 이 ‘고독한 욕망의 내출혈’은 안식처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 서성거릴 수밖에 없는 아내 혹은 남편 들(「불의 강」 「안개의 둑」), 쇠락한 몸 안에 갇힌 성욕과 고독에 짓눌리는 노인들(「적요」 「관계」), 메마른 관능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주자」 「완구점 여인」) 등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계와 불화하는 많은 존재들로 구체화된다. 섬뜩하리만치 날카로운 적의를 감추고 살아가는 일상인들의 모습에서, 그 내면에 자리한 상상적 살의를 발견하고 가차 없이 날것으로 드러낸 오정희의 『불의 강』. 이 작품집은 철저히 고립된 존재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그 생생한 욕망들을 통해 읽는 이의 감각을 예민하게 깨워나간다.